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북한 통일 남북관계 예측’

“남측의 텔레비전 대담을 내가 보는데 소위 전문가라는 사람들을 모아놓고 찬성이냐 반대냐 얘기들을 하는데 내가 보면 북조선 실정은 전혀 모르고 책만 보고 딴 소리를 하더군요.”

김정일 국방위원장은 2000년 8월12일 북한을 방문한 남측 언론사 사장단과 오찬에서 ‘북한에 대해 무지한’ 남측의 전문가들을 언급하면서 이같이 말했다고 전해진다.

94년 7월 김일성 주석의 사망 이후 한국을 비롯한 세계 각국의 전문가들은 대부분 “몇년 내에 북한은 붕괴될 것”이라고 호언장담했지만 이같은 예측은 빗나가 북한은 여전히 ‘건재’를 과시하고 있다.

이런 경험은 전문가들에게 대북 예측력의 한계를 뼈저리게 느끼도록 한 계기가 되기도 했지만 “북한은 예측 불가능하다”는 통념을 확산시키는 데도 기여했다.

하지만 고려대 북한연구소 연구교수로 있는 배진수 박사는 최근 발간된 ‘북한 통일 남북관계 예측’(지샘 刊)에서 이런 인식에 강력한 도전장을 던지고 나왔다.

그는 “그간 국내 분석가들 대부분은 이러한 북한 예측의 한계 자체를 ‘북한이란 나라는 예측 불가능하다’는 논리로서 회피하려는 경향이 지배적인 것으로 보인다”고 비판했다.

오히려 배 박사는 “모든 현상은 예측 가능하며 예측불가능한 것으로 보이는 현상은 단지 우리가 아직 예측하는 방법을 개발하지 못했을 뿐이다”는 대전제에 입각해 북한의 경우에도 일관된 규칙과 패턴이 반드시 있을 것이라고 단언한다.

북한이 ‘깡패국가’라면 깡패 나름의 행동강령이 있을 수 있고 행동 자체가 비정상적인 국가라고 하더라도 심리학 이론에 비춰보면 정신지체자.정신장애자.정신이상자들 나름대로 행동패턴이 있을 수 있다는 점에서다.

일례로 그는 김 주석 사후인 94년 7월10일부터 11일까지 국내 10대 일간지에 소개된 김정일 권력승계 이후 권력체제의 안정성에 대한 전문가 20명의 예측을 분석해 자신의 가설을 뒷받침하고 있다.

당시 김정일 체제가 안정적일 것이라고 내다 본 전문가는 모두 5명에 그쳤다.

흥미로운 점은 이중 4명은 모두 ‘북한 전공자’로서 ‘현재도 북한 연구를 하고 있는 자’라는 공통점을 갖고 있었다는 사실이다. 반면 ‘북한 비전공자’로서 동시에 ‘현재 북한 연구를 하지 않는’ 전문가 8명은 너나없이 예측에 실패했다.

왜 이런 차이가 나타났던 것일까.

그는 “김정일 권력기반이 확고하고 군장악이 확고하다”는 근거를 제시했던 전문가들은 대부분 예측이 적중했지만 김정일의 카리스마적 능력과 자질이 부족하고 권력기반이 취약하다고 생각한 전문가들은 예측이 빗나갔다“고 분석했다.

결국 지속적인 연구를 통해 김정일 개인의 자질 및 능력과 권력 장악력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갖고 있느냐 여부가 전문가들 사이에서 예측의 정확성을 가르는 결정적 변수가 됐던 셈이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