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FP 평양사무소 대표 문답

방한 중인 장 피에르 드 마저리 세계식량계획(WFP) 평양사무소 대표는 29일 “북한을 둘러싼 정치적 상황이 긍정적으로 변화했지만 이러한 변화가 정작 식량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으로 표현되지는 않았다”고 말했다.

지난 23~27일 토니 밴버리 WFP 아시아 지역 본부장과 함께 신의주, 용천 등을 답사했던 드 마저리 대표는 이날 시내 수송동 서머셋 호텔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2005년말 한국 정부가 WFP에 대북 지원용 식량 5만t을 공여하기로 약속했지만 15개월째 계속 미루고 있다”면서 한국 정부가 6자회담에서 도출된 북핵 폐기 관련 초기이행조치가 어떻게 되는지 지켜본 뒤 다시 얘기하자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고 전했다.

다음은 모두발언과 일문일답.

◇모두발언

WFP 아시아 지역 본부장과 함께 23~27일 북한을 방문해 식량 상황 전반을 살폈다. 신의주, 용천 등과 식량.지역사회 연계 프로젝트가 진행되는 곳도 방문했다. 지난 몇 년동안 북한 내 식량상황이 조금씩 나아지고 있지만 아직도 수많은 사람들에게 식량 확보는 매일 매일의 투쟁이다. 당장 도움을 주지 않으면 춘궁기에는 더이상 먹을 게 없어진다. 지난 월요일 평양서 만난 북측 관료들은 전체 인구에 필요한 식량 수요량과 자체 생산량 사이에서 1백만 톤의 차이가 있음을 확인해줬다. 북한이 직접 수치를 인용하고 이를 확인해준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함께 회담했던 북한 관료들은 WFP를 통한 식량지원을 받기 위해 이전보다 더 개방적이었다. 북한측 식량 관리자들은 과거와 달리 협조 의지를 보였다. WFP도 북한 주민들에게 필요한 식량을 제공할 준비돼 있지만 이것은 지원국들이 지원해줘야만 가능하다. 우리는 기아와의 싸움에서 지고 있다. 지금이야말로 세계 공여국들이 행동할 시점이다.

◇일문일답

–북한 관료들이 한국 정부 당국자들과 만나 전해 달라고 요청한 게 있나.

▲평양에서 이러한 내용의 대화를 나눈 적이 없다.

–2007년이 특별히 악화될 것이라고 판단하는 이유는.

▲2006년에는 한국이 지원을 중단했고 결국 WFP 지원도 중단됐다. 작년에도 이미 식량사정이 나빴다. 특히 한국 정부가 WFP를 통해 지원하기로 한 5만t을 받지 못하고 있다. 2005년에는 5만t을 제공받았다. 그러나 2006년에는 이 5만t을 포함해 다양한 지원을 받지 못했다. 100만t이 부족한데 이는 전체 식량 필요분의 25%다. 문제는 모든 사람이 똑같이 25%가 부족한 게 아니라는 것이다. 북한 내 가장 빈곤한 지역이 북동부인데 이 곳의 경우 25~30% 혹은 그 이상의 식량부족을 경험할 수도 있다. 모자 사망률, 취약계층 사망률의 증가가 가장 우려되는 사안이다.

–100만t이 부족하다고 했는데 수치는 신뢰할 만한가.

▲통계는 식량농업기구(FAO)가 위성 사진과 강우량 측량 등 첨단 기법을 이용해 산출한다. 2004년까지는 WFP와 FAO가 공동으로 북한의 농작물 생산량을 평가해왔는데 그 이후부터 북한 정부가 이를 거부했었다. 지난 월요일 회의에서는 북한이 이를 다시 허락함에 따라 2008년에 식량 부족분에 대해 더 정확한 수치를 추정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한국 정부가 미사일 발사 등 정치적인 상황 때문에 식량 원조를 중단한 게 식량사정을 악화시키지 않았나.

▲WFP는 인도주의적 지원을 정치화해서는 안 된다고 공여국에 얘기한다. WFP를 통해 지원할 때에는 이 원칙은 항상 적용된다. 물론 대북 지원은 몇몇 쟁점이 정치화하긴 했었다. 통일부에 직접 물어보라.

–한국 정부의 지원을 얻기 위해 왔다고 했는데.

▲한국을 비롯한 다른 공여국들이 북한을 직접 지원하면 식량난이 완화될 것이지만 모니터링이 있어야 최대한의 효과를 낼 수 있다. WFP는 한국 정부의 지원을 기대하고 있다. 외교부와 통일부는 5만t의 식량을 약속했었다. 한국 정부는 이를 15개월째 계속 미루고 있다. 한국 정부는 6자회담에서 도출된 북핵 폐기 관련 초기이행조치가 어떻게 되는지 지켜본 뒤 다시 얘기하자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다자 지원이 효율적이라고 강조했는데 한국 정부의 지원이 늘어날 수록 WFP 지원의 비중이 줄어들어 정작 필요한 사람들에게 못 가지 않나.

▲양자 지원보다 다자 지원이 더 효율적이고 효과가 더 크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한국은 주권국가로 원하는 대로 할 것이다. 6자회담에 대한 보도가 많았고 지난 몇 달 동안 북한을 둘러싼 정치적 상황이 긍정적으로 변화했다. 그러나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실질적 결과로 표현되지는 않았다. 많은 북한 사람들이 앞으로 더 기아에 시달릴 것이다. 이번 춘궁기는 더 어렵고 더 길 것이다. WFP는 정치기관이 아니다. 그러나 정치적 요인이 북한 지원에 영향주고 있음을 알고 있다. 북한 아이들은 정치를 모르고 아무 상관이 없다. 이 아이들에게 기회를 줘야한다. 북한은 책임있는 태도로 외부 세계에 북한의 식량 수료 충족할 수 있는 추가 지원을 호소하고 있다. WFP는 다자적 채널 통한 식량지원이 더 많은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믿는다.

–중국의 대북지원은.

▲2006년에는 2005년 규모의 반으로 줄었다. 2007년에 접어든 후 지난 두 달의 동향을 주시해본 결과 2006년 때의 흐름과 똑같다.

–6자회담에서 미국이 북한에 대한 식량지원 의사를 밝힌 바 있는데 WFP와 관련, 미국이 취한 구체적인 행동은.

▲미국은 북한에서 WFP가 지난 12년동안 활동을 전개하는 데 있어 최대 공여국이자 최대 지원국이다. 그러나 2005년 이후에는 지원을 하지 않고 있다. WFP는 한국, 미국과 같은 중요한 공여국에 필요한 정보를 알려주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최근 워싱턴에서 WFP가 미 정부당국과 가진 협의에서 북한 식량 확보 문제를 논의했다. 여기에서 미국 정부는 미국의 도움도 절대 배제시키지 않을 것임을 언급했다.

–유엔이 대북지원 사업 관련 기구에 대해 감사에 나섰는데.

▲실무에는 전혀 영향이 없다. 지난 1월 반기문 사무총장이 내린 지시에 따라 WFP에 대해서도 외부 감사가 있을 것이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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