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GO-정치권 뭉쳐야 일된다

▲ 지난해 12월 서울에서 개최된 북한인권대회. 700여 명이 빈자리 없이 행사장을 지키고 언론들의 취재열기도 높았다 ⓒ데일리NK

지난해 12월 서울 북한인권대회는 국내 북한인권 운동사의 전환점이 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국제사회에서 북한인권문제가 중요한 어젠다로 떠오른 지는 벌써 오래 전이다. 유엔총회에서도 북한인권결의안이 통과됐다. 국제사회의 여론과 상반되게 국내에서는 북한인권에 대한 관심이 그다지 높지 않았다. 특히 386 세대를 포함한 젊은 층에서는 오히려 부작용을 우려하는 태도였다.

2005년 7월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우리 국민 중 66.6%가 북한인권을 거론해야 하지만, 비공개적으로 해야 한다는 반응을 보였다. 거론하지 말아야 한다는 여론은 26%였다. 그러나 서울대회를 거치면서 북한인권 문제는 우리가 시급히 해결해야 할 우선 과제로 인식의 폭을 넓혀가는 추세다.

서울대회에 보여준 국민적 관심과 참여, 언론의 반응은 지대했다. 이런 변화라면 국민들 속에서도 북한인권을 거론해야 한다는 수준을 넘어 공개적으로 요구해야 한다는 여론이 크게 높아졌을 것으로 예상된다. 여기에는 노무현 정부의 실정에 따른 국민들의 보수화 경향이나 납북자 김영남 사건도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정치권이나 언론도 이 문제를 두고 정부를 더욱 압박하는 추세다. 외면과 무관심으로 일관하던 정부도 부담을 느끼고 방어적 대응으로 일부 태도를 바꿔가고 있다.

사실 몇 년 전까지만도 ‘북한인권’은 우리에게 생소한 단어였다. 북한인권과 민주화라는 타이틀을 걸고 활동해온 단체는 손가락에 꼽을 정도였다.

지난 몇 년 사이 소위 우파 단체를 중심으로 북한인권 문제가 전면에 부각됐다. 시민사회단체에서는 찬반 입장을 넘어 북한인권에 대한 입장을 결정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가 됐다. 야당은 북한인권관련법 발의와 대정부 질문활동 등을 통해 정부를 강하게 압박했다.

4월 뮤지컬 ‘요덕스토리’ 뜨거운 관심

북한인권의 심각성에 대한 우리 사회의 인식이 환기되는 조짐을 보이면서 지식인 사회를 중심으로 정부가 나서서 김정일 정권의 만행을 막아야 한다는 주장이 적극적으로 제기되기 시작했다.

북한인권운동이 이런 수준까지 오게 된 것은 국내외에서 북한 주민과 탈북자의 현실을 고발하고 이를 확산시키기 위해 노력했던 수많은 활동가들의 헌신적인 노력이 컸다. 그리고 인권이란 보편적 관점에서 북한의 참상에 눈물 흘린 세계의 인권운동가들의 적극적인 활동도 큰 몫을 했다.

북한인권운동이 국내외적으로 확산되는 것은 매우 자연스런 모습이지만, 우리 사회에서 매우 지난한 과정을 거친 것을 돌이켜보면 지금도 그냥 앉아서 추세만 따라갈 노릇은 아니다. 북한인권 운동의 내용과 방식이 바뀌고 있는 지금, 관련 NGO와 정치권이 국민의 기대에 부응하는 변화된 모습을 보여줄 필요가 있다.

4월 들어 북한내부의 인권문제와 관련해 국내에서 가장 주목할 사건은 뮤지컬 ‘요덕스토리’의 성공과 북한인권법 국회 상임위 상정 무산을 꼽고 싶다. ‘요덕스토리’는 북한인권 문제가 전 사회적으로 파급되기 위해서는 ‘문화적 코드’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각인시키는 계기가 됐다.

몇일 후면 ‘요덕스토리’가 경북대에서 공연될 예정이다. 대학가에도 북한 정치범 수용소의 참상이 정면으로 알려지는 계기가 생긴 것이다. 반면, 국회 북한인권법 상정 무산은 한나라당의 북한인권에 대한 정략적 태도와 법안 추진의 중요성을 인식하지 못하고 조직화에 한계를 드러낸 북한인권 NGO들의 실태를 그대로 보여준 사건이다.

지난 20일 국회 통일외교통상위 전체회의에는 북한인권법 상정이 예상돼 있었다. 그러나 열린우리당의 반대로 상정되지 못한 채 안건에서 제외됐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20일 상임위 참여를 거부했다. 이유는 인권법 때문이 아니었다. 사학법 때문에 쟁점 입법에 동의하지 않기로 했기 때문이었다.

북한인권 단체, 왜 법안 통과 노력 안하나?

법안 상정 이틀 전까지도 한나라당은 여기에 대한 대책회의 한번 하지 않았다. 한나라당 측 간사인 전여옥 의원은 북한인권법 상정 무산을 하나의 이유로 들었지만 궁색한 변명으로 보였다. 오히려 열린우리당이 공세를 쥐고 특정 법안 문제로 의회 일정을 거부해서는 안 된다는 공격을 가했다.

어디에도 북한인권법 무산을 안타까워하는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북한인권관련 NGO들은 인권법이 이번 임시국회 회기에 상정된다는 사실조차 알지 못했다.

