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핵 6자회담 당사국들은 2일 브루나이에서 열리는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에 앞서 아세안 연례 외교장관 회의에서 북핵 외교전을 벌이고 있다. 한미일과 북중러가 양자회담 등 연쇄접촉을 하는 등 활발한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한미중 연쇄 정상회담에서 ‘북한 핵보유 불용(不用)’ 성명을 통해 북한을 압박한 데 이어 1일 오후 브루나이에서 열리는 한미일 3국 외교장관 회의에서도 이 같은 ‘북핵 불용’ 원칙을 재확인했다.
3국은 북한에 진정성있는 태도 변화를 촉구할 예정이다. 6자회담 재개를 위한 구체적인 행동ㅇ으로 ‘2·29 합의+α’ 준수를 3국은 제시한 바 있다. ‘2·29 합의’는 ▲핵·미사일 실험 모라토리엄 선언 ▲우라늄농축 프로그램(UEP)을 포함한 핵개발 중단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단 방북 허용 등이다.
지난 30일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왕이(王毅) 중국 외교부장과 회담에서 ‘북한 핵 보유 반대’ 원칙에 합의하고 향후 공조를 강화키로 했다.
이에 북한은 대화공세로 맞서고 있다. 박의춘 북한 외무상은 1일 오전 왕 부장을 만나 ‘한반도 비핵화’를 주장하며 대화에 나설 수 있다는 입장을 거듭 표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ARF에서 ‘핵·경제’ 병진노선에 입각해 핵보유국 지위를 전제로 핵군축 회담 및 평화협정 체결을 주장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어 러시아와도 양자회담이 예정돼 있다.
6자회담 당사국들은 북한의 비핵화에는 공감하면서도 방법론적인 측면에서는 온도차를 보이고 있다는 것이 외교가의 대체적인 분석이다. ARF 참석 차 브루나이를 방문 중인 한 고위당국자는 “중국은 6자회담 의장국이고 북한 문제를 보는 시각이 우리와 동일하지는 않다”고 말했다.
박 외무상과 회담을 마친 왕 부장은 “한반도 비핵화를 위해선 6자회담이 필요하다”며 “중국은 6자회담의 의장국으로서 유관국들 간 대화의 조건을 마련해 한반도 문제가 조속히 대화를 통해 해결의 궤도로 돌아가길 원한다”고 밝혔다. 중국은 북한의 선(先) 행동 조치보다 6자회담 조기 개최가 중요하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각국 조율을 위해 사전 배포된 ARF 공동성명 초안은 “(참가국) 장관들은 역내 안정과 평화를 위해 평화적인 방법으로 검증 가능한 한반도 비핵화의 중요성을 재확인했다”면서 “대부분의 참가국들은 북한이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와 9·19 공동성명을 준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는 내용을 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더불어 북한이 주장하는 ‘적대시 정책’ 철회 주장도 의장성명에 함께 들어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해지면서 문안 조율을 놓고 한미일과 북중 간 외교전을 펼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