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봉선 칼럼]김정은 상황 오판 가능성을 경계해야 한다

박근혜 대통령의 국회 탄핵안이 헌법재판소로 넘어갔다. 이제는 헌법재판소가 헌법적 절차를 통해 어떤 결정을 내릴지 진득하게 기다리면서 안보문제를 국가의 최우선 과제로 다루어야 한다.

주한 미8군 사령관이 최근 조만간 북한이 도발할 것으로 예측했고, 이러한 우려를 반영하듯 북한 김정은은 얼마 전 북한군 수뇌부가 지켜보는 가운데 특수부대를 동원해 청와대를 습격하고, 주요 인사를 납치하는 훈련을 했다. 북한 조선중앙통신은 청와대 침투 공격은 김정은의 훈련 개시 명령이 떨어지자마자 3개 루트로 북악산과 인왕산에 침투한 전투원이 낙하산으로 청와대 외곽에 내려 경비병을 공격하는 훈련을 했다고 전했다. 훈련은 청와대 상공 헬리콥터에서 강하한 전투원이 청와대 내부로 진입한 데 이어 저공 침투용 AN-2 경수송기에서 뛰어내린 전투원도 청와대를 집중 사격했다.

북한 매체는 김정은이 훈련 후 전투원들이 청와대 모형물을 종횡무진 짓이겨대는 모습을 보고 “잘하오. 잘해, 적들이 반항은 고사하고 몸뚱어리를 숨길 짬도 없겠소”라며 호탕하게 웃었다고 했다. 이어 “콩 볶듯이 울리는 총성과 수류탄이 작렬하는 속에 역적패당들을 모조리 사살한 전투원들은 심판대에 꿇어앉힐 악당들을 생포하고 연기처럼 사라졌다”고 했다. 여기서 ‘생포한 악당’은 박 대통령을 포함한 정부 최고위층일 것이다.

이런 안보위기 가능성이 대두되고 있지만, 한국 내부는 여전히 혼란스러운 모습이다. 특히 유력한 차기 대선 후보인 문재인 대표는 “(헌법재판소가 탄핵안을 기각하면) 그 다음은 혁명밖에 없다”는 발언도 서슴지 않는다. 헌재 결정을 따르지 않으면서 자유민주주의 기본 질서를 해치겠다는 오해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또한 미국과 이미 합의를 끝낸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문제도 걸고넘어지고 있다. 촛불 민심을 이용해 국가안보의 중대사항을 번복하겠다는 움직임이다. 이런 상황을 가장 흐뭇하게 관망하고 있을 사람은 아무래도 북한 김정은일 것이다. 이처럼 우리의 내부에서 혼란만 가중되는 현상은 북한의 오판을 불러올 수도 있다. 탄핵안 통과 직후 미국 국방부 대변인이 이례적으로 우리 측에 정책의 일관성과 연속성을 주문한 것은 이런 불안을 반영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노무현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안이 가결됐던 2004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한반도를 둘러싼 정세는 엄중하다. 북한이 이미 핵실험을 다섯 번이나 실시했고,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까지 시험 발사하는 등 군사적 도발을 지속하고 있다. 미국의 대한(對韓) 방위 공약도 예전과는 다른 분위기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등장으로 한반도를 둘러싼 주변 상황은 예측 불허다. 이러한 가운데 국방부가 안전하다고 장담해 왔던 군 내부 인트라넷(국방망)이 북한 추정 외부세력에 의해 해킹당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군 인트라넷이 뚫린 것은 창군(創軍) 이래 처음이라고 한다. 나라를 지키는 군에서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국방부는 작전계획, 외국에서 받은 군사 자료 등 민감 정보는 유출되지 않았다고 했지만 믿어야 할지 의문이다. 군이 외부망에 악성코드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이상 상황을 확인하고서도 국방망이 뚫린 것을 알지 못했다는 사실이 확인되고 있다. 현재 우리는 최악의 군사적 위기 상황에 직면하고 있을지 모를 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내부에서는 국가안보를 진정으로 걱정하는 목소리는 전무해 보인다.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에 어떻게 하면 자신의 정치적 이득을 극대화할 것인가에 몰두하고 있을 뿐이다. 이제는 어떻게 하면 이 사태를 하루 빨리 진정시키고 총체적 위기의 안보 상황을 극복하면서 안정화를 도모할 수 있을지에 대해 지혜를 모아야 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