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보위부의 새 탈북민 체포 수법?… “돈 내면 여권 주겠다” 회유

19년 6월 초 함경북도 국경지대 사이로 두만강이 흐르고 있다. / 사진=데일리NK 소식통

북한 국가보위성이 중국에 나와 있는 탈북민을 붙잡기 위한 수법으로 ‘북한과 중국을 오갈 수 있는 여권을 발급해주겠다’면서 회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 사정에 밝은 한 대북 소식통은 26일 데일리NK에 “탈북해 중국에 나와 있던 한 탈북민이 북한에 있는 가족에게서 ‘당국이 탈북민들에게 여권을 내주겠다는 방침을 세웠다’는 이야기를 듣고 북한으로 넘어갔는데, 즉시 보위부에 잡혀 끌려갔다”고 전했다.

소식통이 전한 구체적인 사건 경위는 이렇다.

북한을 탈출한 뒤 중국에 머물고 있던 한 탈북민은 지난 5월 북한 내 가족으로부터 ‘당국이 중국 돈 10만 위안(한화 약 1700만 원)이면 중국에 사는 탈북민에게 이중국적을 줘 조선(북한)과 중국을 마음대로 드나들 수 있도록 여권을 내주는 조치를 해준다’는 보위원의 말을 전해 들었다.

보위원들은 이미 지난해부터 이 탈북민의 가족이 사는 함경북도 온성군 소재 살림집으로 찾아와 지속적으로 ‘돈만 내면 중국에 있는 탈북민들에게 북-중을 자유롭게 오갈 수 있는 여권을 발급해주는 방침을 세웠다’고 회유하는 등 끈질기게 공작을 펴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 탈북민은 가족에게 이 같은 말을 전해 듣고 의문을 가지면서도 고향에 계신 부모님도 만나 뵙고 형제들도 보고 싶은 마음에 어렵게 다시 북한으로 넘어갈 결심을 했다.

그리고 지난달 초 이 탈북민은 마침내 다시 북한으로 들어갔다. 다만 그는 가족들이 사는 집으로 곧장 가지 않고 다른 곳에 열흘가량 몸을 숨겼다. 보위부가 자신을 붙잡기 위해 덫을 놓은 것일 수 있다는 의심을 품고, 혹시 모를 사태에 대비한 것이다.

그렇게 며칠이 흘러 그는 경계심을 풀고 가족들이 사는 집으로 향했다. 그러나 곧바로 그곳에 매복하고 있던 보위원들이 나타나 그 자리에서 이 탈북민을 체포해 즉시 보위부로 끌고 갔다.

이 탈북민의 부모·형제들도 사건이 벌어진 이튿날 모두 보위부로 끌려갔는데, 현재 한 달이 넘도록 이들 일가족에 대한 소식은 전해지지 않고 있다고 한다.

소식통은 “현지 동네 주민들의 말에 의하면 이 탈북민의 부모들은 작년에 인신매매에 걸려 보위부에 끌려가 얻어맞고 돈을 주고 풀려나온 적이 있다고 한다”며 “그때 보위부는 이 탈북민이 브로커와 함께 협조했다는 점을 지적했는데, 이후 그를 붙잡기 위해 가족들을 상대로 회유 술책을 편 것이라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아울러 소식통은 “동네 주민들도 이들이 보위부에 끌려간 뒤 행방에 대해서는 전혀 모르고 있다”면서도 “다만 모두 이들이 관리소(정치범수용소)로 가게 될 것으로 보고 있는 분위기”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