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성 아파트값 다시 꿈틀…역전·중덕동 대형 주택 15~20만 달러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8일 김일성 사망 32주기를 맞아 “위대한 수령님이 염원한 지방 변혁의 새시대가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의 영도 아래 펼쳐지고 있다”라고 선전했다. /사진=노동신문 뉴스1

한때 건설 경기 한파로 거래가 얼어붙었던 평안남도 평성시 살림집 가격이 최근 다시 오름세를 보이는 것으로 전해졌다. 코로나19 시기와 국경 봉쇄를 거치며 위축됐던 평성 부동산 시장이 물가·환율 상승, 도매시장 경기 회복, 돈주들의 자산 보전 심리와 맞물리며 다시 움직이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이번 가격 상승은 단순한 주택 수요 증가라기보다 오랫동안 형성돼 온 시장화 기반이 여전히 집값을 떠받치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평성은 북한 내부에서 물류·도매 거점으로 인식돼 왔고, 지금도 “장사가 되는 도시”라는 평판이 강하다.

평안남도 소식통은 14일 데일리NK에 “작년이나 코로나 시기와 비교하면 평성 시내 아파트 가격은 오르는 편”이라면서 “중덕동 120㎡ 아파트는 현재 15~20만 딸라(달러) 정도 하고, 평균적으로 3만 딸라가량 오른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소식통에 따르면 평성 시내 50~60㎡ 규모 아파트도 현재 1만 5000달러 안팎에 거래되고 있다. 이는 코로나 이전보다 약 3000달러 오른 수준이다. 중덕동 예술대학 주변 120㎡ 아파트는 15만 달러, 역전동 도 군사동원부 근처에 새로 지은 아파트는 20만 달러 수준이라고 한다.

이는 2019년 평성 부동산 시장 침체기 때와는 다른 흐름이다. 당시 본보는 평성 살림집 건설이 예년보다 위축됐고, 구매력 약화로 집을 사겠다고 나서는 사람이 거의 없었다고 보도한 바 있다. 당시 역전동 아파트 가격은 10만 달러 이상에서 5만 달러로 내려간 뒤, 3만 달러에도 매수자가 거의 없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던 것으로 전해졌다.(▶관련 기사 바로보기: 평성에 불어닥친 건설 경기 ‘한파’…매매가도 ‘반토막’)

/그래픽=챗GPT, 내용 정리=데일리NK AND센터

시장화가 만든 ‘평성 프리미엄’…여전히 “돈 벌 수 있는 도시”로 인식

평성에서 집값이 비싼 지역은 역전동, 중덕동, 옥전동, 은덕동 순으로 꼽힌다. 역전 주변은 교통과 기관 접근성이 좋고, 중덕동은 학교와 주거 여건이 비교적 양호하다는 점에서 선호된다. 옥전동은 평성의 대표적인 시장권과 맞물려 있어 장사 기반을 중시하는 주민들에게 주목받는 지역으로 알려졌다.

소식통은 “요즘은 5층 아파트가 잘 팔린다”며 “단층집보다는 아파트 수요가 많고, 시내 1동 2세대 단층보다는 교외 독채를 선호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살림 조건과 독립성을 따지는 사람들이 많아졌다”고 덧붙였다.

평성 집값 상승의 배경으로는 우선 물가와 환율 상승이 꼽힌다. 북한 내부에서 달러와 위안화 가치가 오르고, 식량과 생필품 가격도 전반적으로 상승하면서 살림집 가격 역시 함께 올라가는 흐름이라는 것이다. 소식통은 “집값이 오르는 가장 큰 이유는 물가 상승 때문이라고 본다”며 “물가와 환율이 오르면서 집값도 같이 오르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평성 집값 상승을 단순히 물가 상승만으로 설명하기는 어렵다. 평성은 평양과 가깝다는 지리적 조건보다 전국 도매시장이라는 경제적 기능 때문에 선호되는 측면이 더 크다. 북한 주민들 사이에서 평성은 여전히 “돈을 벌 수 있는 곳”이라는 인식이 강하다는 것이다.

소식통은 “평양 주변이라는 사실보다 전국적인 도매시장이 있고, 돈을 잘 벌 수 있기 때문에 평성에 살고 싶어 하는 사람이 많다”며 “이전처럼 무조건 평양을 선호하는 분위기는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실제 평성 도매시장 경기는 조금씩 회복되는 분위기라고 한다. 다만 거래 방식은 이전과 달라지고 있다. 옥전시장을 직접 찾는 사람은 줄어드는 반면, 물건을 시장 안에서 사고파는 것이 아니라 창고에서 업자끼리 직접 거래하는 방식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이는 평성의 시장화가 장마당 거래 단계를 넘어 창고 거래, 업자 간 직거래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시장에 사람이 덜 보인다고 해서 장사가 완전히 죽은 것이 아니라, 거래가 더 비공개적이고 효율적인 방식으로 옮겨가고 있다는 의미다.

