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7세 맞은 김정일, 수년내 체제도전 직면한다

2월 16일은 김정일의 생일이다. 올해 만 66세가 된다. 66세는 그의 ‘정치적 나이’다. 실제는 1941년 2월 16일 생, 즉 육체 나이는 67세다. 이미 알 만한 사람은 다 아는 이야기이다.

그는 아버지 김일성의 후계자가 된 뒤(80년대 초)부터 ‘1942년 2월 16일 생’을 사용했다. 김일성이 1912년 생이니까, 아버지가 60세가 되면 자신은 30세, 70세가 되면 40세가 되도록 이른바 ‘꺾어지는 해'(정주년)를 맞추어 놓았다. 정치적 상징조작이다. 전체주의 개인숭배 시스템을 충분히 이해하는 사람들이라면 김정일의 생일조작도 그 정치적 노림수를 쉽게 알 수 있을 것이다. 더욱이 ‘대를 이어 충성하자’는 것이 중요한 구호였던 북한정권에서는 더 말할 것도 없다.

이렇게 보면, 올해 67세인 김정일이 70세가 되는 것도 3년밖에 안 남았다. 2000년 6월 평양 순안공항에서 김대중 대통령을 맞으며 ‘만면에 희색, 보무도 당당하던’ 그의 걸음걸이는 지난해 10월 평양 4.15 문화궁전에서는 활력이 뚝 떨어졌다. 김정일의 건강에 당장 무슨 변고가 있지야 않겠지만 그 역시 세월의 풍화작용 앞에서는 도리가 없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생물들이 어떻게 뉴턴의 열역학 제2법칙을 이기겠는가. 언젠가는 그도 대우주의 한줌 에너지원으로 돌아갈 것이다.

북한을 관찰할 때 어디에서 바라보느냐에 따라 그 결과가 조금씩 다르다. 워싱턴이 관찰하는 평양과 베이징이 진단하는 평양이 같지 않다. 지난 10년간 평양을 향한 서울발 시각은 “햇볕을 쬐다보면 변하겠지…”였다. 그러나 10년쯤 지나면서 그 시각이 틀렸다는 사실은 전문가들은 물론이고 일반 대중들도 다 알게 되었다.

지난 10년동안 평양을 진단한 서울발 시각보다 워싱턴발, 베이징발이 좀더 정확했다. 하지만 요즘 돌아가는 것을 보면 평양을 관찰하는 워싱턴의 시력(視力)도 그리 좋은 것 같지가 않다.

90년대 초 제1차 북핵사태가 발생한 지 17년 정도 지났다. 그 사이 제네바 합의도 깨졌고, 2002년 고농축우라늄 핵개발 의혹도 규명되지 못했다. 북한-파키스탄 핵개발 협력도, 북-시리아 핵 연계 문제도 오리무중이다. 북한은 농축우라늄, 파키스탄, 시리아와의 연계 등을 모두 부인하고, 플루토늄 30kg만 달랑 내놓고 ‘우리는 이미 핵 신고 다했다’며 시간을 ‘개기고’ 있다. 라이스 장관과 크리스토퍼 힐은 웃지도 울지도 못하는, 영화 ’25시’의 마지막 장면의 안소니 퀸과 같은 처지가 되었지만, 그래도 모른 척 하면서’2.13 합의’에 기대를 거는 모양이다.

미국은 지난 17년 동안 북핵 해결을 위해 열심히 뛰었다. 하지만 현 시점까지 말(言)이나 종이(문서)가 아닌, ‘물질적인 성과’로 거둔 것은 ‘영변 3개 핵시설에 대한 불능화 작업 진행중’이다. 이렇게 볼 때 “(현 시점에서) 핵개발을 동결(freeze)키로…”한 94년 ‘제네바 합의’보다 불과 몇 밀리미터 전진한 셈이다. ‘북핵 폐기’까지는 참으로 머나먼 ‘파촉 3만리’다. 이것이 지난 17년간의 냉정한 ‘북핵 결산표’이다. 하지만 그 동안 들어간 달러, 중단한 경수로 공사를 포함해서 중유, 식량, 비료, 각종 지원품 등등은 모두 밑빠진 독에 물붓기였다.

반면 17년동안 끝내 북한은 핵실험국까지 되었다. 이것은 움직일 수 없는 사실이다. 게다가 지금 김정일은 인도의 경우처럼 ‘핵보유국’으로 인정도 받고, ‘미국과도 친하게 지내자’는 방향으로 가려 하고 있다. 김정일은 ‘우아하게도’ 26일 뉴욕필을 평양에 불러들인다. 과거 미-중간의 ‘탁구 외교’보다야 드보르자크, 거쉬인이 등장하는 클래식 외교가 얼마나 더 ‘평화적’인가. 선전의 대가인 김정일은 이를 이용해서 대외적으로 자신을 ‘우아한 독재자’로서 포장할 것이다. 그리고 미국에게는 답례로 태권도 선수들이나, 여자 축구 같은 북한 이미지에 맞는 ‘전투적 종목’을 보낼 수 있을 것이다.

