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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차 이산가족 상봉행사가 28일부터 금강산에서 진행되고 있다. 특히 78년 납북된 김영남씨와 어머니 최계월씨의 상봉이 주목을 받고 있다.
김영남씨는 ‘예상대로’ 29일 기자회견을 열고 납북사실을 부인했다.
이산가족 상봉은 대상자부터 북한당국의 철저한 검토를 거쳐 엄선된다. 북한 적십자사는 남한적십자로부터 이산가족명단을 받으면 북한가족들의 준비 정도와 상황을 검토한 후 상봉 대상자를 뽑는다. 잘 나가는 사람일수록 상봉대상에 뽑힐 가능성이 높다. 당국에서 체계적으로 키운 사람, 접견자(김일성 김정일을 만난 사람)거나, 공로자는 우선 대상이다.
특별한 경우 남한 가족 중 정치적 영향력이 있는 사람이나 많은 돈을 타낼 수 있는 기업인일 경우 상봉대상에 포함된다. 북한 당국의 가혹한 처벌을 받았거나, 생활환경이 어려운 사람, 정치범수용소에 감금된 사람들은 제외된다.
‘장군님 덕분에 잘 살고 있다’
북한 적십자사는 상봉에 대비해 이산가족들을 사전에 철저히 교육한다.
가족들은 상봉이 있기 한달 전부터 평양에 올라가 훈련과 교육을 받는다. 남한 가족들에게 ‘장군님 덕분에 잘 살고 있다’는 식으로 이야기 하도록 한다. 체제와 관련한 질문이 있을 경우를 대비해 화제를 다른데로 돌리는 등 대처방법에 대해서도 교육시킨다.
가족들이 생활이 어렵다고 돈을 구걸하지 말 것도 교육한다. 이 때문에 이산가족들은 록 잘못된 말이 튀어나올까봐 후과가 두려워 상봉날짜가 다가오면 기쁨보다 걱정이 앞선다.
평양에서 교육받는 한달 동안 가족들은 당국이 제공하는 음식을 먹고 편안한 생활을 한다. 남쪽 가족과 비슷한 얼굴 빛으로 만들기 위해 당국에서 특별히 좋은 음식을 공급한다. 행사에 참가할 때는 단체복과 신발, 비누, 수건 같은 생필품을 공급받는다.
작년 8월 30일 제 11차 이산가족 상봉에 참가한 북측가족들이 당국에서 일제히 공급한 의복과 모자, 수건 등을 사용하여 언론에 공개된 바 있다.
“기자 완장 두른 ‘안기부 요원’ 경계하라”
북한 당국은 상봉장에 동원된 남측 기자들을 특별히 주의할 것을 강조한다. ‘기자 완장을 두른 사람은 안기부 요원’이라는 것이다.
1985년 9월 이산가족 고향방문단이 처음 서울에 왔을 때 조선중앙TV와 노동신문 등은 남한 기자와 안내원들의 얼굴을 공개하며 “기자 완장을 두른 사람들의 눈빛은 먹이감을 노리는 맹수의 눈빛”으로 묘사하면서 “대체로 안기부 요원들”이라고 소개했다.
85년 이래 지금까지 1만 4천 600여명에 달하는 남북 이산가족들이 만났다.
반세기 동안 묻어둔 말을 하자고 해도 턱없이 시간이 모자랄 판에 당국의 눈치를 봐야 하는 북한 가족들은 상봉장에서 다시 한번 가슴을 쓸어내려야 한다. 본의 아니게 거짓말을 해야 하는 안타까움 때문이다.
한영진 기자(평양출신, 2002년 입국)hyj@dailyn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