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식 ‘소통’이 ‘좌파 눈치보기’인가?

이명박 정권이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 촛불시위에 놀라 원칙이고 이념이고 다 내팽개쳐 버린 것 같다.

이명박 정부는 홍진표 전 자유주의연대 총장의 청와대 시민사회비서관 인사 철회로 국정운영의 부실한 능력을 다시 또 확인시켜줬다. 좌파성향의 인터넷 매체들과 시민단체들의 반발에 놀라 손바닥 뒤집듯 홍 총장의 인사를 취소해버렸다.

80년대 주사파 운동의 핵심이었던 홍 총장은 90년대 북한 주민들의 인권과 민주주의에 대해 눈을 떴고, 2000년대로 넘어오면서 대한민국의 선진화에 앞장서온 인물이다. 그런데 청와대 측의 홍 총장 인사 철회 이유가 ‘시민사회단체와의 소통문제’라는 후문이 들려오고 있으니 도대체 이 정부의 사람들이 최소한의 정치 상식이 있는지 의심스럽다.

이번에 홍 총장의 인사에 극렬히 반대하고 나온 사람들의 이력을 찬찬히 살펴보면 그들이 어째서 그렇게까지 홍 총장을 반대했는지 금방 ‘감’이 온다. 홍 종장의 인사에 반발한 사람들은 한마디로 과거 80년대 이념과 가치관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구태좌파, 구태진보들이다.

그들은 자신들의 한계와 행동 방정식을 속속들이 꿰뚫고 있는 홍 총장이 반가울리 없다. ‘촛불’만으로도(?) 궁지에 몰아넣을 수 있는 ‘만만한’ 이명박 정부에 자신들의 ‘천적’이 책사(策士)로 자리하게 되는 것을 그냥 두고 볼 수 없었을 것이다.

미국산 쇠고기 수입 반대 파동 속에서 이명박 정부가 국민과의 소통이 갖는 중요성을 깨닫게 됐다면 그 나름대로의 소득이라고도 할 수 있다. 그러나 국민과의 ‘소통’을 스스로 국민 대표성을 갖고 있는 것처럼 참칭(僭稱)하고 있는 일부 좌파세력들과의 ‘소통’으로 착각한다면 이는 이만저만한 착각이 아닐 수 없다.

더구나 홍 총장을 대신해 시민사회비서관에 내정된 임삼진 한양대 교수는 1990년대 시민단체 활동을 이후 잦은 당적(黨籍) 이탈로 언론의 주목을 받아왔으며 이명박 정부의 국정철학과 정 반대의 길을 걸어왔던 사람이다.

임 교수는 2000년 민주당 공천 신청, 2004년 열린우리당 공천 신청에 이어 올해 4월에는 한나라당에 공천을 신청했다. 국회의원이 되기 위해 집권 여당만 찾아다니며 공천을 신청했던 셈이다.

만약 임 교수의 이런 경력이 청와대의 설명처럼 ‘국민과의 소통’에 필요한 것이라면 차제의 내각 개편에서는 이인제 통합민주당 의원을 총리로 검토하는 것이 ‘인사정책의 일관성’ 측면에서 훨씬 어울릴(?) 지도 모른다.

청와대가 ‘촛불 시위의 확산’에 대한 초동 대응을 실패한 이유는 한국 좌파들의 이성과 상식수준을 너무 높게 평가했기 때문이다. 그래도 괜찮다. 좌파세력과는 합리적 토론이나 정책대결이 불가능하다는 점만 기억하면 된다. 좌파세력의 선동이 국민적 감정으로 확산되는 것만 예방할 수 있으면 충분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홍 총장에 대한 인사 철회는 차원이 다르다. 정책결정권의 첫 번째가 바로 인사(人事)결정권이다. 그런데 인사 문제에 있어서 청와대가 좌파세력들의 선동에 겁을 먹고 ‘여론 정치’라는 허울 뒤에 숨는 바람에 향후 국정운영의 불안요소는 더욱 증폭되고 말았다.

민주주의 사회의 정치에서 사상․이념․정책의 대결은 불가피한 요소들이다. 국정책임자가 이를 피하려 해서는 안 된다. 적(敵)아(我) 구별도 없고, 이념적 공통성도 없는 ‘실용주의’는 천박한 포퓰리즘(Populism)으로 전락할 수밖에 없다.

이명박 정부의 ‘실용정치’가 참여정부의 ‘코드정치’ 만도 못한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범 우파진영의 고뇌와 한숨이 더욱 깊어 가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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