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 최근 싱가포르에서 열린 미국과의 비공식 접촉에서 ‘9·19 공동성명’을 파기할 수 있다고 위협한 것으로 16일(현지시간) 알려졌다.
미국 외교전문지 포린폴리시(FP)에 따르면 지난달 말 열린 싱가포르 접촉에서 북측 참석자들은 미국 관계자 측에 올해 초 체결된 ‘2·29 합의’에 대해서는 더 이상 관심이 없으며, 지난 2005년 제4차 6자회담 당시 체결되었던 ‘9·19 공동성명’도 재고하고 있다고 말했다.
당시 비공식 접촉에는 북측에서 한성렬 유엔주재 북한 차석대사와 최선희 외무성 미국국 부국장이, 미국 측에서 조엘 위트 존스홉킨스대 한미연구소 연구원과 코리 힌더스타인 핵위협방지구상(NTI) 부회장 등이 참석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와 관련 한성렬 차석대사와 클리포드 하트 미국 6자회담 특사는 뉴욕에서 ‘후속 회담’을 가졌다는 최근 보도도 있었다고 FP는 전했다.
한 소식통은 “북측의 태도가 과거와는 달라졌다”면서 “2·29 합의의 핵심 중의 하나는 9·19 공동성명과 마찬가지로 ‘동시 행동’이었으나 지금은 미국이 먼저 행동하면 북한이 이에 상응하는 조치를 할 수도 있다는 식으로 바뀌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북측 참석자들이 내부적으로 9·19 공동성명을 완전히 파기할지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그러나 북측은 이번 접촉에서 새 지도자 김정은이 김정일과 같이 ‘영원한 적도, 영원한 동지도 없다’는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고 강조하면서 북미관계 개선 가능성도 내비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소식통은 “이는 그들이 아직 북미관계 개선에 관심이 있다는 뜻”이라면서도 “그들은 과거보다 강경한 태도를 보이고 있으며, 이는 자신들의 상황이 나쁘지 않다고 판단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9.19 공동성명=2005년 9월 19일 4차 6자회담 제1단계 회담에서 북한이 모든 핵무기를 파기하고 NPT, IAEA로 복귀하고 관련국들은 한반도 평화협정 추진, 북측에 경수로 지원, 경제 및 에너지 협력 등을 골자로 하는 선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