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최고인민회의 앞두고 ‘자력갱생’ 또 강조…제재 버티기 돌입?

북한 노동당기관지 노동신문이 9일 ‘일군(일꾼)과 자강력’이라는 제하의 기사에서 자강력 제일주의 기조를 다시금 강조했다. /사진=’조선의오늘’ 홈페이지 캡처

이틀 앞으로 다가온 최고인민회의 제14기 1차 회의에서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내놓을 메시지에 이목이 쏠리고 있는 가운데, 북한 매체가 9일 또 다시 자력갱생을 강조하고 나섰다. 대북제재 장기화에 대비해 당 내부를 독려하기 위한 의도로 보인다는 분석이 나온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이날 ‘일군(일꾼)과 자강력’이라는 제하의 기사에서 “일군들부터가 자강력 제일주의를 신조로 굳혀야 당 정책 관철에서 나서는 문제를 자체의 힘으로 풀어나갈 수 있는 것이 오늘의 엄연한 현실”이라며 “자력자강의 정신을 가져야 그 어떤 시련과 난관도 뚫고나갈 수 있으며 최악의 조건에서도 최상의 성과를 이룩할 수 있다”고 했다.

이어 신문은 자강력과 자력자강을 강조한 김 위원장의 발언을 제시하면서 “자강력은 당과 영원히 생사운명을 같이하려는 사상적각오로 피를 끓이는 일군들만이 발휘할 수 있는 위력한 힘”이라고도 했다.

그러면서 “누구나 자력갱생 정신을 체질화하여야 하지만 자기 부문, 자기 단위를 이끌어야 하는 우리 일군들에게 있어서 자강력은 더욱 사활적”이라며 “우리 일군들은 자나 깨나, 앉으나 서나 자력갱생의 주로를 확신성있게 차지하여야 하며 전(全) 대오 안에 자력갱생의 열풍이 거세차게 휘몰아치게 하여야 한다”고 역설했다.

이는 자체적으로 경제난 극복의 동력을 끌어올리겠다는 것으로 지속되는 대북제재 국면에서 내부, 특히 당 간부들의 기강을 잡고 결속을 다지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무엇보다 김 위원장의 주요 경제건설 현장(양강도 삼지연, 강원도 원산, 평양 대성백화점 등) 시찰 직후이자 대내정책의 방향을 결정하는 최고인민회의를 앞둔 상황에 또 다시 자력갱생을 강조했다는 점에서 사실상 ‘제재 버티기’를 예고한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이미 내부적으로는 줄기차게 주장해온 단계적 비핵화 방안이 받아들여질 때까지 국제사회의 견고한 대북제재를 견뎌내겠다는 방침을 세우고 당 내부에 관련 지침을 하달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이다.

이와 관련해 태영호 전 영국 주재 북한대사관 공사는 8일 자신의 블로그 글을 통해 “김정은이 올해 상반년기간 동안은 미북, 남북사이의 현 교착상태를 유지하면서 북한의 ‘단계적 합의, 단계적 이행방안’이 받아들여 질 때까지 기다리는 방향으로 가닥을 잡은 것 같다”는 견해를 밝혔다.

특히 그는 김 위원장이 원산갈마해양관광지구 완공시점을 6개월 늦춘 것(올해 10월 10일→내년 4월 15일)을 거론하며 “최고인민회의를 불과 며칠 앞두고 이러한 ‘속도조절’ 지시를 내렸다는 것은 이번 최고인민회의에서 하노이회담 결렬로 대북제재가 장기화되는 현실에 비춰 자력갱생의 구호를 전면에 들고 나가는 문제를 집중적으로 토의하겠다는 것을 북한 주민들에게 사전에 알리는 의미”라고 분석하기도 했다.

아울러 태 전 공사는 “미국, 한국에도 제재 장기화에 시간적으로 쫒기지 않겠다는 자신감을 보여주려는 의미가 더 크다고 볼 수 있다”고 덧붙이기도 했다.

이에 따라 이번 최고인민회의에서 김 위원장이 ‘새로운 길’을 제시하는 등 급격한 노선 변화를 밝히기보다 자력갱생을 통한 경제발전에 주력하자는 대내 메시지를 재차 발신할 가능성이 높다는 전망도 제기되고 있다.

김인태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은 “아마도 지금 시점이면 하부 당 조직에까지 하노이 북미회담 결렬 과정에 대한 부분과 ‘어려움을 각오해야 한다’, ‘자력갱생을 해야한다’는 논조들이 관련 지침으로 내려졌을 것”이라며 “현재 당 내에서 자력갱생이나 자강력 부분이 조금 더 중요하게 강조되고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번 최고인민회의에서는 국가경제발전 5개년 전략 네 번째 해의 과업 수행과 7기 3차 전원회의의 결정 관철이라는 큰 틀 안에서 세부적인 지침이자 수행 방도로써 자력갱생이 강조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