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日납북자 가족과 면담…우리 정부에 주는 시사점은?

전문가 "日과는 상황 다르지만 우리도 北인권 문제 해결 의지 보여야"

트럼프 일본 납북자 가족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27일(현지시간) 도쿄의 아사카사 별궁에서 아베 신조 총리와 함께 납북자 가족들과 면담을 진행하고 있다. 사진=AP. 연합뉴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아베신조 일본 총리와 함께 일본인 납치 피해자 가족들을 만났다. 트럼프 대통령이 일본 납북 피해자 가족을 만난 것은 2017년 11월 첫 일본 방문에 이어 두 번째다. 미일 양국 정상이 납북자 문제를 놓고 한 목소리를 내자 우리 정부도 납북자 문제를 한미 정상회담에서 의제화 할 수 있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일본 NHK와 미국 CNN 등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27일 오후 2시 반 도교 미나토구 영빈관에서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함께 약 30분간 일본인 납북 피해자 가족들과 면담했다. 이 자리엔 북한에 의해 납치 피해를 당한 요코타 메구미(실종 당시 13세)의 어머니 사키에 씨와 다구치 야에코(실종당시 22세)의 장남인 이즈카 고이치로 씨 등이 참석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면담 자리에서 “매우 슬픈 얘기”라며 “납북자 문제는 머리 속에 있다. 꼭 해결해 (납북자들을) 귀국 시키고 싶다”고 언급했다. 그는 또 “되도록 북미 정상회담에서 제기하려고 하고 있다”는 말도 덧붙였다. 미국이 일본의 납북자 문제에 적극적으로 협조하고 싶다는 의사를 공식 표명한 셈이다.

또한 면담 후 이어진 공동 기자회견에서 아베 총리는 “무엇보다 중요한 납치 문제의 빠른 해결을 위해 내가 직접 김 위원장과 만나겠다”고 밝혔으며 “납북자 송환이 가장 중요한 문제”라고 언급했다. 일본 정부가 납북자 문제에 보다 적극적으로 나설 것임을 강조한 것.

이번 트럼프 대통령의 일본 납북 피해자 가족과의 만남은 미일 양국의 동맹을 부각시키는 외교적 행보가 됐다는 평가다. 사실 납북자 문제는 미일 양국의 전략적 이해가 맞아떨어지는 접점에 있는 이슈다.

아베 총리는 납북자 문제에 공을 들이면서 국내 보수층으로부터 지지 기반을 확보해 정치적으로 성장했다. 아베 총리에게 납북자 문제는 정부의 핵심 사안으로 꼽힌다. 트럼프 대통령은 일본인 납북자 문제를 북한을 압박할 수 있는 또 다른 카드로 활용할 수 있다.

북핵 문제의 당사국으로서 북한과 직접 대화를 통해 안보 등 여러 현안을 풀어가야 할 입장에 있는 우리 정부로서는 납북자 문제를 일본만큼 적극적으로 꺼내놓기엔 정치적 부담감이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남북 대화에 있어서도 인권 문제를 협상의 카드로 활용할수 있는 외교 전략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은 지난 16일 납북 국민송환 결의안 발의를 앞두고 국회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북한과의 정상회담에서 인권 문제를 적극적으로 꺼내기 어려운 정부의 고민을 알지만 인권 문제도 남북 대화의 의제에 올릴 수 있다는 의지와 전략이 필요하다”며 “북한 눈치만 보면서 우리 국민의 인권이 북한에 의해 유린되는 것을 눈감고 있어선 안 된다”고 지적한 바 있다.

납북자는 6.25 전후 국군포로 8만 2318명(유엔군사령부 추계), 민간인 9만 4121명(국무총리 소속 6.25전쟁 납북피해 진상규명 및 납북피해자 명예회복위원회 추계), 1969년 12월11일 KAL기 피랍 납북피해자 11명 등이다. 이 중 2000년까지 516명이 생존했다. 2010년대 들어서는 김정욱, 김국기, 최춘길, 고현철, 김원호, 함진우, 신원 미상의 1명까지 총 7명의 우리 국민을 억류하고 있다.

김태훈 한반도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 모임 상임대표는 28일 데일리NK에 “일본의 경우 총리가 직접 나서서 납북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데 이것이 우리 정부에 주는 시사점이 있다”며 “다음 달 예정돼 있는 한미정상회담에서도 납북자 문제가 논의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면 우리 정부가 적극적으로 납북자 문제를 포함한 인권문제를 정상회담에서 적극적으로 의제화하는 것이 현실적으로 쉽지 않다는 점을 인정하고 납북자 문제 해결을 위한 정부의 융통성과 전략적 지혜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다.

원재천 한동대 국제법률대학원 교수는 “납북자 문제의 경우 가해자와 피해자가 규정돼 있는 문제이기 때문에 전환기에는 반드시 이 문제를 해결하고 가야하지만 현재로서는 이 사안 자체를 직접 논의하는 것이 어려운 측면이 있다”면서도 “현 상황에서는 이산가족 문제를 적극적으로 북측에 거론하고 이 문제를 계기로 대화하면서 납북자도 녹여서 실질적 해결 방법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원 교수는 “국제법적 틀 안에서 우리 정부가 인도주의적 관점에서 할 수 있는 조치를 지혜롭게 해나가야 한다”고 밝혔다.

황인철 KAL기 납치피해자 가족회의 대표는 “우리 국민의 생사가 달린 문제인데 정부의 정무적 판단과는 다른 차원에서 보다 적극적으로 나서야 하지 않냐”며 “일본 납북 피해자 가족들처럼 공식적으로 우리의 상황을 호소할 수 있는 기회가 있으면 좋겠다”고 바람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