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북한 군수조달요원의 김일성·김정일 실체 고발







▲ ‘독재자를 고발한다’
저자 잉그리트 슈타이너 가쉬,
다르단 가쉬. 위즈덤피플 펴냄

“사람이 70세가 되면 죽음을 생각하는 법, 이렇게 그냥 죽어야 하나 스스로에게 물은 끝에 마지막 한 마디를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20년간 북한의 해외 군수담당 조달요원으로 활동했던 김정률(75세) 씨의 충격적인 고백을 담은 ‘독재자를 고발한다'(위즈덤 피플 펴냄)가 출간됐다. 오스트리아 언론인 잉그리트 슈타이너 가쉬 부부가 김 씨의 증언과 자료 등을 바탕으로 이 책을 썼다.


동독 유학생 출신으로 오스트리아 빈을 거점 삼아 20년 간 유럽 전역에서 김일성 부자의 사치품과 군수 물자를 조달했던 김 씨는 1994년 10월, 북한 체제로부터 탈출을 결심하고 슬로바키아에서 잠적했다. 이때 그의 나이는 59세였다.


그는 탈출 후 16년간이나 오스트리아의 외딴 곳에서 ‘에밀’이라는 가명으로 숨어살았다. 가족들에게 피해가 갈 것을 우려해 무장 강도에 의한 살인사건으로 위장했던 만큼 그의 ‘탈출’은 북한 당국으로부터 ‘사망’이 공식 선언됐다.


그러던 그가 독재정권과의 관계를 청산하기 위해, 하루 5천 4백 원으로 연명하던 은둔생활을 접고 75세의 나이로 세상밖에 나왔다.


이 책은 북한 김일성-김정일 부자의 사치스런 이중생활을 폭로하고 있다. 또 돈을 위해 북한 권력층과 불법거래를 자행하고 있는 독일·오스트리아 회사들의 ‘뻔뻔함’을 밝혀 줄 ‘일급 증인’으로서 김 씨의 고백을 가감 없이 소개하고 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책은 김일성 부자가  최고급 차량, 카펫, 이국적인 음식, 사람을 감시하는 모니터와 금장 권총에 이르는 서방의 물품들로 어떻게 그들 자신을 꾸미고 보존해 왔는지 호위사령부 장교의 눈으로 상세히 전하고 있다.


김일성은 크고 육중한 리무진을 좋아했으며 최고급 코냑을 즐겼던 김정일은 건강상 이유로 레드와인을 마시기 전까지 코냑 구매에 매년 50만 달러 이상을 썼다.


김일성은 핵 공격에 대비해 평양에서 북쪽으로 30km 떨어진 곳에 지하벙커 별장을 갖고 있었으며, 별장에는 크리스털 샹들리에, 비단 양탄자 등으로 장식된 방도 있었다.


김 씨는 김일성 부자의 별장 등을 장식하기 위해 양탄자, 비단벽지, 값 비싼 타일, 조명, 위생 설비, 고급 가구들을 구매했다. 그는 북한이 상당수의 생화학 무기를 보유하고 있고, 이를 감시하기 어렵다고 증언했다.


결국 김 씨는 ‘독재자를 고발한다’를 통해 북한 내 대내·대외적 김일성-김정일 부자 ‘우상화’의 허구성을 폭로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