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영호 “중국, 북한 입장 지지로 비핵화 협상 더 어려워 질 것”

[주간 北 미디어] "김정은, 최고지도자로서 위상 높이고 내부 결속 효과 얻어"

<편집자 주> 북한 노동신문의 모든 제작은 노동당 선전선동부의 지도를 받는다. 때문에 노동신문을 통해 북한 정권이 의도하는 바를 짐작할 수 있다. 또한 과장과 선전의 거품을 제거하고 들여다 보면 정치, 경제, 사회 동향도 어느 정도 파악할 수 있다. 데일리NK·국민통일방송은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대사관 공사와 노동신문 중 특색있는 기사에 대한 분석을 통해 북한의 속내와 민낯을 파헤치고자 한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방북이 교착상태에 있는 비핵화 협상에 미치는 영향에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태영호 전 영국주재 북한대사관 공사는 “중국이 북한의 입장을 지지하면서 비핵화 협상이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24일 전망했다.

다가오는 28, 29일 일본 오사카에서 진행되는 G20 정상회담에서 시진핑 주석이 트럼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에게 영변 핵시설 플러스 알파 폐기와 대북 제재 완화라는 북한의 기존 입장을 제안할 것이란 설명이다.

태 전 공사는 이날 데일리NK·국민통일방송과 함께 진행하는 ‘주간 북한미디어’ 분석 인터뷰에서 “김정은 정권은 시 주석의 방북을 통해 향후 3차 미북 정상회담을 성공시켜 핵보유국 지위를 공고히 하기 위한 노력을 시작하고 있다”며 “이렇게 되면 중국의 한반도 문제 전면 개입으로 오히려 북한의 핵폐기가 더 힘들어지고 제재도 장기화 될 수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시 주석은 지난 20일 김정은 국무위원장과의 정상회담에서 “중국은 계속해서 (한)반도 문제의 정치적 해결을 지지한다”며 “중국은 조선이 자신의 합리적 안보 및 발전에 관한 관심사를 해결할 수 있도록 힘 닿는 한 도움을 주겠다”고 밝힌 바 있다.

태 전 공사에 따르면 시 주석의 이 같은 북한 지지 발언 이후 북한 주민들 사이에선 앞으로 경제가 좋아질 것이란 기대감이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태 전 공사는 “미국이 북한의 핵미사일은 1기도 폐기하지 못하고 과거 핵시설만 폐기하는 대가로 제재를 풀어주진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태 공사는 김 위원장이 이번 시 주석의 방북으로 북한 주민에게 최고지도자로서의 위상을 높이면서 체제를 공고히 하는 나름의 효과를 얻었다고 분석했다. 태 전 공사는 “김정은은 시 주석의 평양 방문으로 중국이 김정은 정권을 지지한다는 것과 김씨 왕조 체제는 영원하다는 것을 보여주려 했다”며 “특히 시 주석에 대한 환영행사를 금수산태양궁전에서 진행함으로써 중국 최고 지도자가 자신의 할아버지(김일성)와 아버지(김정일)에게 경의를 표하게 만드는 장면을 연출했다”고 밝혔다.

더불어 태 전 공사는 북한 정권이 시 주석의 귀국 이후에도 북한 주민들에게 긍정적인 기대감을 심어주려는 전략을 시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태 전 공사는 “대북제재 장기화를 예상하는 당국이 주민들에게 곧 좋은 일이 생길 것 같은 착시 현상을 조성하고 있다”며 “결국 대북제재 장기화로 북한 주민들만 고통받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북중정상회담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탑승한 차량이 숙소인 금수산 영빈관으로 향하고 있다. / 사진=노동신문 캡처

[다음은 태 전 공사의 분석 내용 전문]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태영호입니다.

오늘은 중국 시진핑 국가주석의 평양 방문이 향후 북한과 중국 사이의 관계와 미북 비핵화 협상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지난주 북한 노동신문에 나온 자료들을 통해 3가지 측면에서 분석해 보려고 합니다.

첫째로, 김정은이 시진핑 주석의 평양 방문을 통해 중국이 김정은 정권을 지지할 것이므로 김씨 왕조 체제는 영원히 끄떡 없다는 것을 보여주려 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이번에 김정은은 시진핑 주석에게 잘 보이기 위해 갖은 노력을 다 했습니다. 시진핑 주석의 방문 전에 북한 노동신문 1면에 그의 글을 내 주었는데 북한이 중국 지도자의 글을 노동신문 1면에 내준 적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그리고 시진핑 주석을 새로 건설한 금수산 영빈관의 첫 귀빈으로 모시였습니다.

저는 이번에 북한이 새로 건설한 초대소를 영빈관이라고 부르는 것을 보고 좀 놀랐습니다. 김일성이나 김정일 시대에는 사대주의를 반대한다고 중국이나 이전 쏘련(러시아)에서 사용하는 표현들을 절대 사용하지 못하도록 하였는데 김정은은 이번에 시진핑의 귀맛에 맞추기 위해 지난 시기 금기시 되었던 ‘영빈관’이란 단어를 새로 건설한 초대소에 붙였습니다.

그리고 시진핑의 평양 체류기간 취침시간을 빼고는 거의 밀착 동행했으며 지난 20일 저녁 집단체조 관람 후에는 시진핑보다 숙소에 먼저 도착하여 시진핑 부부를 맞이하였습니다. 이에 대한 대가로 시진핑 주석도 매우 큰 문제에서 김정은을 크게 도와주었습니다.

