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장관급회담 對北지원 ‘통과의례’ 될 듯

▲ 지난해 7월 부산에서 열린 19차 남북장관급회담. ⓒ연합

북핵 6자가 ‘2∙13합의’ 이행으로 분주한 가운데 남북 당국자가 7개월 만에 한 자리에서 마주 앉는다.

20차 남북장관급회담이 27일부터 다음달 2일까지 평양에서 개최된다. 지난해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 이후 경색된 남북관계가 어느 정도 회복될지 관심이다. 정부는 이번 회담의 의미를 6자 해결의 동력으로 강조하고 있지만, 사실상 대북지원을 재개하기 위한 분위기 환기라는 지적이 더 많다.

북한이 장관급 회담에 바로 응하고 나온 데는 경제적 지원에 목말라 있기 때문이다. 통일부도 2007년 업무계획을 통해 대북 인도적 지원과 정치상황을 분리하겠다는 입장까지 밝힌 상태. 어느 상황에서도 쌀과 비료를 지원하겠다는 강력한 의사를 천명한 셈이다. 이러한 조건에서 대북지원은 시간문제로 보인다.

그러나 대북지원도 북한이 ‘통크게’ 요구한다면 남한 여론이 부담스런 정부 입장에서 협상의 걸림돌이 될 수 있다. 그러나 진통이 있을지언정 합의를 무산시킬 정도는 아니라는 것이 일반적인 예측이다.

남북정상회담도 이번 회담에서 언급될 가능성이 있다. 이재정 통일부장관은 최근 “이번 회담에서 여러 회담이 논의될 수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아직은 분위기가 무르익지 않았다는 말이 정부 내에서 나오고 있어 우회적으로 ‘필요성’을 표현하는 수준에 그칠 것으로 보인다.

지난 2차 장관급회담에서처럼 남측 수석대표인 이 장관이 전격적으로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을 면담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통일부는 이번 회담에서 대북 인도적 지원과 이산가족상봉, 경의선∙동해선 열차시험운행, 경공업 및 지하자원 개발협력, 남북국방장관 회담 등을 광범위하게 협의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핵문제 해결의 중요성도 강조하겠다고 말했다.

◆ 북핵 ‘2∙13 합의’ 이행 촉진제?=북핵 ‘2∙13 합의’ 이행에 동력으로 작용될 수 있을 것인가도 관심이다. 정부는 ‘2∙13 합의’의 성실한 이행을 북측에 요구할 것으로 보인다. 나아가 평화체제 구축 문제도 제기할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북측이 이를 진지하게 논의 대상으로 받아들일 가능성은 낮다. 핵무기는 미북간의 문제라는 입장을 고수할 수도 있다.

최근 야권과 언론으로부터 북핵 문제의 진전이 없는 상황에서 열리는 이번 회담이 ‘퍼주기 회담’이라는 비판을 받고 있는 상황에서 정부는 이번 회담이 6자회담의 동력으로 작용한다는 것을 보여주는 노력은 진행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 고위당국자는 “우리 정부는 이번 회담에서 쌀과 비료를 지원키로 합의하더라도 북핵 6자회담 진행과정을 지켜보면서 이를 집행할 방침”이라고 밝힌 바 있다. 선뜻 퍼주지는 않겠다는 말이지만, 이미 정치적 조건과 분리하겠다는 입장이 강하고 북한도 꺼리는 입장에서 현실적으로 6자회담과 결부시키는 것은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북한이 IAEA 사무총장을 초청하는 등 평화공세 드라이브를 강하게 걸고 있어 남북간 지원문제 논의는 결론이 쉽게 날 가능성이 크다.

◆ ‘납북자 및 국군포로 포함 이산가족상봉’ 관심=북측은 지난해 7월 미사일 발사 이후 중단된 쌀과 비료 지원 재개가 관심인 반면, 남측은 이산가족상봉과 납북자 및 국군포로 문제 등이 주된 관심의 초점이다.

최근 이재정 통일부 장관은 국회 통외통위에 참석해 이번 회담에서 납북자 및 국군포로 문제를 다루겠다고 밝힌 바 있다. 정부가 쌀과 비료 등 인도적 지원 재개 방침을 밝히고 있기 때문에 북측이 호혜적으로 나올 수 있다는 기대를 정부 당국자들은 하고 있다.

그러나 납북자 및 국군포로 문제에 별 반응을 보이지 않아온 북측이 진전된 태도를 보일 가능성은 크지 않아 보인다. 다만, 우리 측의 주장을 받아들일지는 미지수다. 대북 인도적 지원의 재개와 맞물려 지난해 말 중단된 이산가족상봉 재개가 합의될 가능성은 그나마 높은 편이다.

◆ 경의선 시범운행 및 경제협력=지난해 5월로 예정됐다 북한의 일방적인 연기로 중단된 경의선∙동해선 열차시험운행도 관심이다. 열차시험운행이 합의된다면 이를 전제로 합의한 경공업, 지하자원 협력도 재개될 것으로 전망된다.

지난해 6월 경제협력위원회에서 합의된 경공업, 지하자원 협력은 남측이 의류, 신발, 비누 생산에 필요한 원자재 8천만달러 어치를 유상 제공하면 북측이 아연괴, 마그네사이트 클링커, 지하자원개발권, 생산물처분권 등으로 상환하는 방식이다.

또 최근 윌리엄 폐리 전 국방장관 등으로부터 ‘성공적인 사업’이라는 평가를 받은바 있는 개성공단 본단지 53만평에 분양 시기에 대한 합의도 예상된다.

이번 회담에서 북측의 남측 대선개입 문제도 논의될 수 있을지 관심이다. 북한은 선전매체를 통해 연일 ‘반한나라당’ 공세를 통한 대선 개입 의지를 거듭 밝히고 있고, 한나라당 반응도 격앙된 상태. 일단 이 장관이 중단을 요구하는 ‘말’은 꺼낼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북측이 신년공동사설에서 밝혔듯이 남한 대선개입을 민족문제로 규정하면서 노골적 개입 의사를 천명하고 있어 장관급회담에서 이를 해결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결과적으로 이번 장관급회담은 이산가족 재개와 남북관계 진전에 대한 ‘말’을 받고, 대규모 식량지원 등 ‘돈’을 지원해 주는 결과로 귀결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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