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카지노 사업으로 탈북자 泰입국 어려워져”



▲태국 국경과 접한 라오스 영토 인근 중국령. 왼쪽은 중국이 운영하는 카지노, 오른쪽은 중국 세관 건물이다./데일리NK

“탈북자들의 주요 루트였던 태국·라오스 국경 지역에 중국 공안이 국경 경비를 서는 중국령(領) 영토가 생기면서 탈북자들의 태국 입국이 어려워졌다. 탈북자들은 올 초부터 공안들을 피해 수십 킬로나 떨어진 남동쪽 지역으로 이동해 태국으로 입국하고 있다” 

태국 국경지역에서 탈북자 지원 활동을 벌이고 있는 한 선교사가 현지를 방문한 기자에게 건넨 말이다. 중국은 태국·미얀마·라오스 등 3국 국경이 접한, 이른바 골든 트라이앵글(The Golden Triangle) 인근 일부 지역을 라오스 정부로부터 99년간 임대받았다. 선교사에 따르면 중국 부호들이 카지노를 마음껏 즐기기 위해 라오스 토지를 임대하고 현재 카지노 사업이 성행 중이다.

지난해 중국 세관과 카지노 건물 공사가 마무리돼 올 초 카지노를 오픈하면서 중국 공안이 이곳 경비를 서게 됐다. 때문에 탈북자들은 이곳을 피해 메콩강을 따라 한 시간 가량 떨어진 곳까지 이동해 태국·라오스 국경을 넘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작년 이곳에서 밀수꾼과 현지 경찰 간의 총격전까지 벌어져 최근까지 경비가 삼엄해 과거 주된 탈북 루트였던 이곳에 탈북자들이 거의 없다는 것이 현지 사정에 밝은 관련자들의 전언이다.

“탈북자 90% 태국 통해 남한 입국”

대부분의 탈북자는 중국 남방지역인 운남성을 통해 라오스, 태국을 경유해 입국하고 있다. 2000년대 초반까지 중국과 국경을 접한 국가들인 몽골, 베트남, 미얀마, 라오스 등 다양한 루트가 있었지만, 현재는 탈북 루트가 모두 막혀, 90% 이상의 탈북자들이 라오스·태국 루트를 통해 국내로 입국하고 있다.

북·중 국경에서 중국 운남성에 이은 태국·라오스 탈북 루트는 수천 킬로미터를 이동해야 하는 ‘고난의 행군’이다. 북중 국경지역의 공안을 피해 남한 입국이라는 희망을 갖고 먼 타국까지 왔지만 또다시 중국 공안에 의한 강제 북송의 공포에 떨어야 하는 것이다. 선교사는 “목숨 걸고 수천 킬로미터를 이동해온 탈북자들은 중국 공안이 있다는 말에 공포에 떨기도 한다”면서 “중국령이기 때문에 체포되면 강제북송될 가능성이 상당히 높다”고 말했다.  

현재 라오스·태국 탈북 루트를 통해 일주일에 10명 많게는 15명이 국경을 넘고 있다는 것이 현지 교민들과 선교사들의 판단이다. 최근 골든 트라이앵글 주변 경비가 다소 완화돼 극소수의 탈북자들이 이곳 국경을 바로 넘는 경우가 있다고 하지만 아직까지 공안의 경비를 피해 남동쪽 방향으로 이동해 국경을 넘는 탈북자들이 절대 다수다.

탈북자들은 보통 국경을 넘게 되면 탈북 브로커의 조언에 따라 각 관할 경찰서를 찾아간다. 탈북자들은 경찰이라는 뜻의 폴리스(Police)라는 단어를 외워 국경을 넘자마자 만나는 현지 주민들에게 ‘폴리스’라고 말해 관할 경찰서로 데려다 줄 것을 부탁한다.

과거에는 새벽에만 메콩강을 건넜으나 요즘에는 대낮에도 국경을 건넌다고 한다. 태국 경찰들이 국경 곳곳에 있어 탈북자들에게 뇌물을 받고 경찰서로 이송시켜 주기도 한다.

“영어 한마디 못하는 탈북자, ‘폴리스’라는 말은 해”

태국 북부 지방 치앙라이주(州) 주도인 치앙라이를 비롯해 치앙센, 치앙콩, 메싸이 등의 경찰서에 탈북자들이 불법 입국자로 체포되면 곧바로 치앙라이 지방법원으로 이송된다. 이곳에서 짧게는 2, 3일 길게는 일주일 동안 재판을 받는다. 재판을 받은 탈북자들은 메싸이 이민국수용소에 집결된다.

기자는 메싸이 이민국수용소에 직접 찾아가 탈북자 관련 몇 가지 질문을 던졌다. 이민국 직원은 탈북자들을 절대로 만날 수 없다고 했다. 과거에는 민간인이 탈북자들을 만날 수 있었지만, 한국 외교부가 지난 5월부터 탈북자 문제를 전담하면서 민간인 접촉이 허용되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다만 수용 인원에 대해서만 들을 수 있었다. 

