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F성명 ‘10.4선언’삭제..남북관계 영향은

싱가포르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 의장성명에 포함됐던 10.4선언 과 관련한 문구가 우리 정부의 이의제기로 빠진 것을 두고 남북관계에 미칠 부정적 영향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정부는 이번 사안에 대해 ‘10.4 선언에 기초한 남북대화’란 당초 의장성명 내용은 북 측도 주장하지 않아 사실관계에도 부합하지 않는데다 10.4선언과 관련한 발언은 북한 밖에 하지 않았다는 점 등을 들어 이의를 제기한 것일 뿐 적극적으로 문구 삭제 요청을 한 것은 아니라고 밝히고 있다.

실제 ARF 의장성명에서 `금강산 사건’과 ‘10.4선언’이 동시에 삭제된 것은 금강산 사건에 대한 북 측의 강력한 항의와 10.4선언에 대한 우리측의 이의 제기를 싱가포르 측이 수용, 두 문구의 삭제를 선(先)제의해 이뤄진 결과로 알려졌다.

정부는 ARF를 계기로 다양한 양자회담 등을 통해 금강산 문제에 대한 국제사회의 여론을 환기시켰다는 판단과 북한도 그런 얘기를 한 적이 없는 `10.4 선언에 기초한 남북대화’란 문구를 그대로 둘 경우 앞으로 몇년간 두고두고 인용될 수 있다는 판단 끝에 싱가포르의 제안을 받아들였던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대체로 과정이 어떠했든 간에 결과적으로 우리 정부의 10.4선언에 대한 ‘거부감’이 국제무대에서 표출된 것이기 때문에 남북관계에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정성장 세종연구소 남북한관계 연구실장은 “현 정부는 지금까지 6.15공동선언과 10.4선언에 대해 공식적으로는 인정하는 것도 부정하는 것도 아닌 모호한 태도를 취해왔는데 이번 일로 10.4선언에 대한 부정적 태도와 거부감이 분명하게 드러났다”고 말했다.

그는 “이러한 상황에서 현정부가 뭐라고 얘기해도 북한이 신뢰하기는 어려울 것이고, 당국간 관계 복원은 더욱 멀어질 수 밖에 없다”며 “남북간 경색국면이 장기화되고 남북한 군사적 긴장이 고조될 수 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러한 국면을 타개하기 위해서는 대북정책의 전면적 전환 등이 이뤄져야 하며 북한에 대한 미온적 입장 변화만 가지고는 북한이 대화에 나설 가능성은 적다고 전망했다.

양무진 북한대학원대학교 교수도 “이번 일로 북한은 남측이 10.4선언을 부정한다고 확실하게 인식하게 돼 보다 공격적인 방향으로 나올 가능성이 크다”며 “북한은 국제무대에서 현재의 남북관계 경색국면이 모두 남쪽의 책임이라고 대응하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북한 입장에서는 이번 일을 계기로 국제무대에서 10.4선언 이행에 대한 남측의 ‘소극성’을 공격할 빌미가 생겼고 이렇게 양측이 맞대응하는 상황이 되면 남북관계도 공전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북한은 지금까지 우리정부가 6.15공동선언과 10.4선언을 무시하고 있다는 인식을 유지해 왔기 때문에 이번 일이 추가적인 악영향을 미치지는 않을 것으로 보는 시각도 있다.

고유환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북한은 우리 정부가 6.15선언과 10.4선언을 무시한다는 판단 하에 비난 기조를 계속 유지해왔기 때문에 이번 일로 크게 달라질 것을 없을 것”이라고 분석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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