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양포커스] 先代 사망일 ‘국가적인 추모의 날’ 지정, 김정은 속셈은?

평양 만수대 언덕의 김일성·김정일 동상에 북한 주민들이 참배하고 있는 모습. /사진=노동신문 캡처

북한은 지난 1월 24일에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회 정령으로 김일성, 김정일의 사망일(7.8/12.17)을 ‘국가적인 추모의 날’로 지정했다. 크게 새삼스럽지는 않다. 북한은 이미 김정일 정권시기부터 김일성 사망일에 중앙추모대회를 개최하였고 추모사에서 이 날을 ‘민족최대의 추모의 날’이라고 지칭해왔다.

김정은 정권시기에는 김일성뿐만 아니라 김정일 사망일에 ‘중앙추모대회’를 개최하였고 동일하게 이날도 ‘민족최대의 추모의 날’이라고 불러왔다. 해외에서는 ‘회고위원회’를 결성하여 두 지도자들의 업적에 대해 토론회 및 영화감상회 등 정치문화행사를 거의 매년 조직해왔다. 작년에도 김일성회고위원회가 스위스(6월10일 결성)를 비롯한 21개국에서 결성되었고 김정일 회고위원회는 러시아에서의 결성(11월2일, 지역별 13개위원회) 소식을 시작으로 노동신문은 11월 10일부터 12월 16일까지 16차례나 기사화했다. 러시아(13개 결성)를 비롯하여 무려 33개국에서 결성되었다는 것이다.

또한 북한 내부에서는 중앙추도대회를 비롯한 중앙연구토론회, 회고음악회, 충성맹세모임 등 각종행사가 진행되어왔다. 두 시신이 안치된 금수산태양궁전 참배는 추모행위 중 진수이다. 이처럼, 지금까지 두 지도자의 사망일 전후 각각의 한 달 어간의 추모 열기는 그야말로 매우 뜨거웠었다. 물론, 이제 ‘국가적인 추모의 날’로 공식화한 만큼 올해는 좀 더 거국적으로 추모행사가 진행될 것으로 보인다. 상임위 정령 3항인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내각과 해당 기관들은 이 정령을 집행하기 위한 실무적대책을 세울 것이다”를 볼 때 충분히 예상된다.

그렇다면 왜 김정은 정권은 2019년의 대문을 열자마자 선대지도자들의 사망일을 ‘국가적인 추모의 날’로 제도화했을까. 그 함의는 무엇인가. 크게 정치적, 경제적 함의로 나누어 볼 수 있겠다.

먼저, 정치적 함의로는 유훈통치 시스템의 강화로 보인다. 김정은 정권에서 내세우는 대표적인 유훈통치 원리는 김일성, 김정일의 ‘태양으로의 영생(통치)설’이다. 둘의 존재방식(형태)은크게 세 가지로 나뉜다.

첫째는 인민들의 심장 속이다. 이번 상임위 정령에도 이 원리가 분명하게 드러나 있다. “위대한 수령 김일성동지와 위대한 령도자 김정일동지는 비록 서거하시였으나 한평생 조국과 인민, 시대와 력사앞에 영원불멸할 업적을 쌓아올리신 절세위인들의 고귀한 혁명생애와 태양의 모습은 우리 인민의 심장속에 영생하시며…” 즉, 김일성, 김정일이 태양으로 인민들 심장속에 영원히 살아있는다는 논리다. 종교적 성격이 매우 강하다.

두 번째는 그 둘의 시신이 안치되어있는 금수산태양궁전이다. 북한은 김정일이 사망하자 그의 시신을 김일성 시신이 있는 금수산기념궁전에 나란히 안치했다. 권력을 승계한 김정은은 2012년 2월에 그곳을 ‘금수산태양궁전’(수령영생궁전)으로 바꾸어 부르게 하고 매우 호화스러우며 웅장하게 증축한 뒤, 김정일 사망 1주기에 맞춰 금수산태양궁전 개관식을 대대적으로 거행하였다. 당시 구호가 “위대한 김일성동지와 김정일동지는 영원히 우리와 함께 계신다”였다.

그 당시 최룡해는 개관사를 통해 “금수산태양궁전은 위대한 김일성 대원수님과 김정일대원수님께서 생전의 모습으로 계시며 우리의 앞길을 밝혀주시고 축복해주시는 태양의 집입니다”, “오늘도 위대한 대원수님들께서는 금수산태양궁전에 계시면서 강성국가건설의 최후승리를 위한 우리의 투쟁을 고무해주시고 자주의 길, 선군의 길, 사회주의 길을 따라 힘차게 나아가도록 이끌어주시고계십니다”라 밝혔다. 이를 볼 때 금수산태양궁전에 어떤 의미가 부여되었는지 짐작하고도 남는다. 김정은은 2013년에는 ‘수령영생법전’을 만들어 김일성-김정일 영생론을 제도화하기도 하였다.

세 번째는 기독교의 ‘삼위일체’를 모방한 것으로 김정은 안에 김일성, 김정일이 존재한다는 논리이다. 이것이야말로 김정은 정권의 가장 강력한 통치원리이다. 김정일 시기에 ‘이위일체였던 것이 김정은 시기들어 완벽한 ‘삼위일체론’으로 완성되었다. 북한매체들은 이 원리를 수령복, 장군복이라는 용어로 설명하기도 한다. 김정은 안에 선대 두 지도자가 태양으로 존재한다는 이 논리는 김정은의 정권을 유지해주는 강력한 축이다. 이 같은 정치적 함의를 통해 우리는 김정은이 2019년에는 내부결속(단속)을 더욱 철저히 하려는 마음을 읽을 수 있겠다.

경제적 함의로는 충성자금 확충이라고 보인다. 김정은 정권은 김일성, 김정일 출생 기념일을 비롯한 국경일에 인민들로 하여금 충성자금을 거둬들이고 있다. 강력한 국제 제재 속에서 독재체제를 유지하는 큰 버팀목이다. 특히, 김일성, 김정일 생일이 속해있는 2월, 4월은 충성자금으로 수지맞는 달이었다. 무려 각각 한 달 정도 기간을 두고 선대 지도자들의 은덕에 대한 인민들의 보답을 톡톡히 받아낼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맛을 본 김정은은 한발 더 나아가 김일성, 김정일 사망일이 속해있는 7월, 12월에도 충성자금을 두둑히 챙길 심산인 것 같다.

이 경제적 함의는 무엇을 말해주고 있는가. 이번 ‘국가적인 추모의 날’ 지정은 김정은이 2019년의 정세변화를 낙관하지 않고 있음을 보여주는 정치행위라 할 수 있다. 또한 비핵화를 통한 정상국가로의 진입에 대한 김정은의 의지 결여를 보여주는 단면이기도 하다. 북한 매체는 오늘도 김정은이 2019년 신년사에서 구호로 내세운 ‘자력갱생’에 포커스를 맞추어 ‘전투적 과업관철’이라는 수 많은 기사들을 쏟아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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