9월 초 현재 여성 20명(청소년 7명, 성인 13명)과 남성 1명 등 총 21명이 메싸이 이민국수용소에 수감돼 있었다. 현재 탈북자들은 대부분 가족단위로 탈북하고 있으며, 보통 2, 3명 많게는 4명의 한 가정이 탈북하고 있다는 얘기를 들었다. 여성이 남편을 제외한 자식들을 데리고 탈북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이곳에서 방콕 이민국수용소로 이감되기 위해선 약 50여 명의 탈북자들이 모여야 한다. 때문에 짧게는 10일 길게는 한 달 가량 이곳에서 머물다 방콕 이민국수용소로 이송된다. 방콕 이민국수용소로 이감되면 한 달 이내의 조사를 받고 한국에 입국하게 되는 것이다. 결국 탈북자들이 라오스·태국 국경을 넘은 이후 남한에 입국하기 까지 짧게는 한 달 길게는 두 달 가량의 시간이 소요되는 셈이다.

과거에는 불법 체류자로 체포된 탈북자들은 관할 경찰서가 마련해준 거처에서 일주일 가량 머물다가 치앙라이 지방법원으로 이송됐다. 그러나 현재는 경찰서에서 숙박하지 않고 바로 법원으로 이송돼 재판 절차가 진행되고 있어 탈북자들의 남한 입국이 그만큼 빨라진 것이다.

기자가 찾은 과거 탈북자들이 머물렀던 경찰서 임시 거처 환경은 열악했다. 치앙센, 치앙콩 경찰서에 마련된 탈북자 임시 거처에는 그들이 임시로 묵었던 흔적만 남아 있었다. 남녀가 생활한 방과 생활수칙, 모기장, 밥솥, 한국 서적 등도 현재까지 남아 있었다.

치앙센 임시 거처는 2층 목조 건물로 협소한 공간이었고 치앙콩 경찰서 옆 공터에 마련된 임시 거처는 천막으로 만들어져 내부에 나무 평상 두 개와 의자 몇 개만 있을 뿐이었다. 외부에 노출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붉은색 양철로 에워싸여 있었다.

“南외교부·태국 경찰·이민국 공조 잘 이뤄져”

임시 거처는 천막이나 목조 건물로, 무더운 여름 날씨에 탈북자들이 지내기가 상당히 불편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수십 명이 생활하기 협소해 이들의 세면과 샤워, 위생문제 등이 발생하기도 했다는 것이 현지 선교사들의 전언이다.

환경은 열악했지만 이들은 상대적으로 자유로운 생활을 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정한 시간에 외출이 가능했고 시장에서 배추를 사다가 김치를 담가 먹는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현지 교민은 “과거 일주일 가량 탈북자들이 경찰서가 마련한 거처에서 지내다가 지방법원으로 이송됐었지만, 현재는 탈북자가 체포되자마자 지방법원으로 이송되기 때문에 경찰서가 마련한 거처에는 탈북자가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탈북자들이 태국에 입국하자 마자 경찰서에 체포돼 임시로 거주했던 은신처./데일리NK

올해 5월부터 치앙라이에 탈북자들을 돕기 위한 외교부 전담 직원이 활동을 하면서 남한 정부와 태국 경찰, 이민국 간의 공조가 잘 이뤄지고 있다는 것이 현지 교민들의 평가다.

탈북자 지원을 오랫동안 해온 현지 교민은 “외교부 직원이 탈북자들을 직접 담당하게 되면서 민간이나 선교사들의 도움이 사실상 필요 없게 됐다”면서 “현재 태국 정부와 공조가 잘 이뤄져 탈북자들이 최단시간에 재판을 받고 방콕 이민국수용소로 이송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5월 이전에 탈북자들을 아무 제지 없이 접촉해 애로사항을 듣고 지원해오던 선교사들은 탈북자들을 만날 수 없다는 점에서 불만을 토로했다. 올해부터 탈북자 지원을 해온 한 선교사는 “정부는 탈북자들의 신속한 처리와 불필요한 민간인 접촉이 탈북자 이송을 지연시킬 수 있기 때문에 접촉을 자제해 줄 것을 요청했지만 정부가 못하는 부분을 선교사들이 메울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선교사는 “심리적으로 불안한 상태에 있는 탈북자들에게 현지 관계자들과의 접촉은 이들에게 심리적 안정을 줄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현지 대사관 관계자는 “탈북자 관련 태국 경찰과 이민국수용소 간 공조가 잘 이뤄져 최단시간에 탈북자 문제가 처리되고 있는 상황에서 민간인이나 선교사들의 불필요한 접촉은 문제를 초래할 수 있다”고 말했다.

“탈북자들의 비협조적 태도 문제 있어”

한편, 치앙라이와 메싸이에 거주하는 현지 교민들은 탈북자들의 인식변화로 크고 작은 문제가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는 탈북자들이 불법체류자 신분이라는 점을 망각하고 비협조적인 행동과 고자세를 보이기도 한다는 것이다. 

치앙라이에 거주하고 있는 한 교민은 “남한 가족의 도움으로 태국에 온 탈북자들은 태국에서의 재판과 남한 입국 과정을 정확히 알고 있고 중국에서 오랫동안 생활한 탈북자들도 마찬가지로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이들의 태도가 과거와는 많이 달라졌다”면서 “일부 탈북자들은 도움을 받는 것을 당연시 여겨 통제에 따르지 않는 경우가 있다”고 전했다.

이어 그는 “탈북자들이 자신들을 받아준, 도와준 사람들에 대한 고마움보다 이를 당연시하고 있으며 일부 탈북자들은 불평과 불만을 보이기도 한다”면서 “이로 인해 교민들 사이에서 이들에 대한 동정심은 상당히 약해졌고 ‘정부가 알아서 하겠지’라는 소극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고 덧붙였다.

▲본 기획물은 한국언론진흥재단 언론진흥기금의 지원을 받아 제작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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