이달 초 어느 시민단체 대표는 야당 의원으로부터 “북한인권 NGO들의 활동이 너무 미약한 것 아니냐”는 말을 들었다고 한다. 그는 “일본의 사례에서 보듯이 우리가 야당과 적극적인 공조채널을 가동할 필요성이 있겠다”고 말했다.

한나라당 관계자는 “당 내에서 북한인권 관련 NGO들이 법안통과를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은 데 대한 불만도 있다”면서 “좌파성향의 NGO들이 집회나 시위, 대정부 투쟁 등 다양한 방식을 통해 정권을 압박하는 데 비해 이쪽은 너무 신사적인 것 같다”고 말했다.

또 한 관계자는 “한나라당만의 노력으로는 한계가 있는데도 NGO들이 입법활동은 방관하면서 야당 탓만 한다”고 볼멘 소리를 했다. 결국 민간과 정치권 간의 파트너십과 서로의 역할에 대한 이해 부족에서 나온 지적들이다.

북한인권 문제가 몇 년 전까지는 문제를 제기하는 차원이었다면 앞으로는 공세적이고 적극적인 방향으로 선회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적극적인 여론 공세와 정치 이슈화 노력이 뒤따라야 한다. 더불어 국내 시민단체와 좌파단체들의 참여를 이끌어내기 위한 방안이 필요하다.

좌파적 성향이 강한 국내 여타의 NGO 내부에서도 북한인권을 거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조금씩 커지고 있는 만큼 이를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 국내 몇몇 NGO 지도자들은 북한에 대한 쏠림 현상은 덜하면서도 과거 반북(反北)주의에 대한 거부감으로 북한인권을 마땅치 않게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시민사회단체에 북한인권 인식 확산해야

이들이 아직도 우리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이 큰 점을 고려할 때 이들의 북한인권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김정일에 추종하는 친북세력을 고립시키기 위해서도 이러한 노력은 필요하다.

민노당 당대표에 출마한 세 명의 후보 중 두 명이 북한인권을 적극 거론해야 한다는 입장에 선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활동에 북한인권 NGO와 시민단체, 뉴라이트 운동세력들의 적극성에는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지난 3월 브뤼셀에서 열린 북한인권대회는 향후 북한인권운동의 변화 지점을 시사했다. 국제사법재판소에 김정일을 제소하자는 움직임과 대북 라디오 방송 지원 논의에서 알 수 있듯이 북한인권운동의 무게중심이 과거 ‘참상 폭로’에서 ‘북한변화를 위한 실효적 정책마련’방향으로 변하고 있다. 5월 둘째 주부터 노르웨이에서 열리는 북한인권 국제회의도 북한인권개선을 위한 문화와 언론 등 다양한 접근을 주제로 한다.

노무현 정부는 북한인권 문제만 나오면 북한인권 제기가 실효성이 없다고 주장한다. 북한인권 문제의 실효성은 우리 정부가 정책으로 만들어 가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2004년 남북장관급 회담에서 식량지원을 대가로 군사 장성급 회담을 관철시킨 바 있다. 이처럼 식량지원을 할 경우 모니터링부터 납북자 송환 요구까지 상대주의를 충분히 관철시킬 수 있다. 대규모 경협도 북한의 시장주의 개혁을 요구하는 레버리지로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북한인권 NGO들은 오히려 정부의 실효성 문제를 역공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북한인권 개선을 위해 정부와 민간의 역할을 나누고, 실효적 조치에 대한 예시를 담아 정치권에 공개 질의를 진행해도 좋을 것이다.

또한, 북한 내부로 송출하는 라디오 방송에 국민들의 참여를 보장해 북한의 민주화를 위한 실천적인 성과를 축적해가는 것도 매우 중요하다. 이러한 실천적 활동과 정치적 이슈로 부각시키는 데는 북한인권개선에 동의하는 광범위한 세력의 조직화가 필수적이다.

이념의 차이를 앞세우기 보다는 북한인권이라는 화두에 대승적으로 모여 북한의 변화를 위한 작은 실천부터 조직해가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것이다.

북한인권 단체간 소통 부재 아쉬워

지난달 10일 <뉴라이트전국연합>이 주최한 ‘북한인권개선을 위한 NGO전략회의’에서 서경석 목사와 탈북자들이 충돌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서 목사는 “한국에서 북한인권운동의 주체는 탈북자가 아니다”는 취지의 발언을 해 논란를 불러 일으켰다. 이 사건은 탈북자와 북한인권단체간 소통장애를 겪고 있다는 점을 입증한다.

이 사건을 계기로 북한인권운동을 하는 일부 우파 단체들의 선명성 경쟁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단체들 간에 건전한 지적과 경쟁은 필요하지만 서 목사를 향해 ‘위장전향’ 운운하며 도덕성에 타격을 주려는 태도는 바람직하지 않다.

좌파단체들은 주요 현안마다 연대기구를 조성해 공동대응에 나서는 것은 시사하는 바가 크다. 물론 이슈와 별 상관도 없는 단체가 이름만 여기저기 걸어두는 것은 문제다. 그러나 공동대책기구를 세워 사안별로 연대해 파급력을 최대화 시키는 전략은 납북자 및 북한인권단체들이 배워야 할 점이다.

신주현 취재부장 shin@dailynk.com

◆ 연재기사 보기= [기획-北인권운동 이대로 안된다①] 김영남 사건과 ‘납북자 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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