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 장마당에도 한류열풍

최근 한국영화와 드라마들이 북한 주민들사이에 급속히 확산되고 있는데 따라 국가안전보위부가 대책마련에 부심중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2000년대 이후 북한당국은 한국영화나 중국영화들을 ‘자본주의 황색바람’이라 경계하면서 국가안전보위부가 직접 통제, 색출, 처벌을 담당해왔다. 그러나 최근 중국을 통해 녹화기(비디오 플레이어)가 급속히 보급되기 시작하면서 중국영화 뿐만 아니라 한국영화와 드라마들이 다량 유통되고 있다는 것.

중국 단둥(丹東)에서 만난 최인수씨(가명. 32세.평북)에 따르면 “2000년대 초반, 중국을 왕래하던 보따리 장사들이나 탈북자들이 한국영화나 중국영화가 담긴 VCD를 하나 둘씩 갖고 들어오기 시작, 최근에는 대량으로 녹화물을 복제하고 장마당에 공급하는 ‘유통조직’이 등장했다”고 증언했다.

그는 또 “지난 11월 평안북도 A시(市)에서는 장마당에서 한국영화 녹화물을 판매하고 동네사람들을 모아놓고 이를 보여줬다는 이유로 장철운씨(가명)와 그의 동생이 국가안전보위부에 끌려가는 것을 직접 목격하였다”고 언급했다. 최인수씨는 “그들은 최소한 몇 달간 수용소 생활을 해야 할 것” 이라며 “옛날 같으면 처형감” 이라고 덧붙였다.

다음은 The Daily NK 특파원과 최인수씨의 인터뷰 내용.

– 남한의 영화나 드라마가 북한주민들 사이에서 인기가 많다는 것이 사실인가?

“그렇다. 어느 장마당마다 녹화물 파는 애들은 거의 다 있다. 일단 보는 사람들은 남한 것을 찾지 조선(북한)것은 안 본다. 조선 것은 재미도 없고, 예전부터 사상교양이다 뭐다 해서 다 본 것들이니까… 한번 보고 나면 남한 것에 대한 평가가 좋다. 배우들이 연기가 좋다는 둥, 실제 사실에 기초한다는 둥… 남녀가 관계하는 장면도 그대로 나오니까 사실적이다.”

– 직접 본 중에 기억나는 것이 있나?

“연재물 중에는 ‘이브의 모든 것’(2000년 제작된 MBC 드라마)이 가장 흔하다. ‘장군의 아들’, ‘깡패수업’ 같은 것도 재미있더라. 사람들 사이에서 제일 인기 좋은 것은 ‘살인의 추억’이다. 나도 여러 번 다시 봤다.”

– 가격은 얼마 정도인가?

“한국것은 1400원도 하고 1500원, 1700원도 한다. 중국꺼는 1000원이나 1200원이다. 조선것은 500원만 줘도 살 수 있다.”

– 누가 이런 것을 판매하는 것인가?

“아무래도 중국에 왕래가 많거나 중국쪽과 연계가 있는 사람들이겠지….중국에서 씨디(VCD)를 몰래 숨겨 가지고 들어와서 녹화 테입으로 복제한 다음 장마당에 내다 판다. 컴퓨터가 없으니까 씨디로 복제할 수는 없고, 녹화복제기를 통해서 테이프로 만드는 것이다. 그러다 잡히면 목이 날아갈 각오를 해야한다. 하지만 벌이가 짭짤하니까…”

단속하는 보위부 요원들도 다 본다.

– 주로 어떤 사람들이 보는가?

“다 보는 것이지 뭐…… 간부고 뭐고, 단속하는 보위보 요원들도 모두 본다.”

– 녹화기가 그렇게 흔한가?

“무슨 소린가? 녹화기가 흔하다니….. 그냥 녹화기 있는 집에 가서 서로 말이 새나가지 않는 사람들끼리 모여서 보는 식이다.”

– 단속은 하지 않나?

“가끔 국가에서 직접 검열하는 시기에는 강경하게 단속한다. 이때 걸리면 최소한 단련대라도 갔다와야 한다. 하지만 검열시기가 끝나면 다시 볼 사람은 보고, 팔 사람은 판다. 작년에 우리 이웃이 보위부의 검열에 걸려서 고생 좀 했다. 동네에서 친한 사람 몇을 불러다가 집에서 한국영화를 보고 있는데 갑자기 전기가 확 나가더란다. 집주인이 테잎을 감추지 못하게 집밖에서 전기를 끊어놓고 보위부 요원들이 들이닥친 것이다. 전기가 나가면 녹화기에서 테잎을 꺼낼 수가 없으니까……. 그사람은 녹화기도 빼앗기고 단련대까지 갔다가 돈 좀 쓰고 풀려나왔다.”

한편, 지난 4월 개정된 북한 형법에서는 한국영상물의 제작하거나 유포거나 시청한 사람들은 최소 2년 이하의 노동단련형(勞動鍛鍊刑)을 명시하고 있으며 죄가 무거운 경우 4-5년의 노동교화형(勞動敎化刑)에 처하고 있다.

중국 선양(瀋陽) = 권정현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