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 전원회의서 대대적 인사…무기개발 핵심 리병철 일약 승진

당 전문부서 부장 상당수 물갈이…인민무력상 노광철→김정관 교체 여부도 주목

제7기 제5차 전원회의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지도로 지난달 28일부터 31일까지 노동당 중앙위원회 본부청사에서 제7기 제5차 전원회의가 진행됐다고 1일 노동신문이 보도했다. / 사진=노동신문 캡처

북한이 나흘간 진행된 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5차 전원회의에서 대대적인 인사개편을 단행했다. 당의 모든 사업을 조직·지도하는 핵심기구인 당 중앙위원회 정치국 위원과 후보위원 보선과 함께 당 중앙위 부위원장 선거, 당 전문부서 부장 상당수 교체 등 전면적인 물갈이 인사가 이뤄졌다.

북한 관영 조선중앙통신은 1일 “전체 당원들과 인민들, 인민군 장병들의 커다란 기대와 관심 속에 조선노동당 중앙위원회 제7기 제5차 전원회의가 2019년 12월 28일부터 31일까지 당 중앙위원회 본부청사에서 진행되었다”며 이번 회의에서 둘째 의정으로 ‘조직문제’를 다뤘다고 보도했다.

다만 통신은 이번 보도에서 승진 인사에 대해서만 언급했을 뿐 해임된 인사는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았다.

통신에 따르면 당의 핵심인 정치국 위원에 리일환, 리병철, 김덕훈이 보선됐다. 특히 이들은 이번 전원회의에서 나란히 당 부위원장과 당 부장에 선출·임명돼 눈길을 끌었다.

김정은 체제 들어 무기 개발을 진두지휘한 핵심 인물인 리병철 당 군수공업부 제1부부장은 종전 정치국 후보위원에서 정치국 위원으로 보선됐으며, 당 부위원장과 당 부장에도 임명됐다. 하노이 북미정상회담 결렬 이후 집중해온 새로운 전략무기 개발과 시험발사 성공에 대한 공로를 인정받은 것으로 풀이된다.

내각 부총리로 북한 경제 전반을 이끌었던 김덕훈 역시 이번 전원회의를 통해 당 정치국 위원 겸 당 부위원장에 올랐다. 그 역시 이번에 당 전문부서 부장으로도 임명됐는데, 오수용의 후임으로 경제부장에 임명됐을 가능성이 거론된다.

그동안 근로단체 부장을 맡아왔던 리일환도 이번에 정치국 위원 및 당 부위원장으로 거명됐다. 그 또한 부장 인사 명단에 이름이 포함돼 근로단체가 아닌 다른 부서를 맡게 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당 정치국 후보위원에는 김정관, 박정천, 김형준, 허철만, 리호림, 김일철이 이름을 올렸다.

특히 이번 정치국 후보위원 인사에는 군부 인물들이 돋보였다. 최근 김정은의 공개활동을 자주 수행한 박정천 인민군 총참모장이 이번 전원회의에서 당 정치국 후보위원으로 선출됐다.

원산갈마해안관광지, 양덕온천관광지 등 현재 역점사업으로 추진되고 있는 주요 시설물 건설 지휘해온 김정관도 박정천과 함께 정치국 후보위원직에 올랐다. 현재 김정관은 노광철의 후임으로 인민무력상에 임명된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앞서 군부 서열 1위인 총정치국장 김수길의 정치국 상무위원 진입 여부에도 관심이 쏠렸으나, 그는 이번 전원회의 인사에서 정치국 상무위원 진입에 실패했다. 그동안 군 총정치국장이 정치국 상무위원직을 겸해왔다는 점에서 군의 정치적 위상은 여전히 격하된 것으로 평가된다.

아울러 김형준이 정치국 후보위원직에 오른 것도 주목된다. 특히 그는 당 부위원장과 당 부장에도 전격 임명돼 눈길을 끌었다. 김형준이 2014년부터 러시아 대사로 활동해왔다는 점에 미뤄 그가 리수용을 밀어내고 국제부장에 임명된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미국과의 비핵화 협상 교착 속에서 전통적 우방국인 러시아와의 외교에 힘을 쏟겠다는 전략이 엿보이는 대목이다.

이번 전원회의에서는 리일환, 김덕훈, 리병철, 김형준 외에도 최휘, 최부일, 허철만, 리호림, 한광상, 오일정이 당 부장에 임명됐다. 당 전문부서 부장은 15명 안팎으로 추정되고 있는데, 그 중 상당수인 10명이 교체된 셈이다.

또한 통신은 당 중앙위원회 제1부부장에는 김동일, 리영길, 김여정, 김영식이 임명됐다고 밝혔다.

김정은 위원장의 여동생인 김여정은 현재 선전선동부 제1부부장을 맡은 상황인데, 이번에 북한이 당 중앙위 제1부부장에 임명됐다고 밝혔다는 점에서 조직지도부로 전보된 게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된다. 선전선동부 부부장인 리영식이 제1부부장에 임명된 것도 같은 맥락이라는 견해가 나온다.

이밖에 통신은 국가기관 간부 해임 및 임명과 관련, 김승진이 국가과학원 원장에 임명됐다고 보도했다. 앞서 본보는 지난달 30일 내부 소식통을 인용해 북한 과학기술 연구의 총책임자인 장철 국가과학원장이 최근 해임돼 혁명화 교육을 받고 있다고 전한 바 있다. (▶관련기사 보기: “장철 국가과학원원장 지방 협동농장 혁명화 조치”)

한편, 통신은 이번 전원회의에서 박봉주 당 중앙위 부위원장이 서면토론에 참여했다고 보도했다. 그는 이번 회의에서 모습이 보이지 않아 신변이상설이 제기되기도 했으나, 보도에서 김재룡 총리 앞에 호명돼 여전히 건재한 것으로 확인됐다. 실제 휠체어를 타고 있는 사진이 통신에 공개돼 그가 단순히 건강 이상으로 자리하지 못했던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