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정부, 북한인권단체 활동 억압한다”는 오해받지 않으려면…

미국시간으로 지난 6월 27일, 미국북한인권법 재승인 법안이 미국 하원을 통과했다. 에드워드 로이스 미 하원 외교위원장이 법안 통과 후 “북한이 비핵화를 한다고 해도, 강제수용소와 공개처형이 존재한다면 의미가 없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북한 주민의 처지를 실제로 개선하기 위해, 법안에 북한 주민에게 기본적인 뉴스와 정보를 전하는 내용도 포함했다고 덧붙였다. 여기까지는 북한 인권 문제에 관심이 높은 미국 의회의 분위기를 고려할 때, 특별할 것은 없다. 눈에 띄는 것은 다음 대목이다.

“이 법안이 한국 문재인 정부의 진로 변화를 촉구할 수 있기 바란다. 최근 한국 정부는 북한인권 운동가들이 목소리를 내지 못하도록 하고 있다. 그와 같은 노력은 역효과를 내고 있으며, 매우 충격적이다.”(“… and hope it will prompt the Moon administration in the South to change course. Seoul’s recent efforts to silence North Korean human rights advocates are counterproductive and deeply disturbing.”)

문재인 정부가 한국에서 활동하는 북한 인권단체의 활동을 억압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다만, 북한 인권 문제를 다루는 정부의 소극적인 태도가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의 오해를 불러일으킨 것으로 보인다.

한국 북한인권법은 2016년 3월 제정, 같은 해 9월 4일에 시행됐다. 이 시행 일자에 맞추어 출범할 예정이던 북한인권재단은 법률이 시행된 지 1년 10개월이 다 된 지금까지도 이사진 구성을 하지 못했다. 텅 빈 채 유지해오던 재단 사무실마저 얼마 전 결국 문을 닫았다. 통일부 북한인권과는 올해 직원이 대부분 교체됐고, 업무 파악에 시간을 보내며 이렇다 할 사업을 추진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의 영향력이 강한 KBS 한민족방송, KTV, 국방TV, 자유의 소리 방송 등에서 북한 주민의 인권실태를 고발하던 여러 탈북인 출연자들이 사라졌다. 태영호 전 공사는 심한 압박감을 견디지 못하고 결국, 정부 기관 연구위원직을 사퇴했다. 상식을 가진 사람이라면, 이와 같은 상황을 지켜보며, 문 정부가 북한 인권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생각하긴 어렵다.

지금 미국 의회는 미북 대화를 통해 북한인권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다양한 전략을 논의하고 있다고 한다. 미북 대화가 추진되던 지난 3월과 4월에 미국 하원과 상원에 북한 정치범 수용소 해체를 촉구하는 결의안이 발의됐다. ‘정치범수용소 해체를 북미수교의 조건으로 내걸어서라도 인권문제를 해결하겠다’는 전략이다.

북한인권법 제7조는 ‘정부는 남북 인권 대화를 추진하여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북한과 대화가 시작된 지금은 법에 따라, 북한 인권문제를 남북회담의 의제로 삼기 위한 치밀한 전략을 짜야 할 때다. 정부의 힘만으로 부족하다면 국내외 북한 인권단체, 미국과 유엔 등 국제사회와 긴밀하게 협력해야 한다.

대화를 통해 한국과 국제사회가 북한의 군사적 위협에서 벗어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를 위해 2천5백만 북한 주민의 인권을 외면하는 것은 이기적 태도다. 평화도 실현하고, 북한 주민이 폭력과 억압, 그리고 가난에서 벗어나 수 있게 하는 대화가 되도록 정부의 균형 잡힌 전략과 당당한 자세를 촉구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