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대북 확성기 방송의 중단을 요구하며 군사적 긴장을 최고조로 끌어올리고 있다. 22일 오후 5시까지 시한을 설정하고 그 때까지 확성기 방송을 중단하지 않으면 군사적 행동에 나서겠다고 한다. 김정은은 한밤중에 노동당 중앙군사위원회 비상확대회의라는 것을 주재했다. 전방지역에 준전시상태를 발령하고 북한군에게 완전무장하도록 하며 전투 지휘관들을 전선에 급파했다는 것이다. 북한이 뭔가 비상하게 돌아가고 있는 것 같은 분위기다.
그런데, 지금까지의 상황만 찬찬히 뜯어봐도, 북한은 실제 상황 이상으로 ‘우리 화났어’라는 인상을 외부에 보여주고 싶은 것 같다. 고사포로 사격을 하면 우리가 대응사격을 할 것이 뻔한 데도 북한은 이를 유도하고 나서 당중앙군사위 비상확대회의를 소집했다. 그것도 김정은 주재로 굳이 한밤중에 회의를 열고 새벽부터 이 사실을 알렸다. 김정은이 회의를 주재한 모습이 조선중앙TV를 통해 즉각 공개된 것은 물론이다.
“군사작전을 지휘할 지휘관들이 임명돼 해당 전선에 급파됐다”는 결정도 그렇다. 전방 지역에 이미 군부대가 배치돼 있고 부대마다 지휘관들이 있을 텐데, 새로운 지휘관들이 임명돼 전선에 급파될 이유가 있는가? 전투를 한다고 해서 평양에서 지휘관이 새로 내려가야 하는 상황이라면, 평소 군부대 지휘관들은 무엇 때문에 존재하는 사람들인가? 북한이 공표하고 있는 내용들이 다분히 ‘보여주기식’ 위협에 치중하고 있다는 얘기이다.
북, ‘보여주기식 위협’에 치중
2013년 상반기 이른바 ‘반미대결전’이 진행되던 당시에도 북한은 말의 성찬으로 남한을 공포로 몰아넣으려 했다. ‘1호 전투근무태세 진입’ ‘미사일 부대에 사격대기 지시’ ‘남북관계 전시상황 돌입’ ‘최후결전의 시간이 왔다’는 것이 다 그 무렵에 나온 말들이었다. 평양 주재 외국공관에 전쟁이 임박했으니 철수를 권고했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였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특별한 일은 없었다.
이번에도 북한은 실제 이상으로 뭔가가 생길 것처럼 ‘보여주기식 위협’을 계속하고 있다. 아마 앞으로 전쟁이 임박한 것 같은 위협들이 더 나올 것이다. 소규모 군사도발 가능성은 충분히 있어 보이고 우리가 철저히 대비해야 하겠지만 우리 사회를 공포 분위기로 끌고 가려는 북한의 의도에 놀아날 필요는 없다.
南공포 분위기 조성하려는 北의도에 놀아나지 말아야
지금 북한이 우리 사회에 공포 분위기를 조장해 얻으려는 것은 확성기 방송의 중단이다. 북한은 확성기 방송을 중단시키기 위해 나름대로 세밀히 머리를 굴리고 있다. 강공으로만 나가서는 확성기 방송을 중단시킬 수 없기 때문에, 김양건 비서를 통한 대남 대화 제의도 병행하고 있다. “현 사태를 수습하고 관계개선의 출로를 열기 위해 노력할 의사가 있다”는 만큼, 확성기 방송을 일단 중단하고 남북 간에 대화를 하자는 것이다. 우리 사회 내에 전쟁에 대한 공포 분위기가 확산되고 이로 인해 확성기 방송을 중단하자는 여론이 확산된다면 북한의 대화 제의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을 것인 만큼, 북한은 나름의 계획 하에 대화를 제의해놓은 것이다.
목함지뢰 사건 이후 군 당국이 발표한 ‘혹독한 대가’가 겨우 확성기 방송 재개냐는 비아냥도 있었지만, 북한이 확성기 방송 중단에 ‘올인’하는 모습을 보면 대북 확성기 방송이 북한의 가장 아픈 부분을 찌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된 셈이다. 당장 북한군에 타격을 가하는 것은 아니지만, 두고두고 전방부대에 배치된 북한 장병들의 정신전력을 약화시키는 것이니 북한이 민감하게 반응하지 않을 수 없다. 2004년 북한이 그렇게도 확성기 방송 중단을 원했던 것도 바로 이 때문이었다.
도발에는 대비하되 차분한 대응 필요
앞서 언급한대로 지금 시점에서 북한의 도발 가능성은 상당히 높다고 봐야 할 것이다. 하지만, 북한은 실제 위협 이상으로 우리가 겁먹기를 바라고 있다. 대북 확성기 방송이 심리전이라면 북한도 지금 심리전을 하고 있는 것이다. 북한의 도발에는 철저히 대비해야 하겠지만 차분한 대응이 필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