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일, 올림픽 통해 국제무대 데뷔할까?

최근 방북 했던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 부주석이 김정일에게 베이징 올림픽 개막식 참석을 요청한 것으로 알려지며, 성사 여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올림픽 개막식에서는 조시 부시 미국 대통령의 참석도 예정돼 있어 양 정상 간의 회동이 이뤄질 것이라는 섣부른 관측까지 제기되고 있다.

일본의 아사히(朝日) 신문은 전 자민당 부총재인 야마자키 다쿠(山崎拓) 의원이 21일 기자들과 만나 “시진핑 중국 국가부주석이 지난 18일 김정일과 가진 면담에서 오는 8월 베이징 올림픽 개막식에 참석해 줄 것을 요청했다”고 말했다고 22일 보도했다.

야마자키 의원은 “김정일이 초청에 응하게 되면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이나 후쿠다 야스오 총리도 참석할 의향이 있다”면서 “한반도 비핵화에 관한 중요한 대화의 장이 마련될 수 있다”고 기대감을 표시했다.

이에 앞서 일본 주간지 슈칸분순(週刊文春)도 “시진핑 부주석의 평양 방문 목적 중 하나가 올림픽 개막식을 통한 김정일과 부시 대통령의 회담”이라고 최신호에서 보도했다.

이 주간지는 “최근 중국의 고위 간부가 평양을 정기적으로 방문해 김정일의 올림픽 개막식 참석을 적극적으로 추진하고 있다”며 “이 계획이 성사될 경우 북미관계 호전과 함께 6자회담 의장국인 중국의 위상이 높아질 것”이라고 전했다.

주간지에 따르면 “북미 최고 수뇌부간 극비회담의 중재자는 중국이며, 시 부주석은 18일 김정일에게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의 구두친서를 전달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은 오는 8월 8일 열리는 베이징 올림픽 개막식에 조지 부시 대통령을 비롯해 전 세계 각국 정상들을 초청한 상황에서 혈맹관계인 북한의 최고지도자를 초청한 것은 당연한 조치로 보인다.

그러나 그 동안의 행동 패턴으로 봤을 때 김정일이 국제 무대에 공식적으로 모습을 드러내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윤덕민 외교안보연구원 교수는 “지금까지 김정일의 패턴으로 봐서 많은 정상들이 모인 자리에 참석하는 것은 어려울 것”이라며, 그러나 “중국으로부터 요청을 받았는데 거절하는 것도 쉽지는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게다가 북한으로서는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이 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며 “그러나 김정일이 개막식에 참석한다고 해서 꼭 미국이나 한국 등과 회동을 갖지는 않을 수도 있다”고 덧붙였다.

이기동 국가안보전략연구소 책임연구위원은 “김정일 위원장이 베이징 올림픽 개막식에 참석한다면 자연스럽게 4자 정상회담의 모양새가 될 수도 있다”면서, 그러나 “이런 판단이 북한의 국가 이익에 유리하다고만은 볼 수 없다”고 분석했다.

이 연구위원은 “북한은 현재로써는 6자회담의 구도를 유지하고, 나중에 결정적인 기회에서 북미관계 개선 등 전향적인 선택을 하게 될 것”이라며 “올림픽 개막식 참가는 대외적으로 평화적인 이미지를 심어주는 효과는 있겠지만 얻을 수 이익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또한 “김정일은 성격상 맨투맨(man to man) 식 회담을 좋아하지, 여러 사람들이 참여하는 다자간 회담은 좋아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일부 언론들은 북한이 곧 돌입하게 될 북핵 폐기 3단계에서 검증작업에 최대한 협조하고, 핵물질 및 핵무기 처리도 미국이 원하는 방향으로 이뤄질 경우 미북 정상간 회동이 불가능한 ‘시나리오’만은 아니라고 관측하고 있다.

임기 말에 다다른 부시 대통령이 집권 10년을 정리하는 외교적 업적을 남기기 위해 파격적 행보를 보일 수도 있다는 것. 김정일 또한 공개된 국제무대 등장이라는 ‘깜짝 이벤트’를 통해 북핵 폐기 과정과 더불어 자신의 이미지를 국제사회에 재고시킬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한편, 중국의 입장에서도 김정일의 올림픽 개막식 참석은 동북아 지역의 협상 조정자로서의 위상을 높일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기 때문에 이를 적극적으로 추진할 가능성이 높다.

이 연구위원은 “시진핑의 입장에서는 베이징 올림픽의 성공적 개최가 향후 정치적 입지와 직결돼 있다”며 “이를 위해서라도 국제사회의 관심과 이목이 집중돼 있는 북한 (김정일)의 참석이 갖는 의미가 클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현재까지는 북한이 김정일 대신 헌법상 국가수반인 김영남 상임위원장을 파견해 중국에 최대한 예의를 표할 것이라는 관측에 무게가 쏠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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