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LL 논란 재연 조짐

`2007 남북정상회담’이 끝난 지 하루도 채 안된 5일 서해 북방한계선(NLL) 논란이 재점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북측이 서해상 군사적 긴장완화의 선결조건으로 주장해온 NLL 재설정 문제는 정상회담 전부터 논란이 됐고 이 때문에 이번 정상회담에서 이에 대해 논의가 어떻게 이뤄질지, 어떤 합의가 나올지 관심이 집중됐었다.

그러나 노무현 대통령과 김정일 북한 국방위원장이 4일 합의한 ‘남북관계 발전과 평화번영을 위한 선언’에는 NLL 문제에 대한 언급이 전혀 없었다.

서해상에 공동어로 수역 등을 포함하는 서해 평화협력 특별지구를 조성하기로 합의하면서도 이 같은 합의 실행의 중요한 전제 요소가 될 수 밖에 없는 NLL 문제를 절묘하게 피해간 것이다.

다만 노 대통령은 우리 국민이 인식하고 있는 NLL의 성격과 인식 등을 김 위원장에게 자세히 설명했고 이에 대해 김 위원장은 이해한다는 입장을 표시만 하고 더 이상의 언급은 없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렇게 봉합된 NLL 문제에 대한 논란은 정상회담 종료 하루 만에 다시 재연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이재정 통일부장관은 이날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원회 전체회의에 출석, “우리나라 어느 공식 문서에도 NLL이 영토적 성격이라고 써 놓은 곳이 없다. NLL이 영토개념이라는 것이 어디에도 붙어있는 것을 발견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 같은 언급에 대해 일각에서는 정부가 공동어로 수역 설정과 해주항 직항 등을 위한 논의 과정에서 북측의 집요한 NLL 재설정 요구를 수용할 의사가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이 장관은 정상회담 전인 지난 8월10일에도 “NLL은 영토의 개념이 아니라 군사적 충돌을 막는 안보적 개념에서 설정된 것”이라고 말해 NLL 논란에 불을 지핀 바 있다.

이 장관의 이 같은 언급은 같은 공식수행원으로 평양을 다녀온 김장수 국방장관의 견해와는 분명한 차이를 보이고 있다.

김 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북측이 NLL 재설정 주장을 끝까지 고집할 경우에도 해주항 직항 등을 허용하느냐는 질문에 “기존 NLL 인정하에, 우리가 제시한 통항 절차를 준수한다는 조건이 선결조건”이라고 분명히 했다.

그는 이어 “해상경계선이 있을 때 공동어로 개념이 생기는 것이지, 해상경계선이 없는 상태에서 공동어로 구역이라는 것은 의미가 없다”고 강조했다.

김 장관은 이날 오전 국무회의 참석에 앞서 일부 기자들에게 서해 NLL을 지킨 것이 정상회담의 군사분야 성과라고 말하기도 했다.

남북 정상이 합의한 서해 평화협력 특별지대가 “NLL에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는 이날 알렉산더 버시바우 주한 미 대사의 언급도 NLL에 대한 미국의 입장과 관련해 주목을 끌고 있다.

논란이 재연될 조짐을 의식한 듯 청와대 천호선 대변인은 이날 NLL 문제에 대해 “협의할 수 있지만 현재는 경계선 유지라는 입장에는 변함이 없다”며 진화에 나섰다.

천 대변인은 이어 “서해평화특별지대 합의는 군사적인 차원의 접근 말고 평화협력 구성을 위해 접근하자는 중요한 발상의 전환”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정부의 이 같은 설명에도 불구하고 NLL 재설정 논란은 오는 11월 개최키로 합의한 제2차 남북 정상회담까지 증폭돼 남남갈등으로 비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또 2차 남북 국방장관 회담에서 남북 정상의 합의에 따라 공동어로 수역에 대한 구체적 방안이 합의될 가능성이 높지만 북측이 NLL 재설정을 계속 고집할 경우 `NLL 사수’ 여론을 중심으로 상당한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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