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당국이 지난 5일 북한에 주재하는 각국 외교공관에 철수를 권고하면서 일부 외교관들에게 10일께 중거리 탄도미사일을 발사를 예고한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3월 이후 도발 수위를 단계적으로 높이고 있는 북한이 다시 미사일 발사 카드를 본격화 하는 양상이다.
일본 산케이 신문은 소식통을 인용, 북한이 평양주재 해외 외교관들에게 10일께 일본을 지나 태평양을 향해 미사일을 발사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 스가 요시히데 일본 관방장관은 도쿄 시내 3곳의 자위대 시설에 미사일방어망 패트리어트(PAC-3) 미사일을 배치했다고 밝혔다.
앞서 지난달 30일 북한은 ‘정부·정당·단체 특별성명’을 통해 “우리의 첫 타격에 미국 본토와 하와이, 괌도가 녹아날 것”이라고 협박한 데 이어 괌 미군 기지를 사정거리에 둔 무수단급 중거리 탄도미사일을 동해에 실전 배치한 바 있다.
미국은 이같은 북한 탄도미사일 위협을 방어하기 위해 괌에 중거리 미사일 요격망인 ‘고고도 방어체계'(THAAD)를 투입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북한이 위협을 연일 높여오고 있지만 북한 전문가들은 “미북 간 대화를 위한 위협 전략”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미사일을 발사하더라도 미국은 타격하지는 못할 것이며 중국에 대한 우회적인 협박일 가능성이라는 분석도 나왔다.
김연수 국방대 교수는 9일 데일리NK에 “북한은 부정적인 방식을 통해 대화의 시그널을 보내왔다”면서 “개성공단을 통해 한국과 대화의 통로를 만들고, 핵과 장거리미사일을 통해 미국과 대화를 원한다는 메시지를 보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개성공단을 폐기할 계획이 있었다면 성명 발표 정도로 북측 근로자를 철수시켰겠지만, 대남담당 비서(김양건)가 직접 시찰 나와 대화의 시그널을 던졌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김 교수는 “북한이 대화의 메시지를 던질 경우 미국이 대화에 나서지 않을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그는 “미국 국방장관이 중국의 국방부장과 전화통화를 갖고 한반도 정세 안정화에 대한 이해를 공감한 것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를 유예한 것 등을 볼 때 미국도 북한에 대화의 시그널을 보내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차두현 한국국방연구원 연구위원도 북한이 미사일 발사 가능성을 시사하고 긴장을 높이는 것과 관련, “기술력이 실제 있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의도”라며 “이는 미국에 대화를 하자는 메시지”라고 말했다. 그러나 북한이 동해상으로 중거리 미사일을 발사하지 않을 가능성도 있다고 봤다.
김 교수는 북한 위협에 대해 “경제·핵무력 병진노선을 당의 지도노선으로 채택하기 위한 내부 결속 차원”이라며 “전원회의, 최고인민회의를 기점으로 정치적 목적이 달성됐다고 생각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군사 전력 강화를 위해 경제부분의 희생을 감수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서 북한은 의도적으로 위기를 조성했지만 경제·핵무력 병진노선을 확정한 조건에서 주민 생활 안정을 위해 도발수위를 높일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차 연구위원은 “중거리 미사일인 무수단급이 아닌 다른 단거리 미사일을 북측 해역 내에 떨어뜨릴 가능성이 크다”면서 “중거리 미사일을 발사하더라도 일정시간 비행 후 폭파해 위력시위정도만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일각에서는 북한이 위협을 높이는 것은 “중국의 움직임을 이끌어내기 위한 노력”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한 대북 전문가는 “북한이 아무리 도발위협을 강화하더라도 미국의 대화를 이끌어내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중국의 중재를 이끌어내고, 대규모 경제 지원을 얻어내기 위한 전략”이라고 말했다. 이럴 경우 북한은 중국의 관심을 얻을 때까지 도발 수위를 지속적으로 높여나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