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일성 등장 막전막후…어떻게 소련의 지지를 받았나

김일성 이전의 북한
‘김일성 이전의 북한’은 해방 전후 김일성 등장과 관련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 사진=한울 홈페이지 캡처

해방 이후 갑자기 등장한 젊은 군인 김일성은 어떻게 북한의 최고지도자가 됐을까. 소련의 풍부한 1차 사료와 그동안 공개되지 않았던 증언 등을 토대로 이를 설명하는 책, ‘김일성 이전의 북한’이 출간돼 눈길을 끌고 있다.

러시아 국적의 역사학자 표도르 채르치즈스키(한국명 이휘성)가 쓴 이 책은 1945년 8월 9일 소련군의 참전 부터 해방 후 10월 14일 김일성의 평양 연설 때까지 67일간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저자는 책의 서두에서 “한국 현대사를 이해하려면 그 출발점이 되는 1945년을 면밀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면서 “왜곡된 역사를 배우고 있는 미래의 북한 독자들을 위해 김일성이 어떻게 소련의 지지를 받아 그들의 지도자가 됐는지 썼다”고 출간 목적을 밝혔다.

책은 1991년 소련의 해체 이후에 공개되기 시작한 소련의 기밀 자료 중 그동안 많이 연구되지 않았던 사료를 중심으로 김일성 등장과 관련한 막전막후를 설명하고 있다.

책에는 북한의 지도자 후보로 거론되던 사람은 조만식, 박헌영, 김일성이었다며 그 중 김일성이 소련 붉은군대에 소속된 군인이었기 때문에 소련군 장성들의 지지를 받아 북한 최고지도자로 낙점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당시 김일성은 극동전선의 소련25군 산하 조선인 중심의 88여단 1대대장이었으며 소일전쟁 공훈으로 ‘군사 적기(赤旗) 훈장’을 받았았다. 군사 적기 훈장은 당시 소련에서 레닌훈장 다음으로 훈격이 가장 높은 훈장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책은 1945년 10월 연설 이후 소련공산당 중앙위원회 비서 말렌코프 등에게 보내진 한 편지에서 “김일성을 지도자로 임명하면 좋겠습니다”라는 대목이 보인다며 소련은 김일성을 북한의 임시 지도자로 생각했던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책은 러시아 잡지 ‘노보예 브레먀’에 1993년 쓰인 한 칼럼에 근거해 1947년 말에 되서야 김일성이 최종적으로 북조선 지도자로 임명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저자는 “만약에 신탁통치 계획이 실패하지 않았거나 미국이 많이 양보해서 좌파·공산주의자들이 주도하는 통일 정부를 승인했다면, 소련은 김일성이 아니라 다른 사람을 통일 조선의 지도자로 승인할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책은 러시아 학자의 객관적인 시선과 다양한 자료를 통해 북한 정권 탄생에 대한 이해와 통찰을 던져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