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중재 본격화..’6자’ 돌파구 찾나

북한과 미국간 대화무드가 무르익는 가운데 중국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후진타오(胡錦濤) 국가주석의 특사인 다이빙궈(戴秉國) 외교담당 국무위원이 16일 평양을 방문, ‘북핵’을 화두로 내걸고 최고위급 북.중 대화에 나선 것이다.

미국이 북.미 양자대화를 수용한 데 이어 북핵 ‘중재역’을 자임해온 중국이 개입하는 모양새가 연출되면서 교착국면에 갇혔던 북핵사태가 ‘출구’를 향해 급진전되는 분위기다.

일단 다이빙궈 국무위원의 방북은 현 국면에서 ‘묵직한’ 의미로 다가서고 있다. 이는 무엇보다 6자회담 재개를 겨냥한 중국의 움직임이 본격화됐다는 점에서다.

중국은 그간 다양한 경로로 북한에 6자회담 복귀를 종용했으나 북한이 이를 번번이 거부해 ‘체면’을 구겨왔다. 그러나 이번에는 후진타오 주석의 친서를 지닌 특사를 보냄으로써 김정일 위원장을 겨냥해 ‘최고위급 설득’에 나선 것으로 볼 수 있다.

한 소식통은 17일 “북한을 움직일 수 있는 건 결국 중국의 힘”이라며 “중국이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건 그만큼 국면전환에 대한 확신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 미.중이라는 ‘G2’ 차원의 공동보조라는 점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미국은 ‘양자대화’를 미끼로, 중국은 ‘직접 설득’ 카드로 북한의 6자회담 복귀를 유인해내는 역할분담을 꾀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물론 현 북핵국면이 북.미 양자구도로 급진전되는 데 대해 중국이 자극받은 측면도 없지 않지만 그보다는 양국이 이미 7월말 미.중 전략대화에서 북핵에 관한 큰 틀의 밑그림을 그려놓고 움직이고 있다는게 전문가들의 대체적 관측이다.

이번 방북은 중국의 중재 속에서 북.미가 사실상 ‘간접대화’를 시도한다는 의미도 갖는다. 미.중 전략대화에서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을 상대했던 다이빙궈 국무위원이 이번에는 김정일 위원장과 만남으로써 양측이 본격적인 북.미 대화에 앞서 서로의 ‘그림’을 탐색해보는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런 맥락에서 보면 이번 방북은 북한을 6자회담으로 이끌어내내는 촉매제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이는 그만큼 ‘분위기 조성’이 충분히 이뤄져 있다는 분석과도 맞물려 있다. 그간 6자회담 재개의 형식을 놓고 대치해오던 양측은 최근 대화모드로 돌아서면서 일정한 ‘교집합’을 형성해내고 있다는 분석이다.

먼저 북한의 입장에는 미묘한 후퇴조짐이 읽힌다. 당초 “6자회담은 영원히 종말을 고했다”(김영남 위원장)고 단언했던 북한은 이달초 유엔 안보리에 보낸 편지에서 “자주권과 평화적 발전권을 난폭하게 유린하는 데 이용된 6자회담 구도를 반대한 것이지 비핵화 그 자체를 부정한 적은 없다”고 주장했다.

이는 역설적으로 미국이 북한의 ‘자주권과 평화적 발전권’을 보장한다면 한반도 비핵화를 위한 6자회담 복귀가 가능하다는 입장을 표현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에 대해 미국은 ‘당근’의 매력도를 높이며 북한을 유인하고 있다. 클린턴 장관이 16일 북한의 비핵화 조치에 대해 분명한 ‘인센티브’를 제공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것은 이런 흐름에서다.

이런 가운데 다이빙궈 국무위원의 방북을 보도한 북한 매체가 “(북.중이) 허심탄회하고 깊이있는” 대화를 나눴다고 이례적인 표현을 쓴 것은 양측의 대화에 의미있는 진전이 있었음을 시사한 것이라는 게 소식통들의 전언이다.

외교가에서는 이번 방북을 계기로 남는 과제는 북한이 어떤 명분과 수순으로 6자회담에 복귀하느냐로 모아지고 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한 소식통은 “북한이 다이빙궈 국무위원의 방북을 수락한 것은 이미 6자회담 복귀에 관한 양측간 교감이 충분히 무르익었기 때문”이라며 “북한이 어떻게 체면을 살리면서 복귀하는가가 논의의 주안점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6자회담이 재개되더라도 과거와 같은 모습의 6자회담이 재연될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는게 외교가의 대체적인 시각이다. 이른바 북.미 양자대화의 내용성을 갖추면서 6자회담의 형식을 살리는 ‘변형된 6자회담’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이에 따라 북핵 문제의 실질적 키를 쥔 북.미 양국이 협상을 먼저 진행하고 이를 중국의 중재하에 6자회담의 틀로 구현해내는 미묘한 방식이 될 것이란 관측이 대두되고 있다. 이른바 ‘2+4’ 형식이 될 가능성이 높다는 얘기다.

이 과정에서 6자회담 의장국인 중국의 ‘창의적’ 역할과 이니셔티브가 더욱 강화될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결국 다이빙궈 국무위원의 이번 방북은 단순히 6자회담 복귀 설득이라는 차원을 넘어 6자회담 ‘새판짜기’의 향방을 가르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