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의 스마트폰 해킹 의혹 사건이 불거지면서 이에 대한 정치권 공방이 격화되고 있다. 야당은 국회특위, 국정조사, 청문회 등 모든 수단을 동원할 것을 주장하고 있고 여당은 기존에 약속된 바와 같이 국정원을 현장 방문해 조사를 벌이자는 입장이다.
이번 국정원의 해킹을 놓고 여야가 벌이는 공방이 국정원 고유 기능인 대북정보 수집활동에 치명적인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민간인에 대한 사찰이 사실이라면 큰 문제이지만 아직 결과가 나오지 않은 상황에서 야권 등이 정치공세 소재로만 활용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북한 대남공작 요원 출신 한 고위 탈북자는 21일 데일리NK에 “철저히 조사해서 민간인 사찰이 있었다면 책임자를 처벌하면 되는데, 아직 확인되지 않은 의혹만 가지고 국정원을 매국 집단으로 몰아가는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일이 일어났고 있다”면서 “분단국가의 현실에서 대한민국 안보를 책임지는 국정원의 대북정보 활동은 지극히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야권과 급진적인 언론이 주장하는 국정원 압수수색 등은 국가정보원 직원들에게 ‘옷을 벗고 또 손발을 묶고’ 북한과 싸우라는 것과 같다”면서 “지금 대남 공작을 벌이고 있는 북한 정찰총국이나 통일전선부 간부들은 신이 나서 가용한 대남 공작원 등을 통해 더욱 국정원 흔들기에 몰두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염돈재 전 국정원 차장도 “국정원 고유의 정보활동이 민간인 사찰로 비춰지고 있는 현실 자체가 ‘국가에 해악’”이라며 “국정원 내부에서도 부당명령거부권 등을 도입해 국·처장급 이하 일선 실무자까지 정보기관 본연의 업무에만 충실히 하고 있는 상황에서 그 어떤 국정원 요원이 자신의 인생을 송두리째 앗아갈 떳떳하지 못한 일을 하겠느냐”고 반문했다.
일각에선 북한이 사이버전사를 육성해 대남 심리전과 사이버테러에 주력하고 있는 만큼, 이에 대비한 국정원의 역할을 강화해야 한다는 주문도 제기됐다.
김광진 국가전략안보연구소 연구위원은 “한국 내국인 해킹과 관련한 사실 여부를 확인하기도 전에 국정원의 업무 전반에 대해서 불신을 조장하는 정치 공세는 대한민국 전체의 안보 역량 저하와 국정원 직원들의 사기 저하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지적했다.
유동열 자유민주연구원 원장은 “국가정보기관의 본연의 업무가 지탄받는 현실 자체가 대한민국이 비정상적인 상황에 놓여 있다는 것”이라면서 “일부 세력이 이를 정치화하고 종북언론이 이를 재확산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유 원장은 “북한의 대남 사이버 역량이 강화되고 이러한 상황이 한국의 안보상황을 위협하고 있다”면서 “북한의 도발을 막기 위해 화이트 해킹 등을 제도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고 국정원의 정보활동이 명확하게 정당성을 확보할 수 있는 법제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앞서 17일과 19일 국정원과 국정원 직원들은 보도자료와 공동성명을 통해 국정원 해킹 논란에 대해 “내국인에 관한 해킹은 결코 없었으며, 국정원 고유 업무인 대북 정보활동 이었다”고 밝힌 바 있다. 이와 관련 고유 업무에 대한 정보기관의 적극적 해명 사례는 세계정보기관 역사를 뒤져봐도 매우 이례적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