금수간영빈관
금수산 영빈관 전경 / 사진=붉은별tv 유튜브 캡처

이번에 시진핑은 자기에 대한 평양시 환영행사를 김일성과 김정일의 시신이 안치되여 있는 금수산태양궁전에서 하도록 승인해 주었습니다. 지금까지 북한과 중국 사이에 수많은 고위급 대표단 교류가 있었지만 중국의 고위 지도자가 금수산태양궁전을 방문하여 경의를 표한 적은 없었습니다.

김정은은 이번에 시진핑을 잘 환대해 주고 대신 시진핑의 평양시내 환영행사를 일부러 금수산태양궁전앞에서 진행하여 북한 주민들에게 중국 시황제가 자기 할아버지와 아버지에게 경의를 표하게 만드는 장면을 만들었습니다. 김정은으로서는 황제가 왕에게 경의를 표하게 만들었으니 대단한 것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더 나아가 북한 주민들에게 중국의 지원 속에 김 씨 왕조를 유지해온 할아버지, 아버지처럼 중국의 지지가 있는 한 김정은 시대는 물론 그 다음 대에도 김씨 왕조가 몇백 년을 흐를 것이라는 것을 보여주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사실 5백년 유지돼 오던 이 씨 조선도 중국의 후원이 끊어지면서 일본에 허물어졌는데 그만큼 한반도 역사에서 중국이 누구를 밀어주는가가 중요하다는 의미일 것입니다.

둘째로, 시진핑의 방북을 계기로 지금까지 뒷전에 비켜서 있던 중국이 한반도 문제에 전면적으로 개입하면서 북한의 핵폐기가 더욱 힘들게 되어 가고 따라서 제재도 장기화 되어 가고 있다는 것입니다.

하노이회담 결렬로 핵보유국 지위를 굳혀 나가려던 김정은의 핵 전략이 절벽이 부딪치고 대북제재 장기화로 북한 주민들 속에서 우려와 걱정의 분위기가 커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번 시진핑 방북 후 북한 내부에서는 중국이 크게 북한을 지원할 것이라는 소문이 나돌면서 앞으로 북한 경제가 좋아질 것이라는 기대감이 대단히 높아지고 있습니다.

그리고 시진핑의 방북을 통해 김정은 정권은 향후 3차 미북정상회담을 성공시켜 핵보유국 지위를 공고히 하는 과정을 다시 시작해 보려 하고 있습니다. 지금 북한은 핵폐기에서 선결 공정인 핵목록 신고와 비핵화 노정, 비핵화 방법 등에 대한 논의를 뒤로 미루고 영변과 하노이 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이 제기한 은폐된 핵물질 생산 시설을 추가적으로 폐기하는 대신 그에 대한 대가로 제재를 단계적으로 풀어보려 하고 있습니다.

북한의 이러한 ‘단계적 합의, 단계적 이행’안을 미국이 받아들이면 결국 북한의 핵 미사일은 1기도 폐기하지 못하고 북한의 과거 핵시설을 폐기하는 대가로 북한은 기본 제재에서 풀려 나올 수 있다고 보고 있습니다.

이러한 줄다리기에 이번에 중국까지 가세하기 시작한 것입니다. 시진핑 주석은 이번에 김정은의 입장을 지지하면서 힘껏 돕겠다고 약속하였습니다.

이번주 일본 오사카에서 진행되는 G20 정상회담에서 시진핑 주석이 트럼프 대통령과 문재인 대통령 등에게 북한의 안(안)대로 영변 플러스 알파 폐기 대 제재를 풀어주자고 제기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제가 보기에는 미국이 북한의 핵미사일을 그대로 놔 두고 핵시설 몇 개나 폐기한다고 제재를 풀어줄 것 같지는 않습니다. 결국 시진핑 주석의 방북으로 큰 기대감을 가졌던 북한 주민들은 조만간에 다시 큰 좌절감에 빠질 것입니다.

셋째로, 김정은이 북한 주민들의 반응을 상당히 주시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김정은은 시진핑 주석이 평양을 떠난 다음인 23일 트럼프 대통령이 친서를 보내여 온 사실을 공개하면서 ‘훌륭한 내용이 담겨있다, 만족을 표시한다’ 고 하였습니다.

트럼프 대통령에게 먼저 친서를 보낸 것은 김정은이고 이번 친서는 그에 대한 회답인데 자기가 보낸 친서는 공개하지 않고 트럼프 대통령한테서 친서가 왔다는 내용만 공개하니 외국 뉴스를 보지 못하는 북한 사람들은 미국이 굴복해 나오는 것처럼 보일 수 있습니다. 이것은 대북 제재에 몰려 있는 김정은 정권이 대북제재 장기화에 맥을 놓고 있는 북한 주민들의 동향에 촉각을 세우고 마치 곧 좋은 일이 일어날 것 같은 착시 현상을 조성하려 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 주고 있습니다.

어쨌든 미북 사이의 줄당기기에 이제는 중국까지 전면 가세함으로써 북핵 협상은 더욱 장기화되고 그만큼 대북제재도 장기화 될 것입니다. 김정은이야 별일 없겠지만 북한의 발전이 지체되고 그 속에서 고통받게 될 것은 북한 주민들이 걱정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