올해 북핵 폐기 ‘개점휴업’ 될 공산 커

하여튼, 올해 북한 핵문제는 현 상태에서 별 진전없이 시간만 때우는 식으로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 평양을 보는 베이징발 시각이 이미 그렇다. 평양을 관찰하는 가장 정확한 시력을 가진 곳이 베이징이다. 런민대, 베이징대, 중국공산당 중앙당 학교, 사회과학원(일부는 빼고) 한반도 전문가들은 올해 김정일이 북핵폐기 프로세스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을 것임은 물론, 핵보유국으로 묵인받고 미국과 관계개선하는 모양새로 진입할 것으로 보고 있다.

또 올해 동북아 사정이 북핵 폐기에 동력을 가지기도 어렵다. 중국은 8월 8일 베이징에서 중국역사 5천년 만에 처음으로 전세계적 잔치인 올림픽 경기를 벌인다. 올림픽이 끝나면 바로 미국 대선이 코앞에 닥친다. 시간 계산만 간단히 해도 북핵폐기의 실질적인 진전은 어렵다는 답이 나온다. 올해 북핵폐기 프로세스는 그래서 ‘개점휴업’이 될 공산이 크다.

모든 해결책 마련이 그렇듯 먼저 ‘대상에 대한 정확한 진단’이 가장 중요하다. 정확한 진단이 있어야 올바른 해결책이 보인다. 북한은 원래부터 군사우선주의 국가이다. 스탈린이 군사폭력혁명 노선을 만들었고, 김일성 정권이 스탈린주의에 기초해서 수립되었다. 게다가 1966년 국방경제 병진노선을 택하면서 북한은 더욱 군사우선주의로 갔고, 이 노선에 바탕하여 핵개발, 미사일 개발이 나온 것이다. 그리고 94년 김일성 사망후에는 김정일이 ‘선군정치’라는 말까지 만들어내면서 통치의 무게중심을 군(軍)으로 더 이동시켜 놓았다.

따라서 김정일 정권을 제대로 다루려면 핵폐기 압박만으로는 어렵다. 김정일은 핵을 폐기하면 자기 존재성이 사라진다는 사실을 아주 잘 알고 있다. 그래서 주변국에게는 핵을 포기할 수도 있다는 환상을 심어주면서, 실제로는 절대 포기하지 않는 것이다. 핵이 없는 김정일 정권에게 남는 것은 수령독재, 인권유린, 몰락한 경제, 정치범 수용소, 탈북자 등등의 정말 볼품없는 모습이다. 핵이 없는 김정일은 1~2년을 버티기 어려운 것이다. 북한정권은 지금까지 ‘미국이 적대시 정책을 포기하면 우리는 핵을 가져야 할 이유가 없다’라는 단 한 문장만을 갖고 지난 17년 동안 버텨왔으며, 결국 핵실험국으로 갔고 또 챙길 것은 챙겨 왔다. 17년 간의 결과가 이러하니, 김정일이 ‘나는 외교의 천재’라고 자부해도 별 도리가 없다. 북한의 군사우선주의 노선은 지난 60년간 북한정권의 ‘존재이유 그 자체’라는 사실을 이론적으로, 실천적으로 깊이 알아야 하는 것이다.

따라서 6자회담과 같이 김정일에게 핵을 버리라는 국제적 압박은 계속 그 프로세스를 이어가면서, 또 주변국은 북한을 개혁개방으로 능동적으로 몰아가고, 북한 내부에 인권과 민주화의 바람을 넣는 대북 ‘B 플랜’을 더 적극적으로 가동해야 한다. 그렇게 해야만 먼 후일 핵문제도 ‘결과적으로’ 해결될 수 있다. 며칠 전 조지프 나이(하버드대)교수가 내한하여 ‘소프트 파워’를 강조했는데, 이 연성 프로젝트도 B 플랜중 하나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또 남북간 정상적인 협상이나 합리적인 남북교류협력, 경협은 A 플랜으로 작동하도록 하면 된다. 전쟁중인 국가끼리도 협상은 한다. 다만 지난 김대중-노무현 정권처럼 김정일에게 ‘저하, 부디 통촉하시옵소서’ 식의 구걸식 협상은 안 하는게 북한을 다루는데 더 유리하다. 북한문제를 남한내 정치에 이용하면서 ‘정치적 성과’를 내려고 하지만 않으면 이것이 가능하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B 플랜은 북한 주민들을 각성시키는 일이다. 북한 주민들이 인권과 민주주의를 알게 되어 스스로 자기 권리를 쟁취하도록 도와주는 것이다. 이런 일은 비록 시간이 많이 걸리지만 북한주민들을 위해서는 그래도 가장 정직하고, 가장 올바른 길이다. 또 인류가 지금까지 민주주의를 발전시켜온 원동력이기도 하다.

김정일의 나이 67세다. 올해는 북한 주민들에게 인권과 시장, 민주주의를 알 수 있도록 하는 실질적인 해가 되어야 할 것이다. 앞으로 길어도 3~5년, 한반도는 중요한 시기에 들어설 것으로 예상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