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게릭병 탈북민 “삶의 용기를 준 대한민국에 감사”

“목과 팔, 다리는 전기에 감전된 듯 찌릿찌릿해 오고 점점 굳어져 가며 통증도 심해진다. 손가락 힘도 없어 컴퓨터도 못 하고 종이 한 장 들기도 힘들다. 간신히 엄지손가락 사이에 연필을 끼우고 글자 한 자 한자를 그림 그리듯이 천천히 쓴다.”

루게릭병을 앓고 있는 조선숙 씨는 이 같은 사연을 담은 편지를 6일 데일리NK에 보내왔다.

루게릭병 환자들에 대한 관심을 환기하기 위한 아이스 버킷 챌린지가 많은 스타의 참여로 재조명받는 가운데 루게릭병에 걸린 한 탈북민의 사연이 알려져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2002년에 탈북해 2011년 한국에 입국한 조 씨는 “간암 투병 중에 몸이 이상해 병원을 찾았는데 루게릭병이라는 이야기를 들었다”며 “그 순간 하늘이 무너지고 땅이 꺼지는 것 같은 절망을 느꼈다”고 말했다.

그는 “(간암 치료를 받으면서도) 희망을 갖고 지금까지 견디어 왔는데 충격이 너무 컸다”며 “눈물도 나지 않고 그저 멍해서 담당 선생님을 바라봤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어, 그는 “지금은 물 한 모금, 밥 한 숟가락도 입으로 넘길 수 없다”며 “좋은 세상에서 좋은 음식을 먹고 운동하며 건강해지기를 하루하루 꿈꾸어 왔는데 그 꿈과 희망은 산산조각이 났다. 이제는 삶에 대한 의욕마저 깡그리 사라졌었다”고 말해 안타까움을 더했다.

그러나 그는 대한민국에서 많은 사람들의 도움으로 마음의 안정을 찾아가고 있으며 날이 갈수록 병은 악화되지만 마음이 평온해지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돌아보면 간암 수술을 할 때도 가족 하나 없이 북에서 홀로 온 나에게 피를 수혈해주고 생명을 지켜준 대한민국이었다”며 “(대한민국은) 사람의 향기가 풍기는 세상이다. 희망의 끈은 놓는 나에게 삶의 용기와 힘을 주는 대한민국이 한없이 고맙다”고 말했다.

조 씨는 “날이 갈수록 병은 악화되지만 마음은 평온해지는 것을 느낀다. 나에게도 대한민국이라는 자산이 있다는 확신 때문이다”며 “세상을 떠돌며 버림받고 길가의 돌멩이처럼 내던져진 시름 많던 저의 가슴에 희망의 새 씨앗을 싹 틔워준 대한민국이 한없이 고마웠다”고 덧붙였다.

루게릭병은 운동신경 세포만 선택적으로 파괴되는 질환으로 일 년에 10만 명당 약 1, 2명에게서 발병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루게릭병의 발병 원리 및 경과 등에 맞추어 여러 가지 약물이 개발 중이지만 아직 확실하게 효과가 입증된 약제는 없다.

한편, 가수 션은 지난달 29일 자신의 SNS를 통해 양동이에 가득 담긴 얼음물로 온몸을 적시는 영상을 공개하고 ‘2018 아이스버킷 챌린지’ 출발을 알렸다. 이번 아이스버킷 챌린지에는 배우 다니엘 헤니와 박보검, 소녀시대 수영 등 많은 연예인들이 참여해 루게릭병에 대한 대중적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아이스버킷 챌린지는 루게릭병 환우들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고 기부금을 모으기 위해 2014년 미국에서 처음 시작한 캠페인이다.

루게릭병을 앓는 탈북민의 수기. / 사진 = 조선숙씨(본인) 제공
루게릭병을 앓는 탈북민의 수기. / 사진 = 조선숙씨(본인) 제공
루게릭병을 앓는 탈북민의 수기. / 사진 = 조선숙 씨 제공
루게릭병을 앓는 탈북민의 수기. / 사진 = 조선숙 씨 제공
루게릭병을 앓는 탈북민의 수기. / 사진 = 조선숙 씨 제공
루게릭병을 앓는 탈북민의 수기. / 사진 = 조선숙 씨 제공
루게릭병을 앓는 탈북민의 수기. / 사진 = 조선숙 씨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