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포커스] ‘정치적 자주’ 환각제와 ‘경제적 자립’의 무거운 짐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지난 4일 동해상에서 진행된 대구경 장거리 방사포와 전술유도무기 화력타격훈련을 참관했다고 노동신문이 5일 보도했다. /사진=노동신문 캡처

북한이 지난 4일, 9일 두 차례 미사일을 발사했는데, 김정은은 두 곳 모두를 직접 방문해서 현장 지휘하였다. 4일, 동부전선방어부대에서는 전체 인민군장병들이 강력한 힘에 의해서만 진정한 평화와 안전이 보장된다고 하면서 그 어떤 세력들의 위협과 침략으로부터도 나라의 정치적 자주권과 경제적 자립을 고수하라는 지침을 내렸다. 9일, 서부전선방어부대에서는 나라의 진정한 평화와 안전은 자기의 자주권을 수호할 수 있는 강력한 물리적 힘에 의하여서만 담보된다고 하면서 인민군대는 앞으로도 혁명의 총대를 더욱 억세게 틀어잡을 것을 주문하였다.

4일에는 ‘강력한 힘’, 9일에는 ‘강력한 물리적 힘’이라는 표현을 썼다. 전자보다 후자가 더 구체적이다. 후자에서 김정은의 속내가 좀 더 드러나 보인다. 물론, 후자의 ‘강력한 물리적 힘’은 전자의 ‘정치적 자주권’을 풀어쓴 말이기도 하다. 여기서 김정은은 북한의 미사일 발사를 자주권 수호 명목으로 규정하였고 더 나아가 북한의 핵 무력까지도 계산해 둔 속셈으로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2주년 특집대담에서 ‘시위성 성격’, ‘압박카드’, ‘조속한 회담을 촉구하는 제스처’ 등으로 북한의 무력도발 이유를 설명했지만 말이다.

북한의 무력 시위는 타이밍도 절묘했다. 미국의 ICBM(대륙간탄도미사일) 시험발사와 그 시기를 맞춘 것이다.

미 공군은 지난 1일, 9일 두 차례에 걸쳐 미니트맨3(ICBM)를 발사했다. 김정은이 ‘자주권 방어’, ‘자주권 수호’를 내세울 적기였다. ICBM을 발사한 미 공군이 “몇 년 전부터 예정돼 있던 실험이며 발사훈련을 통해 미국의 ICBM은 적을 억제하는 미국의 능력을 보여주며 동맹국들을 안심시켜 준다”고 밝혔지만 북한은 이때를 무력도발의 절호에 기회로 포착한 것이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에 대해 트럼프 미 대통령이 10일, 미 언론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일반적인 군사훈련’, ‘신뢰위반 전혀 아님’이라고 한 것을 보면 말이다. 물론, 북한 미사일이 ‘단거리’라는 것이 그의 화두(talking point)였고 북한의 비핵화 관련, 자신의 외교적 성과에 큰 금이 가는 것을 막기 위한 완급조절이었지만 말이다.

북한도 미사일 발사가 미국의 ICBM 발사에 대한 맞대응이라는 공식성명이나 직접적인 언론기사는 없었다. 하지만 10일자, 노동신문은 미국의 남한 내 ‘싸드’(THAAD) 전개훈련을 걸고 넘어졌다. ‘조선반도정세를 격화시키려는 의도적인 군사연습소동’이라는 제목으로 미군이 경기도 평택기지에서 ‘싸드’(THAAD) 전개훈련(공병부대가 참여한 화물호송훈련)을 한 것을 북한에 대한 압박성 메시지라고 남한 언론보도를 빙자하여 비판했다. 싸드가 방어적 수단이 아닌, 선제타격수단으로서 ‘대조선 제재압살정책’으로 명백한 군사적 도발이자 위협공갈소동이라고 규탄하였다. 이것은 미국의 군사훈련에 대해서 만의 비판이다.

12일자 노동신문에서는 미국과 남한을 싸잡아 비난했다. ‘평화와 안정을 해치는 군사적 움직임’이라는 기사는 2주간에 진행된 한미연합공중훈련을 지적하면서 한반도의 긴장완화흐름에 배치되는 행동으로 군사적 대결망동이라고 강력 규탄했다. 미국에서 투입된 <F-35A> 스텔스전투기들의 비행훈련도 겨냥하며 9·19 남북군사합의 위반이라고, 평화와 안정을 파괴하는 도발이라고 비난했다. 그러면서 노골적으로 한미합동군사훈련을 중단하라고 엄포를 놨다. 북한이 지적한 한미연합군사훈련은 지난 3월에 실시된 ‘동맹 19-1’이다.

이 같은 내용의 노동신문을 비롯한 북한 매체들의 기사 내용은 북한 주민들로 하여금 북한이 군사적으로 큰 위협을 받고 있다는 느낌을 충분히 받아들이게 할 것이다. 동시에, 한미의 군사적 도발에 대한 대응으로 북한 당국이 두 차례 미사일을 발사한 것으로 생각하게 유도할 것이다. 거기에, 김정은의 대내용 메시지 성격이 강한 ‘정치적 자주’는 그들로 하여금 불굴의 전사, 반미투사로 일으켜 세우는 환각제 역할을 한다.

‘정치적 자주권’이 환각제라면 김정은이 두 번째로 내세운 ‘경제적 자립’은 무엇인가. 현실적으로는 북한 주민들이 짊어져야 할 무거운 짐이다. 북한이 정치적 자주를 내세운다는 것은 국제사회의 경제 제재를 감내한다는 결기다. 동시에 북한 주민들의 노력동원만으로 경제위기를 버티겠다는 심산이다. 지난번에 필자가 김정은 정권들 어 평양뿐만 아니라 각 도청소재지 및 관광특구에 수많은 건축물들이 세워지고 있는데, 민생 및 복지시설과 관련된 건축물들도 상당하다고 하였다. 이런 류의 건축물들은 다양한 선전매체를 통해 대대적으로 소개되고 선전되어진다. 그 선전의 초점은 김정은이 역대의 그 누구보다 민생문제를 적극적으로 살피는 지도자라로 최고조로 부각 시킨다. 각 건축물 마다 김정은 관련, 아주 극적인 스토리를 생산해서 인민들을 위해 불철주야 고생하며 헌신하는 희생적인 지도자로 인식하게 한다. 여기에서 노력동원이 시작된다. 정작 자신들이 불철주야 뼈 빠지게 고생하면서도 약간의 불편을 감수하는 김정은의 현지시찰임에도 불구하고 감격의 눈물을 펑펑 쏟아내는 인민들이다.

경제적 자립을 위해 노력동원에 몰린 북한 주민들이 짊어져야 할 짐의 무게가 상당하지만 그 짐을 매우 영광스럽게 받아들이는 인민 대중들, 현실적 고통의 무게를 전혀 느끼지 못하는 그들은 마취 주사를 맞은 것과 진배없다. 인민들의 의식의 주파수가 오직 김정은에게 맞추어져 있으니 김정은이 저처럼 고립무원 지경에서도 큰 소리를 뻥뻥 칠 수 있는 것이다. 문제는 그게 공수표가 아니라는 점이다. 북한 인민들이 계속해서 환각제를 먹고 마취 주사를 맞는 한 기고만장한 김정은의 모습을 계속 볼 수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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