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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청소년 축구 대표팀(17세 이하)이 벼랑 끝에서 신화창조를 위한 일전을 앞두고 있다. 대표팀은 이달 16일부터 페루에서 열리고 있는 세계청소년축구선수권대회에 조 예선 마지막 경기 이탈리아 전을 앞두고 있다. 마지막 남은 8강 티켓 한 장을 놓고 벌어질 이번 경기는 1966년 영국월드컵 본선 조별 리그에서 두 팀이 격돌한 상황과 흡사하다.
북한 청소년 축구팀은 조 예선 첫 경기에서 미국에게 2-3으로 아쉽게 패했다. 2차전 코트디부아르와의 경기에서는 3-0으로 완승을 거둬 1승 1패로 이탈이아와 동률의 성적을 내고 있다. 북한청소년팀은 한 장 남은 8강 티켓을 따기 위해 이탈리아와 24일(한국시간) 트루히요에서 예선 마지막 경기를 앞두고 있다.
1966년 박두익, 2005년에는 최명호
1966년 월드컵 최대의 이변으로 꼽히는 북한 대표팀의 8강진출에는 ‘동양의 진주’ 박두익이 있었다. 영국 월드컵 본선 조별 리그에서 북한은 소련에게 1패, 칠레와 무승부를 기록하며 벼랑으로 내몰렸다. 그러나 마지막 경기에서 이변은 시작됐다. 북한의 경기력은 마지막 이탈리아전에서 절정에 이른다.
이탈리아는 당시 우승후보 0순위였다. 이탈이아와 맞선 북한은 사다리 전법으로 맞섰다. 이 전술은 주효했다. 북한 대표팀은 사다리 전법으로 이탈리아를 넘어섰다.
사다리 전법은 여러명이 일렬로 선 다음에 앞사람 허리를 잡고 들어주는 전술이다. 맨 뒷사람이 그 앞사람을 조금 들어주고, 그 앞사람은 더 앞사람을 조금 더 들어줘서 제공권을 장악하는 것이다.
사다리 전법과 빠른 스피드, 공격적인 플레이는 경기장을 찾은 관중들을 열광시켰고 박두익의 멋진 승부 골로 8강 진출 티켓을 거머쥔다. 박두익은 1966년 월드컵 최고의 이변을 일으킨 주인공이 됐고, 영국 축구팬들의 열광적인 환호를 받았다.
1966년 월드컵 신화에 박두익이 있었다면, 2005년 북한의 청소년 팀에는 최명호가 있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홈페이지를 통해 주목할 만한 선수를 소개하면서 최명호를 ‘코리안 호나우두’라고 칭했다. 최명호는 1차전 미국전에서 한골을 넣었고 2차전 코트디부아르와의 경기에서 2골을 넣어 총 3골로 카를로스 벨라(멕시코)와 함께 득점 공동선두에 올랐다.
‘어게인(again) 1966’ 꿈이 아닌 현실
북한 청소년 대표팀이 과거 영국 월드컵에서의 멋진 승부를 재현이 기대된다. 청소년 대표팀은 과거 선배들이 갖고 있었던 체력과 조직력과 함께 국제 대회 경험이 있다. 물론 98년부터 6년동안 공백이 있었지만 2004년 이후 활발한 국제 경기를 통해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있다.
1966년에도 그렇고, 여전히 이탈리아는 우승 후보로 거론되는 강팀이다. 그러나 북한의 강인한 체력을 바탕으로 한 조직력과 경기 경험 그리고 최명호, 김경일 같은 선수들이 선전을 해준다면 8강 진출이 불가능한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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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6년 북한 천리마 축구단 & 사다리 전법(우) |
1966년 영국 월드컵에서 북한 축구팀이 기적을 만들어 낼 수 있었던 것은 그들의 ‘투지’때문이다. 선수들의 투지는 강력한 체력과 정신력에서 나온다. 1966년 당시 북한 팀은 개마고원에서 강도 높은 훈련을 했다. 북한은 전통적으로 체력에 큰 비중을 두고 선수들을 훈련시킨다고 한다. 김일성이 축구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잘 달리는 것’이라고 지침을 내릴 정도로 북한 팀은 체력을 중요하게 여긴다.
과거 북한 축구의 전통은 청소년 대표팀에게도 이어지고 있다. 우수한 유소년 선수를 선발해 동고동락 하면서 전체 선수들이 90분 동안 쉴 새 없이 뛸 수 있도록 강인한 체력 훈련을 시킨다고 한다.
영국 월드컵 당시 북한 대표팀의 가장 큰 약점은 국제 경기 경험 부족이었다. 경험 부족으로 경기 운영을 효율적으로 하지 못한 결과 8강전에서 3골을 먼저 넣는 선전을 보였지만 결국 포루투갈에게 역전패한다.
그러나 지난해 아시아 청소년축구선수권에서 북한은 우리나라와 카타르를 연파하고 결승까지 올랐다. 그리고 현재 8강 진출을 앞두고 있는 것이다. 이런 경기경험으로 대표팀은 현대식 경기 전술을 펼치고 있다.
지난해 아시아청소년축구 선수권대회에서 북한 대표팀은 전력이 뛰어난 팀으로 축구 관계자들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현대 축구에서 가장 중요시 되는 공, 수의 균형 유지에 있어서 참가 16개팀중에 최고 평점을 받았다.
강인한 체력에 기초한 조직력, 국제 대회의 경험을 바탕으로 최명호 같은 골게터가 활약 해 준다면 어게인(again) 66년은 꿈이 아닌 현실이 될 것이다. 24일 이탈리아전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김용훈 기자 kyh@dailyn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