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6자회담 ‘유연한 태도’…속셈이 뭘까?

▲ 비핵화 실무그룹 회의에 참석한 한국, 미국, 북한 대표들이 함께 공연을 관람하고 있다. ⓒ연합

17일 중국 선양(瀋陽)에서 막을 내린 북핵 6자회담 비핵화 실무회의에서 북측은 우라늄 농축 프로그램(UEP)문제에 대한 의혹을 해소하겠다고 밝혀 참가국들의 귀를 솔깃하게 했다.

UEP 문제와 관련, 그동안 북한은 ‘미국이 먼저 증거를 제시하라’고 주장해 왔다. 이에 따라 북핵 2·13합의 2단계 조치인 ‘모든 핵 프로그램 목록 신고’에 있어 가장 큰 난제가 될 것으로 예상돼 왔다.

물론 북한이 UEP 존재 자체를 시인하지는 않았지만 먼저 UEP 문제 해결 의지를 먼저 밝히는 등 한 껏 부드러운 모습으로 회의에 임하는 모습은 분명히 전과는 달라진 모습이다.

비핵화 회의를 앞두고 북측이 의제 범위를 벗어난 정치적 요구를 들고 나올 가능성도 제기됐으나 이번 회의에선 전혀 그런 문제들이 다뤄지지 않았다. 회의 첫날(16일) “경수로를 제공 받아야 한다”는 기존 주장을 꺼낸게 고작이다.

또한 북한측 수석대표로 참가한 리근 북한 외무성 미국국장은 “우리는 모든 핵계획과 핵시설들을 다 투명성 있게 신고하겠다”고 말했다. 핵프로그램 신고와 불능화의 순서도 “할 수 있는 것부터 우선 해나가겠다”며 신고와 불능화 단계의 선후관계에 집착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북한은 지난 7~8일 열린 경제·에너지 실무회의에서도 전반적으로 유연하고 실무적인 입장을 취한 데 이어 이번 회기 중에도 외무성 군축평화연구소 관계자를 전문가 회의에 참석시키는 등 매우 적극적이고 실무적인 제스처를 보여줬다.

이에 따라 6자회담 관련국들 안에서는 ‘연내 북핵 불능화’가 단지 희망이 아닌 현실 가능한 목표가 되고 있다는 낙관론에 제기되고 있다.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감시검증 활동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는 것도 이러한 기대감을 높이는 이유가 되고 있다.

하지만 ‘연내 북핵 불능화’에 대한 섣부른 기대나 낙관은 북핵 6자회담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신중론도 적지 않다. 일각에서는 6자회담에 임하는 북한의 태도에 전략적 변화가 있었다는 분석을 제기하고 있다.

먼저 올 연말 남한 대선에서의 ‘6자회담 역할론’이 그 중 하나다.

북한은 12월 대선에서 한나라당의 집권을 막기 위해 ‘反 보수대연합’까지 선동하며 적극적인 개입에 나서고 있다. 이런 가운데 북한으로선 6자회담에 대한 국제사회의 기대심리를 높일 필요가 있다는 것.

즉, 6자회담을 통해 북핵문제 해결에 대한 기대심리가 높아질 경우 ‘전쟁대 평화’ 구도로 자연스럽게 재편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6자회담을 이용해 남한 정치에 개입하겠다는 것이다.

북한이 전격적으로 남북 정상회담을 수용한 것도 남한 정치 일정에 개입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되고 있다. 이런 연장선에서 2·13 합의 로드맵이 정상 가동되고 정상회담에서 ‘평화선언’이 나올 경우 남한 대선에 충분히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북한이 그토록 염원하고 있는 ‘미국과의 관계 정상화를 위한 전략적 변화’라는 시각도 나온다. .

불가능하게만 보였던 방코델타아시아(BDA) 북한자금 문제도 부시 행정부의 적극적인 노력으로 해결되자, 이를 지켜본 북한이 부시 행정부 임기 안에 관계 정상화를 위해 적극 나서 보겠다는 전략을 세웠다는 분석이다.

물론 미국은 완전한 핵폐기 이전엔 북한과의 관계 정상화는 있을 수 없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북한은 불능화 조건으로 적어도 ‘테러지원국 지정 해제’나 ‘대적성국교역법 적용 종료’는 받아낼 수 있다는 나름의 계산을 마친 것 아니냐는 지적이다.

특히 북한이 먼저 UEP 문제에 대한 의혹을 해소하겠다고 나선 것은 오직 미국을 겨냥한 것으로 매우 전향적인 입장 변화로 볼 수 있다. 제2차 북핵위기는 2002년 10월 미국이 북한의 고농축우라늄(HEU) 보유 의혹을 제기하면서 촉발됐기 때문에 어떤 식으로든지 결론을 내려야 한다.

북한이 문제해결 가능성을 내비친 이상 실마리는 찾은 셈이다. 미국이 어느 시점 부턴가 HEU가 아닌 UEP개념을 사용하고 있는 것도 큰 변화다. 북한의 우라늄 관련 연구가 저농축 우라늄의 가능성을 염두에 둔 것으로 미국과 북한의 타협 가능성을 열어둔 것이란 지적도 나오고 있다.

이렇듯 6자회담에 대한 북한의 태도 변화가 남한과 미국을 동시에 겨냥하고 있는 이상 적어도 올 연말이나 내년 초까지는 이러한 제스처를 계속 취할 것이란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남한 대선이 올 12월에 끝나는 만큼 결과가 나올 때까지는 ‘평화무드’ 조성에 적극 나설 것이고, 미국도 연내 불능화를 목표로 북한이 원하는 한 두가지 카드를 제시할 가능성이 높아 당분간 북한의 전술적 변화는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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