시장 경기 회복은 주택 거래에도 바로 영향을 주고 있다. 장사가 잘되는 사람은 먼저 좋은 집으로 옮기려 하고, 장사가 막히거나 밑천이 부족해진 사람은 집을 팔아 작은 집으로 옮긴다. 평성의 집값은 주민들의 장사 형편과 구매력을 보여주는 지표처럼 작동하고 있는 셈이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 노동신문은 2025년 12월 4일 “평성시 청옥농장, 자산농장과 대관군 평문농장, 대안농장에서 살림집 입사모임이 진행되였다”고 보도했다. /사진=노동신문·뉴스1

집값은 곧 구매력…돈주는 보유하고, 어려운 주민은 내놓는다

한편, 소식통은 “돈이 많은 사람은 집을 팔지 않고, 돈이 부족한 사람이 판다”며 “집을 파는 이유는 장사밑천 마련과 생계난이 제일 많다”고 했다. 현금(달러)을 충분히 가진 사람들은 집을 팔기보다 보유하려는 경향이 강한 반면, 장사밑천이 부족하거나 생계가 어려운 주민들은 집을 내놓는 경우가 많다는 전언이다.

그런가 하면 주택 구매층은 주로 장사가 잘돼 돈을 번 사람들이다. 여기에 일부 간부 가족, 무역기관 관계자들도 포함된다. 환율과 물가가 올라가면서 일반 노동자나 소규모 상인들은 생활이 더 어려워졌지만, 현금을 많이 보유하고 있는 돈주 등은 크게 걱정하지 않고 있다는 게 소식통의 말이다.

주택 거래 과정에는 시 인민위원회와 일명 ‘거간꾼’이라 불리는 중개인이 개입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에서 살림집은 공식적으로 개인 소유 부동산이 아니지만, 현실에서는 입사증 변경과 명의 이전 등을 거쳐 사실상 매매가 이뤄지고 있다. 이 과정에서 중개 및 뇌물 비용도 함께 발생한다.

소식통은 “주택 거래는 시 인민위원회에서 관리하는데 이는 입사증 문제 때문”이라면서 “뇌물이나 입사증 문제는 거간꾼이 다 해결하고, 비용은 집의 크기와 위치, 상태에 따라 다르게 정해진다”고 설명했다. 예컨대 중덕동에 있는 10만 달러짜리 아파트를 거래하면 거간꾼이 1000~2000달러 정도를 챙기는 것으로 전해졌다. 거래 규모가 커질수록 비공식 비용도 함께 커지는 구조다.

평성시 경제에 대한 주민들의 평가는 복합적이다. “예전 같지 않다”는 불만은 많지만, 그렇다고 평성을 떠나려는 사람은 거의 없다고 한다. 평성은 여전히 장사가 되는 곳이고, 돈을 벌 기회가 있는 도시라는 인식이 강하기 때문이다. 소식통은 “다른 지방에 배치돼도 평성에 있는 집을 팔지 않고,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다시 돌아온다”고 했다.

최근 평성 집값 상승은 시장 경제가 여전히 이 도시의 가치를 떠받치고 있음을 보여주는 동시에, 달러 보유층과 일반 주민 사이의 구매력 격차가 더 뚜렷해지고 있음을 드러낸다. 소식통은 “평성 집값을 보면 장사가 어느 정도 돌아가는지도 보이고, 누가 돈을 가지고 있는지도 드러난다고 할 수 있다”면서 “요즘 평성 살림집 가격은 주민들의 생활 형편 차이를 그대로 보여주는 것 같다”고 말했다.

*평성 옥전시장=통일연구원의 2016년 보고서에 따르면, 공식 면적은 1만 2804㎡, 추정 매대 수는 9146개로, 면적·매대·장세 기준 전국 14위 규모로 집계됐다. 그러나 보고서는 동시에 평성 옥전시장이 물리적 규모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시장이라고 지적했다. 공식시장 울타리 안보다 개인 주택, 창고, 골목, 거리로 도매 기능이 확장돼 도시 전체가 하나의 유통망처럼 작동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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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용 기자
sylee@uni-media.ne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