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성공단 정상화를 위한 남북 당국 간 실무회담이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공전하고 있는 가운데 남북은 오는 22일 다시 대화 테이블에 앉는다.
남북 양측은 그동안 4차례 실무회담을 진행했지만, 입장차만 확인한 채 회담을 종료했던 만큼 이번에도 타결 가능성은 높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우리 정부는 재발방지를 실질적으로 보장하고, 개성공단을 발전적으로 정상화시킬 수 있는 방안이 합의서에 담겨야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반면 북한 수석대표인 박철수 중앙특구개발총국 부총국장은 개성공단의 조속한 재가동을 요구하며 “재발방지 문제는 정치적 성격을 갖는 것이어서 내 선에서 합의하고 서명할 내용이 아니다”며 기존 입장을 반복하고 있다.
따라서 22일 예정된 5차 실무회담에서도 남북 양측은 재발방지 및 책임소재 문제를 놓고 기존 회담처럼 팽팽한 ‘기싸움’을 지속할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일각에서는 실무회담 회 차만 늘어가고 서로의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면서 회담 결렬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이번 회담에서도 절충점을 찾지 못하면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는 채 계속 공전되는 회담에 대한 피로감이 커질 수 있다. 또 시기적으로 다음 회담 일정을 잡기가 모호한 상황을 맞이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북한은 오는 27일 이른바 ‘전승기념일’ 60주년을 맞아 내부 체제 결속과 대외 선전을 위해 성대한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또한 다음 달 중순부터는 한미 연합군사훈련인 을지프리덤가디언(UFG)도 진행되기 때문이다.
북한은 21일 노동신문에서 개인 필명을 통해 “오는 8월 미국은 또다시 대규모 합동군사연습을 벌여놓으려 하고 있다”면서 UFG가 진행되면 한반도 정세가 또 다시 파국으로 빠질 것이라고 위협했다. UFG에 대해 민감한 반응을 보여 왔던 북한이 올해에도 훈련을 문제 삼아 대남 비판 공세를 강화할 가능성이 크다. 북한은 올 3월 한미합동군사훈련을 문제 삼으며 한반도 긴장 수위를 끌어올린 바 있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더 이상 회담에 미련을 두지 않고 발을 뺄 수도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북측이 남북 실무회담에 임한 것은 미국과 중국의 ‘남북관계 개선에 먼저 나서라’는 지적에 나온 측면이 강하다는 분석이 많았던 만큼 그동안 남북 대화에 성의를 충분히 보여줬다는 판단에 따라 회담 결렬 결정을 낼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5차 실무회담에서 북측이 우리 측이 요구하는 재발방치책에 대해 양보할 가능성이 낮은 만큼 입장차를 좁히는 것은 현실적으로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대화 모멘텀은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북한이 여전히 개성공단 재가동 쪽에 의지가 강한 만큼 실무회담 판을 깨고 회담을 결렬시킬 가능성은 낮다는 지적이다.
조봉현 IBK 경제연구소 선임연구위원은 데일리NK에 “북한이 (공단) 재개를 강하게 바라고 있기 때문에 회담을 깨지는 않을 것”이라면서 “최종적으로 회담 진척이 없으면 판을 깰 수 있지만, 아직 그정도 상황은 아니다. 6, 7차 정도 가면 수정 제안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조 선임연구위원은 이어 “회담 판을 깨면 외자유치 등 경제분야에 피해를 입기 때문에 7·27 이후 북한의 태도 변화 가능성도 있지만, 군부들의 입지를 살려주는 형태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전성훈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양측이 완전히 틀어져서 (회담을) 올 스톱할 상황은 아니고 여지가 있으니 회담 차수도 늘어나는 것”이라며 “상대방에 대해 파악하는 계기가 되고 협의할 여지가 있다면 회담은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북한이 융통성 있게 얼마나 호응해오느냐가 관건인데 현재로서는 5:5 정도로 보인다”고 말했다.
전 선임연구위원은 이어 “UFG가 고비가 될 수 있다”면서도 “훈련에 대해 북한이 제동 드라이브를 걸고, 개성공단 협상을 중단할 수 있지만, 개성공단 재가동 이익을 고려하면 오히려 대화 모멘텀이 많아질 수 있다”고 내다봤다.
한편, 현재 국장급 회담이 공전되는 상황이 계속되는 만큼, 차관급 이상 회담을 통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되고 있어 5차 회담 이후 새로운 회담의 형태가 모색될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