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北 수해 10년전 ‘고난의 행군’과 다르다

▲ 북한에 내린 집중호우로 모래와 석비래에 묻힌 강원도 금강군 농경지의 모습 ⓒ연합

대북지원단체 좋은벗들이 북한 지역의 수해 피해로 사망, 실종자가 1만명에 달할 것이라고 발표해 논란이 되고 있다. 이재민은 130-150만 수준에 이를 것이라고 전했다.

좋은벗들은 올해 북한의 홍수피해 지역과 규모를 적시하면서 아직도 시체가 물에 떠다니고 있으며 구호물품도 제대로 전달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또 홍수피해가 1990년대 후반보다 더 심각하지만 미사일 사태 이후 준전시 상태이기 때문에 군대를 동원하지도 못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소식이 전해지자 북한 내에서 유일하게 국제기구로 복구활동을 지원하고 있는 국제적십자연맹(IRFC) 관계자가 이를 부인하고 나섰다. 한마디로 ‘믿기 어렵다’고 했다.

IRFC 동아시아대표단 알리스터 헨리 단장은 “국제적십자사연맹은 현재 국제기구로는 유일하게 북한 현지에서 물난리 피해주민들에게 지원 활동을 펼치고 있다”면서 “7월 말 현재 141명이 숨지고, 112명이 여전히 실종된 상태로 남아 있다”고 밝혔다.

북한은 지금까지 사망자 숫자가 수백명에 이른다고 발표한 바 있다. IFRC도 이러한 북한측 공식 의견과 수해 현장에서 목격한 사실을 통해 사망자가 수백명 수준이라고 주장했다.

일단 북한 재해지역의 구체적인 데이터가 나오기 위해서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초기 피해규모에 대한 집계가 북한 당국을 통해 이루어졌겠지만 북한은 이러한 자료를 공개하지 않아왔다. 북한은 이러한 수해 피해현황이 밖으로 나가지 않도록 정보통제까지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1만명 사망설 그 진위는?

북한 수해로 사망한 숫자가 1만명에 이른다는 주장에 의문점이 하나둘 씩 생기고 있다.

데일리NK가 북한 내부 소식통을 통해 확인해본 결과 좋은벗들이 최대 수해지역으로 1천명이 사망했다고 보도한 평안남도 양덕군은 최대 수해지역도 아닐 뿐더러 사망자 숫자는 실제 1백여명에도 이르지 않았다. 실제 가장 피해가 심했던 인근 신양군에서도 사망자가 2백명 정도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좋은벗들에서 활용한 소식통이 피해가 극심한 지역에서 일가나 이웃을 잃은 사람이거나 이를 지켜본 사람일 경우 극심한 피해의식을 동반할 수 있다. 평안남도 주변지역의 피해 규모는 신양군을 기준으로 10% 수준을 넘지 않는다고 한다.

따라서 피해가 큰 평안남도 신양군 일대, 자강도 희천군 일대, 함경남도 요덕군 일대, 황해북도 일대, 강원도 김화 일대를 모두 합쳐도 2천 명이 넘지 않는다는 추정이 나올 수 있다. 내부 소식통은 이재민 150만명 주장도 그 피해가 가옥 완파 등 심각한 수준부터 미미한 침수까지 포함된다면 말이 될 수 있다고 전했다.

현재 북한당국의 긴급 구호물품은 상당부분 주민들에게 도착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되고 있다. 긴급하게 필요한 식기도구와 모포, 임시천막을 지을 수 있는 비닐 장막 등이 지원된 상태다. 또 각 도에서 징발된 피해복구 건설단과 중장비가 피해지역으로 급파돼 복구작업을 돕고 있다.

인민군대도 현장 복구 사업에 동참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압록강 제방 보강작업에도 다수의 국경경비대가 참여하고 있는 사실이 확인됐다.

북한 복구사업에 중장비가 많이 부족한 것은 사실이지만 아예 없거나 극소수에 불과하다는 주장도 현실과 거리가 있다. 따라서 비 피해로 복구에는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있다는 주장은 신빙성이 떨어진다. 현재 기본적인 복구작업은 2-3개월이 소요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번 수해피해가 1990년대 중후반 고난의 행군기간과 비슷하다는 주장도 과장된 것으로 보인다. 1990년대 중후반 큰물(홍수) 피해는 몇 년간 자연재해가 반복돼 식량기반을 파괴했고, 피해범위도 광산이나 기업시설까지 영향을 미쳐 심각한 에너지난을 불러왔다. 이것이 발전소 중단에 이은 공장 가동중지 등의 연쇄적인 반응을 불렀다는 것이 북측의 주장이다.

그러나 이번 수해는 당시처럼 전국적으로 누적된 재해로 그 피해를 규정하기 힘들다. 물론 매우 심각한 재난임에는 틀림없지만 지난 ‘고난의 행군’보다 더하다는 말은 일종의 ‘한탄’ 섞인 반응으로 해석해야 할 듯싶다.

이번 비 피해는 직접적인 수천명의 사망자를 불러왔지만 더 우려스러운 것은 수해 이전부터 확산되기 시작한 파라티푸스, 괴질 등의 전염병이 확산되는 것이다. 이러한 질병은 오염된 물을 먹을 경우 감염될 수 있는 수인성 전염병이어서 전염병 재난이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이와 관련된 의약품 지원이 시급한 것으로 판단된다.

이러한 재난 앞에서 인도적인 지원 문제를 정쟁거리로 삼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오히려 보다 적극적인 지원의지를 보이면서 국제사회의 투명성 요구를 충족시킬 것을 요구해야 한다. 특히 주민들을 희생양으로 국제사회와 대결국면을 가져가려는 북한당국의 의도를 사전에 차단해야 한다.

북한은 여전히 국제사회의 지원 의사에도 불구하고 소극적인 태도로 일관하고 있다. 이러한 조건에서 우리 정부가 대북 직접 지원에 나선다면 북한이나 국제사회의 오해를 불러올 소지가 있다. 북한 미사일 문제에 대한 단호한 의지를 공유하면서 북한 주민에 대한 지원과 투명성 보장을 달성하도록 세계식량기구(WFP)를 적극적으로 활용해야 한다.

신주현 기자 shin@dailyn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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