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관계·북핵 해법 6월 한중 정상회담이 기로

미국에서 첫 정상외교를 성공적으로 마친 박근혜 대통령의 다음 행선지는 중국이다. 실질적 대북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중국 새 지도부와 첫 조우라는 점에서 중요성이 한미 정상회담 못지않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의 정상회담은 양국 일정을 고려할 때 6월 중하순이 유력하다. 


북한의 3차 핵실험 이후 중국의 대북압박이 점차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과거와 다르게 대북 압박이 공개적이고 적극적이다. 중국의 최대 외환은행인 중국은행이 7일 북한 조선무역은행의 중국은행 내 계좌를 폐쇄하고 금융거래를 전면 중단한다고 발표했고, 건설은행 등 중국의 국영은행들도 이에 동참하고 있다. 


또 중국 세관은 북한으로 수출되는 주요 화물에 대한 세부적인 조사와 X선 검사를 실시하고 있는 소식도 전해지고 있다. 대외무역의 90%가 중국과 이뤄지는 북한 사정상, 중국의 이런 조치는 경제적인 파장과 함께 북한 지도부에게 위기감을 키울 수 있다. 


이런 가운데 한중 정상이 만나 대북문제를 중요 의제로 논의한다는 것 자체로도 의미가 적지 않다. 양국 정상의 신뢰 수준이 높은 것도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기대된다.


이전 정상들은 미국에 이어 일본을 방문하는 게 관례였지만, 박 대통령이 중국을 우선한 배경에는 북한에 대한 해법을 찾겠다는 의지의 반영이라 볼 수 있다. 여기에는 최근 역사인식을 두고 일본과 불편해진 영향도 작용했다는 후문이다.


한중 정상회담에서는 박 대통령의 대북정책인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와 동북아 평화협력 구상인 ‘서울 프로세스’가 중국 정부에 어느 정도 공감을 얻어낼지가 관심이다. 일각에서는 한미 정상회담에서는 북한문제 해결의 돌파구가 부재했다는 측면에서 한중 정상회담에서는 북한을 끌어낼 수 있는 합의가 나와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 대통령은 방미 기간에도 중국에 대한 기대감을 여러 차례 드러냈다. 워싱턴포스트와 인터뷰에서는 시 주석과 “(북한의 미래에 대해) 진솔하게 대화를 나눠보고 싶다”고 밝혔다. 또 “물질적인 면에서도 영향을 미칠 수 있고, 중국이 개방개혁해서 성장하고 발전하는 모습이 북한한테는 굉장히 좋은 모델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박 대통령이 중국을 중시했던 태도는 당선 후 중국을 첫 해외특사 파견국으로 결정하고, 중량감 있는 김무성 전 선대위 총괄본부장을 특사단장으로 택했다는 점에서도 짐작할 수 있다.


이후 시 주석은 박 대통령에게 장문의 친서를 통해 “한중 전략적 협력동반자 관계를 더욱 공고히 하고 심화하는 데 함께 노력해 양국의 우호협력이 양 국민을 더욱 행복하게 하고 지역의 평화와 안정을 촉진하기를 바란다”고 밝힌 후, “빠른 시일 안에 박 대통령과 다시 만나 한중관계의 아름다운 청사진을 함께 만들어 나가기를 기대한다”고 조속한 정상회담 개최를 제안했었다.


시 주석은 2005년 7월 저장(浙江)성 당 서기의 신분으로 우리나라를 방문, 당시 한나라당 대표였던 박 대통령과 회동한 바 있다. 박 대통령의 방중이 6, 7월 중 개최가 예상되는 중국 ‘중앙외사영도소조회의’ 직전에 이뤄진다는 점 역시 주목되는 부분이다.


중국 외교분야 최고 정책결정기구인 ‘중앙외사영도소조회의’는 중국의 대외전략과 정책의 큰 방향을 결정한다. 시진핑 체제에서는 첫 번째 열리게 된다. 이 소조회의의 조장은 시 주석이 맡고, 리위안차오(李源潮) 부주석, 양제츠(楊潔篪) 외교담당 국무위원, 왕이(王毅) 외교부장 등과  중국의 국방장관, 공안부장, 국가안전부장 등이 참여한다. 


전임자인 후진타오(胡錦濤)보다 군부에 대한 리더십이 강화돼 시 주석의 입장이 반영될 여지는 더 커졌다. 정치국 상무위원 7명 가운데 5명이 시진핑의 ‘예스맨’이기 때문에 박 대통령이 시 주석과 담판을 져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북한의 2차 핵실험(2009년 5월) 뒤, 후 주석이 대북정책 재검토 지시에 따라 8월 초 이 회의가 열려 ‘부전(不戰)-불란(不亂)-무핵(無核)’이라는 기조를 수립했고, 이후 중국의 외교정책의 나침반이 됐다. 그러나 여기에 최근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북한의 핵무기 증산이 중국의 국가이익을 심각하게 침해하고 있다는 주장이 거세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사단장으로 시 주석(당시 총서기)을 만난 김무성 의원은 이후 “한국의 새 대통령 특사단을 통해 시 총서기가 북핵과 대량살상무기를 절대 용납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강조했다”고 소개한 바 있다. 시 주석이 ‘무핵’ 원칙을 우선 강조한 것이다.


당시는 북한의 3차 핵실험 이전으로 시 주석은 지난달 7일 중국 하이난(海南)성에서 열린 보아오포럼 개막식 연설에서 “어느 일방이 사익(私益)을 위해 지역과 세계 전체를 혼란에 빠뜨려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시 주석이 특정한 국가를 거론한 것은 아니지만, 북한을 겨냥한 것이란 평가였다.


최근 들어 북한의 도발 움직임은 사그라졌으나, 아직까지 국면 전환 시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북한이 박 대통령의 방중 이전에 태도 변화를 보이지 않을 경우 시 주석의 대북 비판 목소리는 더 커질 가능성이 커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