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엄기영 유임…노조 “방문진 하수인 불신임”

MBC 엄기영 사장의 사표가 반려됐다. 대주주인 방송문화진흥회(이사장 김우룡)가 일단 엄 사장이 추진하고 있는 ‘뉴 MBC 플랜’과 경영혁신을 지켜보겠다는 뜻을 비친 것으로 해석된다.



방문진은 10일 이사회를 열어 엄 사장의 사표를 반려하고 함께 사표를 낸 김세영 부사장 겸 편성본부장, 이재갑 TV제작본부장, 송재종 보도본부장, 박성희 경영본부장의 사표는 수리했다. 한귀현 감사, 김종국 기획조정실장, 문장환 디지털본부장은 유임시켰다.



MBC는 다음 주 초 임시 주주총회를 열어 공석이 된 편성·제작·보도본부장에 대한 후임 인선을 진행할 예정이다.



방송계에서는 엄 사장이 재신임을 받았지만 방문진이 보도와 프로그램 제작, 편성을 총괄하는 세 본부장을 동시에 교체한 것은 경고 의미가 담겨 있다고 분석했다. 이날 이사회에서 “내년 2월 주주총회까지 ‘뉴 MBC플랜’이나 경영지표 면에서 별다른 성과가 없다면 엄 사장에게 다시 책임을 물을 것”이라는 발언도 나왔다는 후문이다.



공정성위원회 가동, 노사단체인 미래위원회를 통한 단체협약 조정, 구조조정 등 중장기 인력계획 수립 등이 ‘뉴 MBC플랜’의 핵심내용이다. 방문진의 집요한 주문사항이기도 하다. 영업이익 달성 방안 마련도 큰 과제다.



엄 사장은 당초 11월 말까지 자신이 제안했던 ‘뉴 MBC 플랜’을 마무리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MBC노조의 강한 반발로 인해 현재까지 ‘뉴 MBC 플랜’의 핵심이라고 할 만한 단체협약 개정도 끝내지 못한 상태다.



때문에 유임이 결정된 엄 사장의 추동력도 약화될 수밖에 없다는 것이 방송가의 일관된 의견이다.



엄 사장이 당장 풀어야 할 숙제는 편성·제작·보도본부장의 빈자리를 채워 MBC의 방송 방향에 대한 ‘새 판’을 짜야 한다. ‘PD수첩’의 광우병 보도, ‘100분 토론’의 시청자 의견 조작 등으로 편향성·공정성 시비에 휩싸였던 보도 관련 프로그램의 변화도 이끌어야 한다.



MBC 개혁의 최대 걸림돌인 노조의 반발이 예상되는 지점이다. 실제 MBC노조는 이날 긴급대책회의 후 성명을 통해 엄 사장의 불신임과 방문진 이사장 퇴임 투쟁을 결의했다.



이들은 “점령군의 칼부림은 경영진을 반토막 내는 것으로 일단락됐다”며 “그것도 보도, 편성, 제작, 경영이라는, 정권과 방문진이 그토록 못 마땅해 하던 역할을 해온 이들을 무대에서 한꺼번에 퇴장시킴으로써 이제 그들이 원하는 꼭두각시들로 빈자리를 메울 수 있게 됐다”고 비판했다.



재신임을 받은 엄 사장에 대해서도 “자신의 팔다리를 잘리고도 살아남기만 하면 된다는 굴욕을 선택한 엄 사장에겐 이제 방문진의 하수인이며, 정권의 나팔수를 자처한 인물이란 지울 수 없는 낙인이 찍혔다”며 엄 사장에 대한 불신임을 선언했다.



그러면서 MBC 노조는 사측과의 대화 중단을 선언하고 김우룡 이사장에 대한 퇴진 투쟁을 이어갈 계획임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