‘북한 붕괴’에 대비해야

노무현 대통령은 지난 5일 폴란드에서 “북한이 붕괴될 가능성은 거의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붕괴될 것이라고 했지만 붕괴하지 않았고, 또 북한이 붕괴되지 않도록 중국이 여러 도움을 주고 있다”는 점을 근거로 들었다.

대통령의 성급한 결론

대통령의 발언이 갖는 정치적 배경과 의도를 두고 다양한 분석이 나오고 있다. 최근 미국 내 일부 전문가들 사이에서 흘러나오고 있는 ‘북한 붕괴론’을 견제하기 위한 것이라는 견해가 우세하다. ‘우리는 미국과 생각이 다르다’는 뜻을 북한에 전달함으로써 북한을 6자 회담에 붙잡아 두려는 계산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그러나 노대통령의 발언을 둘러싼 분석과 토론이 그 ‘정치적 의도’를 중심으로 전개되는 것은 옳지 않다. 발언 그 자체만을 놓고 보자. ‘북한의 붕괴’ 문제는 그 자체로 한반도의 운명과 미래를 좌우하는 중대한 문제다. 그런데 노대통령은 ‘북한이 붕괴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고 결론을 내리고 있다.

“북한이 붕괴되지 않도록 중국이 여러 도움을 주고 있다”는 논리는 물론 옳은 말이다. 중국은 북한에 대한 영향력을 유지하거나 강화하는 데 전략적 이해관계를 갖고 있다. 하지만 북한의 위기는 중국이 상반된 두 가지 대북정책을 준비하지 않을 수 없게 하는 강제력을 포함하고 있다. 단기적으로는 중국이 김정일 정권을 지지하는 것이 전략적 이해관계에 도움이 될 것이다. 그러나 그 위기가 일정한 임계점(臨界點)을 넘어서면 북한의 정권교체를 묵인하거나 지지하는 것이 전략적 이해관계에 부합하게 되는 새로운 현실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 그 가능성이 크냐 적냐. 그 답은 ‘배제할 수 없다’이다.

축복이 될 수도 재앙이 될 수도 있는 북한 붕괴

북한의 미래는 생각보다 훨씬 불투명하다. 따라서 북한의 붕괴 가능성을 성급하게 배제하는 것은 위험하다. 북한이 붕괴되는 상황을 시뮬레이션 해보면 이어지는 전망과 과제는 간단해진다. 북한의 붕괴가 충분한 준비 끝에 이어진다면 북한의 민주화와 한반도 통일을 위한 절호의 기회가 될 것이다. 북한의 붕괴가 준비 없이 눈앞의 현실로 다가왔을 때에는 민족적 재앙이 될 수도 있다. 1980년대 말 베를린 장벽의 붕괴로 시작된 사회주의권 붕괴를 예측했던 사람들은 많지 않았다. 소련에 대해 강경노선을 구사했던 미국의 레이건 대통령도 예측하지 못했고, 동서독의 집권자들도 짐작하지 못했다. 역사는 예측된 결과들만의 집합이 아니다. ‘북한 붕괴’에 본격적으로 대비해 할 때이다. 사실은 지금도 늦은 감이 있다.

이광백 논설위원 lkb@dailyn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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