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시민사회와 ‘진정한 소통’ 원하면 홍진표가 적격이다

청와대 개편 윤곽이 거의 드러나고 있다. 인사 개편 시기가 되면 언제나 그렇듯 개편 결과를 둘러싼 논란이 벌어지고 있다.

이번 개편 정국에서는 수석이나 특보 보다 한급 낮은 비서관 인사를 둘러싸고 논란이 일고 있어 눈길을 끈다. 시민사회비서관으로 내정된 것으로 알려진 홍진표 자유주의연대 사무총장에 대한 좌파단체들이 연일 반대 여론에 불을 지피려 안간힘을 쓰고 있는 양상이다.

특히 오마이뉴스는 23일 ‘홍진표가 시민사회비서관? 진보와는 소통불가’라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홍씨가 10년 넘게 우파단체에서 활동해온 우편향 인사이기 때문에 왼쪽의 논리, 진보의 주장을 접목하거나 취하는 일을 해본 적이 없다’고 주장하고 나섰다. 홍진표 씨가 시민사회 비서관이 되면, 청와대와 ‘진보’ 시민사회단체들 사이의 소통이 어려워질 것이라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사실이 아니다. 홍 씨는 우파단체에서 활동한 기간보다 좌파 진보운동단체에서 활동한 기간이 훨씬 더 길다. 그는 20대와 30대를 좌파 통일운동단체 몸담아온 사람이다. 남한에서 가장 규모가 컸던 좌파 지하운동조직이었던 민혁당의 핵심 구성원이기도 했다. 그는 그 어느 누구보다도 왼쪽의 논리, ‘진보’의 주장을 잘 알고 있다. 때문에 일부 보수 인사들처럼 진보단체들의 활동에 대해 맹목적인 적대감이나 막말을 쏟아내지 않는다.

진보좌파단체들의 우려와 달리 홍 씨가 얼마나 균형 잡힌 시각을 가지고 있는지를 알 수 있는 사건이 있다. 바로 지난 2004년 이철우 열린우리당 의원의 조선노동당 현지입당 문제가 논란이 됐을 때 홍 씨는 “북한의 노동당은 남한에서 조직사업을 할 때 절대로 노동당 지부니 하는 명칭을 쓰지 않는다”며 일방적인 ‘마녀사냥’식 색깔론에 일침을 가한 바 있다. 이 사건을 계기로 홍 씨는 일부 보수우파 단체들로부터 ‘허위 전향’이라는 비난을 감수해야 했다.

또한 지난 2006년 6월에는 대표적 우파논객인 이상돈 중앙대 법대 교수와 ‘반공’과 ‘반공주의’의 차이를 놓고 논쟁을 벌이기도 했다. 당시 홍 씨는 “이 교수가 뉴라이트가 좌파라고 규정하는 방식이야말로 전형적인 반공주의의 모습”이라며 “공산주의자는 100% 잘못된 말을 하고, 우파인사는 100% 옳은 말을 한다는 그런 단순논리가 세상에 존재할 수 있을까”라고 반론을 제기했다.

이어 “모든 문제에 이미 정해진 답이 있다고 하면서 심지어 용어·인용·비유까지도 통제하고 검열하려고 한다면 우파의 사상적 경쟁력은 약화될 수밖에 없다”면서 “이런 ‘사상통제’는 이 시대에 더 이상 가능하지도 않을 뿐더러 국민적 호응을 받기도 힘들다”고 지적했다. 그의 다양한 스펙트럼을 확인할 수 있는 부분이다. 이 같은 주장은 그가 현재는 좌파에서 우파로 전향하기는 했지만 젊은 시절 소위 진보진영에서 활동한 경험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때문에 진보단체들의 주장대로, 진보와 보수 단체 모두와 소통할 수 있는 사람이 시민사회 비서관을 맡아야 한다면, 홍 씨만한 적임자를 찾기 어렵다. 사실 이런 사실을 가장 잘 알고 있는 쪽은 진보좌파 단체들이다. 적지 않은 진보좌파 단체들이 홍 씨와 통일운동을 함께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홍 씨가 우편향 인사이기 때문에 진보단체와 소통을 어렵게 할 것이라는 옹색한 이유를 내세워 홍 씨의 인선을 반대하고 있는 것이다.

진보좌파운동 단체의 핵심 인사로 일해 온 경력 때문에 좌파 운동단체의 ‘허와 실’을 정확히 알고 있는 홍 씨가 아무래도 부담스럽고 두렵기 때문으로 보인다. 그동안 진보좌파 단체들은 특정 사안이 터질 때마다 보수언론의 ‘색깔론’이라며 강하게 반발했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지금은 진보좌파 단체들이 홍 씨를 향해 ‘뉴라이트’라는 이름으로 ‘역색깔론’을 펴고 있다.

뉴라이트 인사는 시민사회 단체와 ‘소통’할 수 없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 같은 주장은 홍 씨가 시민사회단체, 자세하게 말해 진보좌파 단체와 소통할 수 없는 게 아니라 그들이 홍 씨와 소통하지 않겠다는 억지로밖에 들리지 않는다. 진보좌파 단체들은 지난 노무현 정권 시절 시민사회수석을 지냈던 인물 중 소위 진보성향 인사의 임명에 대해 보수단체와 소통이 불가능하다며 반대한 것을 본 적이 없다. 시민사회비서관이라는 직책은 홍 씨의 개인적 성향이 아니라 그가 그 직책을 소화해낼 수 있는 역량을 갖췄느냐로 평가할 문제다. 더 이상 홍 씨가 우파 인사라는 이유만으로 인선을 반대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에게도 당부하고 싶다. 좌파의 주장에 밀려 내정된 인선을 철회하는 것은 ‘국민과의 올바른 소통’이 아니다. 진정한 국민과의 소통은, 좌우 정치 대립에 휘둘리지 말고 정확한 원칙과 소신을 가지고 능력 있는 인재를 등용하는 것이다. 좌파의 공격에 지레 겁먹고 우를 범하는 실수를 이번에는 하지 않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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