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강도서 탈북민 가족이 또…北 보위부, 국경 경계·감시 강화

투먼 양강도 지린성 국경 마을 북한 풍서 밀수 금지
중국 지린성 투먼시 국경 근처 마을, 맞은편에는 북한 양강도 풍서군이 보인다. /사진=데일리NK

중국과 마주하고 있는 북한 국경 지역에서 최근 또다시 탈북민 가족이 체포되는 사건이 벌어졌다.

양강도 소식통은 1일 데일리NK에 “지난달 20일 양강도 도 보위부가 보천군 화전리 주민 20대 황모 씨를 간첩 혐의로 긴급 체포했다”며 “황 씨는 탈북해 중국에 사는 이모와 연락을 주고받으며 돈 이관하는 일을 주업으로 생계를 이어가던 사람인데, 그것 때문에 보위부가 주시해왔던 것”이라고 말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보천군 보위부는 그동안 직장생활도 하지 않고 며칠씩 집을 비우면서 다른 지역에 자주 드나드는 황 씨를 수상하게 여겨 지속 주시해왔다. 실제로 황 씨는 군 보위부로부터 여러 차례 경고를 받기도 했으나, 그때마다 돈을 쥐여주며 상황을 무마해 왔다.

그러나 군 보위부에서는 이런 황 씨의 행태에 분명히 문제가 있다고 보고 그를 위험인물로 지적, 그의 일거수일투족을 추적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면서 군 보위부는 해당 사안을 심화시켜 도 보위부에 사건 처리를 의뢰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런 상황을 전혀 모르고 있던 황 씨는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현재 중국에 사는 이모의 부탁을 받아 출장길에 올랐다.

그러나 그 시간 도 보위부는 황 씨를 붙잡기 위한 움직임에 본격적으로 착수했고, 지난 18일 저녁부터 황 씨의 집 근처에 잠복했다. 황 씨가 집으로 돌아올 때 그를 덮쳐 현장에서 체포하겠다는 계획이었던 것.

그리고 마침내 20일 황 씨가 다른 지역 사람을 데리고 집으로 돌아왔다. 약 이틀에 걸친 지나긴 잠복 끝에 집에 들어서는 황 씨를 포착한 도 보위부 성원들은 그 순간 들이닥쳐 황 씨를 체포하고 곧바로 그를 보위부로 이송했다.

황 씨는 자신이 붙잡힌 영문이나 상황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채 보위부에 끌려갔다는 게 소식통의 이야기다.

소식통은 “황 씨가 보위부로 이송된 이후 진행된 도 보위부의 가택수색에서 다른 지역 사람들의 신상정보와 중국 손전화(휴대전화) 2대가 나왔다”면서 “이와 관련해 지역 국경경비대 중대의 책임 보위지도원은 ‘황 씨와 연관 있는 군인들이 있다. 황 씨 입에서 (누구라는 말이) 나오기 전에 자수하라’고 엄포를 놓았다”고 전하기도 했다.

이렇듯 최근 북한 국경 지역을 중심으로 당국의 주민 통제와 단속이 강화되는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특히 탈북민 가족을 둔 북한 주민들이 간첩 혐의 등으로 체포되는 사건이 연달아 발생하고 있다.

실제 본보는 앞서 한국에 가족이 있는 30대 남성이 ‘남조선(한국) 말씨를 사용했다’는 이유로 군 보위부에 긴급체포됐다는 양강도 소식통의 전언을 보도한 바 있다. 이와 관련해 현지 주민들 사이에서는 이 남성이 한국의 가족과 자주 연락하는 것을 알고 있던 보위부가 그를 체포할 목적으로 표적수사한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기도 했다고 당시 소식통은 설명했다. (▶관련기사 보기: 보위부 “남조선 말씨 썼다” 이유로 탈북민 가족 긴급체포)

북-중 국경 지역인 양강도에서 탈북민 가족이 체포된 사례가 최근 연이어 발생했다는 점에서 현재 북한 당국이 불법 월경(越境)·도강(渡江) 등 탈북 행위는 물론, 외부와 통신하는 행위에 대한 경계·감시활동에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