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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남철수 작전의 진정한 영웅은 구조대원이 아니라 피난민들이었다”
1950년 12월 ‘흥남철수’ 작전에 참여했던 미국인 로버트 러니(79•변호사) 씨는 3일 오전 한나라당 이재오 원내대표를 예방한 자리에서 “공산치하에서 5년 동안 생활한 피난민들의 자유를 향한 의지와 열정, 침착함이 흥남철수 작전을 만들었다”면서 “그들이 진정한 영웅”이라고 강조했다.
이 원내대표는 한나라당 몇몇 의원들과 러니 씨를 맞이한 자리에서 “거듭 동포의 목숨을 구하고 애정을 가져주셔서 감사 드린다”고 말했다.
러니 씨는 당시 흥남항에서 북한군과 중공군에 포위된 피난민 1만4천명을 싣고 거제항으로 귀환한 미국 상선 매러디스 호의 선원. 매러디스 호는 7000톤 급 미국 상선으로 6•25전쟁 당시 흥남항 인근 해역에서 미군 항공기에 제트유를 공급하는 임무를 하다 흥남철수 작전에 참가했다.
러니 씨는 “피난민을 배에 싣고 출발한 지 1시간 30분 후 중공군의 포격으로 흥남항은 철저히 파괴되고 말았다”며 당시의 긴박한 상황을 회고했다.
러니 씨는 “피난민들이 계속 ‘빨리빨리’라는 말을 외쳤다”면서 “우리 배에는 노인들과 여자들만 타고 있었는데, 그들이 살 수 있는 유일한 길은 바다를 통해 탈출하는 길뿐이었다”고 말했다.
그는 매러디스 호 선장으로 구조작업을 지휘한 래너드(2002년 사망) 씨를 떠올리면서 “자유민주주의 핵심 중의 하나가 강력한 리더십”이라고 강조하자, 이 원내대표는 “어려운 상황에서는 리더십이 중요하다는 말씀으로 이해하겠다”며 나름의 의미를 부여했다.
이 원내대표는 “한나라당 김애실 의원이 당시 어린 아이로 어머니의 품에 안겨서 흥남에서 철수한 사실이 있다”면서 “배에 탈 때는 주변에서 어린아이가 울면 적들에게 쉽게 발견될 수 있기 때문에 버리고 가라는 말까지 들었다고 한다”고 말했다.
러니 씨는 지난달 한국을 방문해 우석대에서 명예정치학 박사를, 재향군인회에서 대휘장을 수여 받았다.
신주현 기자 shin@dailyn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