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읽기] 지능형TV 출시 北, 과감하게 남북 기술협력에 나서라

이달 3일 북한의 대외선전매체 ‘조선의 오늘’은 지난 9월 평양  3대혁명전시관에서 진행된 제14차 ‘평양 가을철 국제상품전람회’에 출품된 북새전자기술사의 신제품 지능형TV가 참관자들의 특별한 이목을 집중시켰다고 전했다.

이 지능형TV의 제품명은 소나무다. 디지털TV 기능을 갖추고, 화면의 색도가 곱고 선명한 것(고화질)이 특징이라고 한다. 국가 인트라넷망을 통해 “로동신문”을 비롯한 각종 출판물을 열람할 수 있고, 키보드와 마우스를 연결하여 문서편집도 할 수 있다. 또한 응용프로그람(프로그램)기능을 통해 이용자들이 선택하는 오락도 할 수 있게 되어있다고 한다.

과거 아날로그 방식의 저급한 TV를 만들던 때와 비교하면 큰 발전이라고 여길만 하다. 그러나 세계 최고제품을 만드는 남한의 삼성과 LG와 비교하면 기술력 격차는 10년이 훨씬 넘을 것이다. 북한이 중국의 기술을 가져와 자력갱생의 정신으로 국산화를 이룬 것은 평가할만 하지만, 하루가 다르게 혁신을 이루는 세계 기술시장의 판도를 본다면 북한의 이러한 태도는 너무 느리고 비효율적이다.

북한은 일방향적인 교류와 협력으로는 나라의 경제 발전을 가져올 수 없다고 여기고 있다. 자체기술을 발전시켜야 저개발도상국가들이 발전된 자본주의 국가들의 경제적인 종속과 의존관계에서 벗어날 수 있으며, 자립적인 민족경제를 성과적으로 건설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맞는 말이다. 그러나 선진국 제품을 들여와 경쟁하며 기술을 발전시키지 않는 조건에서 국산화에 열중하는 것은 저급한 기술을 고집하는 것과 다를 바가 없다.

일찍이 김일성은 “나라를 부강하게 하고 인민생활을 높이는 데 필요한 중공업 및 경공업 제품들과 농업생산물을 기본적으로 국내에서 생산을 보장할 수 있도록 경제를 다방면적으로 발전시키고, 현대적 기술로 장비하며 자체의 튼튼한 원료기지를 닦아 모든 부문들이 유기적으로 연결된 하나의 종합적인 경제체계”를 자립적 민족경제라고 설명했다.

김정일도 1980년대 합영법 제정이나 2002년 9월 신의주 특구 지정 등 부분적인 개방 제스처를 취하다가 약간의 문제와 좌절만 생겨도 금세 정책을 축소하거나 포기하고 말았다.

김일성, 김정일 시대에 이어 김정은도 기회가 있을 때마다 ‘자강 자력 제일주의’를 내세우며 “자력갱생의 기본목표는 국산화를 철저히 실현하는 것이다. 제국주의자들의 제재와 봉쇄책동을 이겨내야 하며 여기에 부강조국의 휘황한 미래를 앞당기는 지름길이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북한의 정책결정자들은 세계화는 선진국 중심의 경제발전 노선으로 서방의 자본주의 국가들이 저개발 국가들의 자원을 착취한다고 보는 부정적인 인식을 가지고 있다. 북한 당국은 최소한 서방까지는 아니더라도 남한에 대해서는 이러한 피해의식과 자존심을 버릴 필요가 있다.

상호의존에서 의존(dependence)은  ‘다른 것에 의지하여 존재한다’는 의미를 지니고 있다. 남북한 경제교류관계에서 북측이 남측에 의존해야하는 것은 전체가 아닌 특정한 외부적인 우위(첨단기술, 재원 등)에 의지해서 중대하게 영향을 받는 것을 말한다.

사실 의존은 상대방에 의지한다는 부정적인 뉘앙스를 주지만, 경제 분야에서 의존은 상호 교류와 협력을 의미하기 때문에 일방적인 의존이 아니다. 재화와 용역은 상호의존(interdependence)이며, 이것은 쌍방향의 의존관계를 의미한다. 수입 대체형 국산화 정책은 이러한 상호의존을 상당부분 제약하는 발전 노선이다.

북한의 경제성장에서 보다 중요한 것은 정확한 정보와 합리적 판단에 기초한 정책 결정자들의 혁신적 사고이다. 말로만 ‘인민의 행복’을 위한다고 하지 말고 위험을 감수하더라도 첨단기술의 세계로 과감히 발을 디디는 것이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