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한미정상회담 의제와 전망

내달 14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릴 한미정상회담은 산적한 한미동맹 현안과 더불어 해법을 찾지 못하고 표류하고 있는 북핵 문제에 대한 노무현(盧武鉉) 대통령과 조지 부시 대통령의 폭넓은 의견교환의 장이 될 전망이다.

이번 정상회담은 참여정부 들어 6번째로, 작년 11월 부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정상회담을 한 지 꼭 10개월만에 열리는 것이다.

이번 회담 테이블에는 전시 작전통제권 환수와 주한미군기지의 평택 이전, 주한미군의 공대지 사격장 문제 등 재정립중인 한미동맹에 관한 의제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체결문제가 핵심 의제로 올라와 있다.

여기에 두 정상은 9.19 공동성명 이후 제자리를 맴돌고 있는 북핵 문제와 북한 미사일 발사와 관련된 한미 양국의 공동대처방안 모색을 위해서도 머리를 맞댈 예정이다.

특히 이번 정상회담이 한미동맹 ‘균열’ 논쟁을 불러일으키며 하한정국을 달구고 있는 전시 작통권 환수 논란에 종지부를 찍을 수 있을 지에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북핵문제 ‘대화원칙’ 재확인할 듯 = 작년에 ‘북핵 폐기와 북미관계 정상화’를 골자로 한 북핵 6자회담 9.19 공동성명이 도출된 이후 한 발짝도 못나가고 있다. 벌써 1년이 다 돼 가지만 합의사항 이행은 커녕 구체적인 논의를 위한 만남조차 전무한 상태다.

따라서 이번 정상회담에서 노 대통령과 부시 대통령은 우선 북한을 회담장으로 유도하기 위한 방안에 놓고 다각도로 협의할 것으로 보인다.

지지부진한 대화로 인해 북핵국면을 타개하기 위한 유일한 통로인 6자회담에 대한 일각의 무용론을 사전 차단할 필요성이 절실하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노 대통령은 부시 대통령에게 좀 더 유연한 자세를 견지해 줄 것을 요청할 것으로 관측된다.

‘선(先) 금융제재 해제’와 북미 양자회담을 요구하고 있는 북한에 맞서 미국이 ‘선(先) 6자회담 복귀’를 내세우며 회담장 내 양자접촉으로 응수하고 있는 지리한 상황이 북핵문제 해결의 장애물로 작용하고 있다는 인식에서다.

노 대통령은 15일 광복절 경축사에서 회담 당사국들의 ‘다양한 형태의 대화 시도’를 언급했고, 지난달 21일 ‘7.5 북한 미사일 발사 사태’ 협의 차 후진타오(胡錦濤) 중국 국가주석과 가진 통화에서도 관련국들의 ‘결단’을 촉구한 바 있다.

하지만 이번 회담에서 노 대통령이 부시 대통령에게 “양자회담을 하라”고 직설 화법을 사용할 가능성은 없다는 게 정부 당국자의 설명이다. 미측의 입장을 뻔히 아는 입장에서 그런 요구가 자칫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양 정상은 북핵문제의 대화를 통한 외교적 방법 해결노력과 그런 도구로서의 6자회담의 유용성을 재확인하면서 북한의 회담 복귀를 거듭 촉구할 것으로 전망된다.

안보위기를 부채질하는 제1요인인 북핵문제에 대해 한미 양국 정상이 ‘대화를 통한 해결’ 입장을 재천명함으로써 국민의 불안을 해소하는 동시에 대화 모멘텀을 살려나갈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정태호(鄭泰浩) 청와대 대변인은 16일 “북핵문제의 시급성에 공감하고 이의 해결을 위한 긴밀한 공조관계를 확인할 것”이라며 “문제의 평화적.외교적 해결 원칙을 재확인하고 6자회담의 조기 재개를 위한 외교적 노력을 협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흔들림없는 한미동맹 과시할 듯 = 국내적으로는 전시 작통권권 환수 문제가 주요 관심사이지만 이번 회담에서 심도있게 논의될 가능성은 적을 것으로 보인다.

이미 오는 10월 양국 군사당국간의 연례안보협의회(SCM)에서 환수 로드맵을 도출하기로 했고, 그 틀이 거의 다 짜여져 가고 있기 때문이다.

송민순(宋旻淳) 청와대 안보실장이 지난 10일 “양국 정상이 논의해 결정할 사안은 아니다. 이미 합의돼 로드맵이 거의 완성단계에 있다”고 말한 점도 이를 뒷받침한다.

다만 환수 시기와 관련해 국내에서 뜨거운 논란이 일고 있는 만큼 양 정상은 전시 작통권 환수로 인해 일부 재조정 이외에는 주한미군이 철수하지 않을 것이며, 따라서 한미동맹에는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공동입장을 밝힐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관측된다.

참여정부 들어 국내에서 한미동맹 균열 논란이 있을 때마다 한미 정상이 만나 굳건한 동맹관계를 재확인했던 전례도 이런 관측을 가능케 한다.

현안으로 떠오른 주한미군을 위한 공대지 사격장 문제와 이미 합의된 주한미군 재배치 이행과정에서 불거진 반환기지 환경치유와 비용 문제, 그리고 한국군의 이라크 파병 연장 문제 등도 회담 의제로 대두될 가능성도 있지만 정상회담 보다는 양국 외교 또는 국방장관간의 회담에서 다뤄질 가능성이 더 높다는 관측이다.

아울러 비록 동맹 현안은 아니지만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한 원칙과 큰 틀에 대해서도 양 정상간에 의견 교환이 이뤄질 개연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된다.

물론 양국은 이미 농산물 등 일부 분야에 대한 양허안을 교환한데다, 미측 반발로 중단된 의약품 분야협상과 3차 본협상이 정상회담 직전에 예정되어 있는 만큼 정상차원의 각론 논의로까지는 이어지지 않을 전망이다.

따라서 두 정상은 양국간 교역 활성화에 추동력을 더하기 위해 진행되고 있는 FTA 체결 원칙을 재확인하는 등 추진 의지를 다시 한번 다질 것으로 관측된다.

다만 노 대통령은 몇 번이나 강조했던 것처럼 한미FTA체결이 빠르면 빠를수록 좋지만 그렇다고 해서 내용을 도외시하지 않겠다는 점을 분명히 밝힐 것으로 보인다.

정 대변인은 “이번 회담은 한미관계가 매우 공고한데다 이제 북한 문제를 뛰어넘어 더욱 포괄적.역동적.호혜적인 관계로 발전시킬 필요성에 대한 양정상의 의지를 재확인해 관계를 심화.발전시켜 나가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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