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자회담 재개…北 페이스 주도 눈길

중국 외교부가 제5차 6자회담 3단계 회담이 8일부터 베이징에서 열릴 것이라고 밝힌 가운데 협상의 초기국면에서 북한이 자신들의 입장을 관철시켜 회담의 페이스를 이끌고 나가는 양상이어서 눈길을 끈다.

일단 이번 6자회담은 방코델타아시아(BDA)에 동결된 북한계좌 문제를 논의하는 실무회담과 순차적으로 열리는다는 점에서 북측이 원하는 구도가 반영됐다.

당초 미국은 BDA논의와 6자회담을 동시 개최하는 방안을 북측에 제의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북측은 선(先) BDA논의-후(後) 6자회담 입장을 고수했다.

북한은 크리스토퍼 힐 미 국무부 동아태 차관보와 김계관 외무성 부상간의 베를린 접촉에서 BDA 문제에 대한 미국의 긍정적 답변을 들었더라도 이를 BDA회담을 통해 확인하고 북핵문제 논의로 넘어가겠다는 의도를 가진 것으로 분석된다.

회담 날짜가 8일로 결정된 것도 북측이 제시한 일정이 관철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BDA회담과 6자회담을 순차적으로 개최하는 방안을 염두에 둔 북한의 입장에서는 30일 BDA 논의가 이뤄지는 만큼 그 이후 논의내용에 대해 충분히 검토하고 6자회담에 나서 미국이 요구해온 ‘초기이행조치’의 수용수위를 조절하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BDA회담의 장소가 작년말 열린 6자회담에서 뉴욕으로 결정됐다가 결국 베이징으로 바뀌어 열리는 것도 북측의 요구에 따른 것.

여기에다 이번에 열리는 6자회담에서는 BDA 문제에 대한 부분적 해결을 전제로 북한의 핵폐기 문제가 논의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어 이러한 구도가 실현된다면 이 역시도 그동안 북한의 고수해온 입장을 관철하는 셈이다.

북한은 2005년 미국의 금융제재가 시행된 이후 이 문제를 북미 양자간 신뢰의 문제로 규정, 회담 상대방을 인정하지 않는 상황에서는 회담을 가질 수 없다는 스탠스를 취하면서 금융제재가 풀려야만 6자회담에 복귀할 것이라는 태도를 견지했다.

미국이 동결된 북한 계좌 중 일부 합법계좌에 대해 부분적인 해제조치를 취하고 북한도 위조화폐나 돈세탁 문제 등에서 재발방지대책을 마련하는 선에서 합의가 점쳐지고 있는 가운데 일부 동결계좌의 해제가 이뤄진다면 이 또한 부분적이지만 북한의 요구가 수용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또 이번 6자회담의 급진전을 가져온 북미 베를린 접촉도 미국은 6자회담틀 내에서의 만남이란 입장을 강조하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북한이 그동안 부시 행정부에 줄기차게 요구해온 양자회담 구도를 받아들인 모양새임을 부인하기 어렵다.

부시 행정부는 클린턴 행정부 때의 대북정책을 실패로 규정하면서 ‘북한과 양자회담은 없다’는 원칙 속에서 6자회담이라는 다자간 협상전략을 고집해왔다.

특히 작년 4월 일본 도쿄에서 열린 동북아시아협력대화(NEACD)에서는 행사에 참가한 김계관 부상이 힐 차관보와 면담을 간절히(?) 희망했지만 양자회담은 없다는 미국의 강경입장 속에서 양자회동이 불발됐고 미국의 태도에 실망한 북한은 이후 미사일 발사와 핵실험으로 이어지는 ‘마이웨이’를 걸었다.

미국에서는 베를린 접촉을 6자회담의 연장선에서 이뤄진 접촉으로 양자회담이 아니라는 입장을 보이고 있지만 북미 양국의 6자회담 수석대표가 만나 BDA문제와 핵문제에 대해 속깊은 대화를 나눴다는 점에서 양자회담이 아니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지적이다.

정부 당국자는 “일단 6자회담의 초기상황에서 회담의 다양한 형식적인 부분이 북한의 의사를 충분히 반영함으로써 회담 진전의 분위기를 조성하고 있다”며 “결국 중요한 것은 이번 회담을 통해 핵폐기라는 궁극적인 목표를 얼마나 달성할 것이냐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