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봉선 칼럼]北미사일 도발과 김정은 체제 불안의 상관성

북한이 최근 정권수립 기념일(9·9절)을 앞두고 동해상으로 탄도미사일 3발을 발사했다. 합동참모본부는 지난 5일 황해북도 황주 일대에서 발사한 미사일이 노동으로 추정되며 3발 모두 1000km 내외로 비행했다고 밝혔다. 또한 “G20정상회의 개최 중에 핵과 미사일 능력을 과시함으로써 한반도에 군사적 긴장을 지속시키려는 무력시위의 일환”이라고 했다. 일각에서는 4일부터 시행된 북한인권법에 대한 반발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북한의 이번 탄도미사일 발사는 지난달 24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을 발사한 지 12일 만이다. 북한은 올해만도 스커드와 무수단, 노동 미사일 등을 수십 발 발사했고 지난 3일에도 노동 미사일 두 발을 발사했다.

노동 미사일은 북한이 개발한 중거리 탄도미사일로 북한식 이름은 화성 5호다. 사정거리는 약 1000~1300km로 알려져 있다. 이번 미사일은 일본 방공식별구역(JADIZ)을 400km 이상 침범한 것으로 파악됐다. 물론 사전 항행경보 발령은 없었다. 북한이 일본 등 국제사회의 강력한 반발에도 노동 미사일을 발사한 것은 주일 미군 기지를 타격할 수 역량을 미국과 일본에 실제로 보여주기 위한 의도도 포함돼 있다. 북한 동해안에서 약 1000km면 일본 본토에 있는 요코스카(橫須賀) 해군 기지, 요코타(橫田) 공군 기지, 사세보(佐世保) 해군 기지 등이 사정권에 들어간다. 이 기지들은 한반도에서 전면전이 발생할 경우 미 해·공군 무기와 병력이 출동하는 곳이다. 요코스카 해군 기지는 미 원자력 항공모함 전단 등을 운용하는 7함대의 모항(母港)이고, 사세보 기지는 4만t급 대형 상륙함 등 유사시 대규모 상륙작전에 필수적인 함정들이 배치돼 있을 뿐만 아니라 수백만t의 전시(戰時)용 탄약도 비축돼 있다.

이 같은 외부 도발은 북한 내부 사정과도 연관된 것으로 보인다. 내부 결속을 다지기 위해 일부러 위기감 조성을 꾀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런 목표 달성도 쉽지 않을 것이라는 지적이 많다. 공개처형 증대라는 극단적인 방법을 통한 주민 통제로 내부 민심 이반이 가속화되고 있다는 얘기다. 북한은 핵미사일 도발로 인한 대북제재에 따른 경제난을 우려하면서 주민 노력 동원(70일·200일 전투)과 무리한 상납금 강요에 주력하고 있는데, 이에 대한 불만도 적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 김정은은 ‘공포통치’에서 벗어날 생각이 없어 보인다. 우리 정부 발표에 따르면, 북한은 최근 내각 부총리 김용진을 6월 29일 최고인민회의에서 불량한 자세로 앉아 있었다는 이유로 반당반혁명분자, 현대판 종파로 낙인을 찍어 총살했다. 또한 김정은 체제 실제로 꼽히는 김영철 통일전선부장을 고압적 태도를 보이고 무리하게 당 통일전선부의 권한을 확장 추진하는 등 권력을 남용했다는 이유로 지방농장 혁명화 처벌은 내렸다. 그러나 이러한 김정은의 공포정치는 결국 스스로 체제 불안정을 가중시킬 뿐이다. 북한 해외공관 주재원 탈북이 이어지고 있다는 소식이 이를 반증하고 있다.

김정은이 체제를 유지할 수 있었던 것은 주변 심복들의 충성심 때문이었다. 그러나 이들마저 불신을 하면서 내친다면 누가 김정은 체제를 호위할 수 있겠는가? 아버지 김정일은 수하들로부터 환심을 사기 위해 수시로 선물 정치를 하였다. 벤츠 자동차를 제공하거나 외제 고급 TV 등 전자 제품을 호위총국이나, 호위사령부, 군부 등에 선물하면서 정권을 유지했다. 그러나 김정은은 이와는 반대로 측근을 수시로 처형하여 자신의 적대세력으로 만들고 있다. 

외부 사정도 김정은에게 호의적이지 않다. 연이은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으로 겹겹이 제재를 받아 통치자금 확보도 여의치 않다. 핵미사일 개발은 부품 상당량을 수입에 의존해야한다. 마구잡이로 발사 투발 실험으로 이제는 금고도 바닥이 나고 있다. 노동 미사일은 수년 전 러시아로부터 수입한 스커드 미사일을 4개정도 묶어서 사거리를 늘렸다는 첩보도 있다. 보유하고 있는 러시아산 수입 미사일이나 부품이 무한정 있지 않다는 것이다.  

스스로 위험을 자초한 김정은에게는 선대(先代) 김일성·김정일이 내세운 주체사상이나 선군정치 등 리더십도 부재한 상황이다. 이런 상황임에도 일각에서는 “대북제재 효과가 없다” “사드(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는 우리의 제1의 무역 파트너 중국과의 갈등을 빚어 우리 스스로  무덤을 파고 있다”는 등 남남갈등을 양산하고 있다. 최근 방한한 미 국방부 미사일 방어청 제임스 시링 청장은 “사드는 지난 10여 년 동안 발전해 왔고 13회의 요격 시험에서 모두 성공적으로 표적을 맞췄다”면서 “이중 6회는 한미가 우려하는 위협과 유사한 상황에 대한 시험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사거리 1000Km 이하 단거리미사일(SRBM)과 사거리 1000~3000Km의 준중거리미사일(MRBM) 관련 시험에서 100% 요격에 성공했다”고 했다. 사드 배치 관련 온갖 괴담은 허구라는 지적이다.

또한 현재 우리에게는 사드 외에 더 이상의 북한 도발에 대한 방어 수단이 없다. 안보는 쉽게 얻는 것이 아니다. 국가를 수호하는 데는 인내와 고통이 따르게 마련이다. 사드 문제로 빨간띠 두르기, 삭발하기 등으로 분열해서는 안 된다. 유엔 역사상 가장 강력하다고 평가되는 2270호 대북 제재도 실행된 지 이제 겨우 6개월 정도 지났다. “중국이 유엔 차원의 대북 제재 공조 대오에서 이탈할 수도 있다”는 우려보다는 동맹국과 외교활동 강화에 노력을 기울일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