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시, “北 최악의 독재국가” 공개비난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은 5일 북한을 ‘세계 최악의 독재국가’ 중 하나로 다시 언급했다. 이는 2.13 합의 이후 미 당국자들이 북한에 대한 부정적 언급을 삼가했던 것과 크게 대비된다.

부시 대통령은 이날 G-8정상회의가 열리는 독일에 앞서 방문한 체코 프라하에서 17개국 출신 민주화 운동가들을 대상으로 한 연설에서 북한을 벨로루시, 미얀마, 쿠바, 수단, 짐바브웨 등과 함께 ‘세계 최악의 독재국가군'(the world’s worst dictatorships)에 포함시켰다.

그는 또 “독재국가들의 인권실태를 언급하면서 “북한 주민들은 정권에 반대하는 사람들이 야만스럽게 억압받는 폐쇄된 사회에서 살고 있고, 북한주민들은 남한에 있는 형제 자매들로부터 차단돼 있다”면서 “독재국가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그들이 잊혀지지 않았다는 것을 알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부시 대통령은 “독재정권하에서 고통을 받고 있는 모든 사람들에 대한 나의 메시지는 이것”이라면서 “우리는 결코 인권을 탄압하는 억압자(oppressors)를 용서하지 않을 것이고, 우리는 항상 여러분들의 자유를 위해 서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미국인들의 눈엔 오늘날 (독재정권에 맞선) 민주적인 반대자들은 내일의 민주적인 지도자들”이라면서 미국은 전세계에서 독재정권에 맞선 반대자들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기 위한 새로운 조치를 취할 것이라며 최근 독재정권하에서 체포.구타당한 반정부인사들에게 법률 및 의료비용을 지원하기 위한 ‘인권옹호자 펀드’를 설립한 사실을 언급했다.

그러면서 그는 벨로루시, 미얀마, 쿠바, 베트남, 이집트 등의 민주화운동가들이 부당하게 투옥돼 있거나 가택연금돼 있어 이번 모임에 참석하지 못한 것과 관련, 이들을 “즉각적이고 조건없이 석방할 것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부시 대통령은 또 자신이 이 세계에서 독재를 종식시키겠다고 약속한 사실을 언급한 뒤 “어떤 사람들은 나를 ‘반대하는 대통령’이라고 하는 데 자유를 옹호하고 나섰다는 이유로 나를 ‘반대자’라고 규정한다면 나는 자랑스럽게 ‘반대자’라는 타이틀을 가질 것”이라며 자유와 민주주의의 확산을 거듭 강조했다.

부시 대통령은 ‘2.13합의’를 전후해 북한을 최대한 자극하지 않기 위해 공개적인 자리에서 발언을 삼가해왔다. 이번 연설도 부시 대통령의 민주주의 수호 의지를 강조하기 위해 가장 폭압적인 국가 중의 하나인 북한을 언급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번 연설에서 북한을 구체적으로 언급하며 독재자의 야만성을 지적한 것은 2.13 합의 이후 대북 비난을 자제해 온 것에 비추어 볼 때 상당한 태도변화가 있는 것 아니냐는 추측도 나온다.

부시 대통령은 지난 4월말 캠프데이비드에서 열린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와 회담 석상에서도 방코델타아시아(BDA) 문제를 핑계로 북한이 2.13 합의 초기조치를 이행하지 않는 것과 관련해 미국이 북한의 행동을 충분히 읽지 못했음을 시인하며 김정일에 대한 강한 불신을 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이 지금까지는 ‘BDA 문제 해결 없이 영변 핵시설에 대한 폐쇄조치는 있을 수 없다’고 못박고 있지만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비난이 거세지고 있어 마냥 버틸수만은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따라서 미국이 6월 말~7월 초를 ‘레드라인'(red line)으로 상정했다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한편, 미국 평화연구소(USIP) 존 박(John Park) 박사는 5일 자유아시아방송과의 인터뷰에서 “지난 2월13일 6자회담의 북한 핵폐쇄 합의의 추진력이 매우 약해졌다”며 “더욱 중요한 것은 미북 사이의 신뢰수준이 점차 약화되고 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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