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자회담 이행시한 설정 안했나 못했나

‘북한 핵시설 불능화 단계의 이행시한을 설정하지 않은 것인가, 못한 것인가.’

북핵 6자회담 수석대표 회의 마지막날인 20일 베이징(北京) 외교가에 퍼진 의문이다.

의문이 제기된 배경은 사흘간의 회의 결과물로 채택된 ‘언론발표문’에 2.13 합의 이행 2단계 조치인 핵시설 불능화와 핵프로그램 신고 단계의 이행 시간표가 담기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실 엄밀히 말하자면 6자가 불능화 시한에 합의한다는 명시적인 목표를 갖고 이번 회담에 임했던 것은 아니다.

이와 함께 방코델타아시아(BDA) 문제 때문에 2.13합의의 초기조치 이행의 시한을 맞추지 못했던 만큼 6자 간에는 시한을 명시하는 데는 조심해야 한다는 공감대도 형성돼 있었다.

우리 측 6자회담 고위 당국자는 회담 전 “합의를 이끌어 내는 것이 목표가 아니며 초기조치 이후 단계 불능화와 신고를 어떻게 할 것이냐는 브레인 스토밍이 목표”라고 소개하기도 했다.

하지만 그는 “개략적인 목표시한이랄까, 불능화와 신고를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한 의견접근이 이뤄진다면 문서로 합의가 나오던 말건 간에 그 다음 단계 합의에 도달키 위한 큰 숙제하는 것”이라며 시한 설정에 대한 일말의 희망은 숨기지 않았었다.

그러나 17일 베이징의 북한과 미국 대사관을 오가며 열린 북.미 양자협의가 좋은 분위기 속에 진행된데 이어 18일 첫날 회의에서 북한이 ‘조건이 맞으면 합의한 약속을 조기에 이행하겠다’는 뜻을 밝히면서 회담장 주변에는 시한과 관련한 모종의 합의가 나올 수 있다는 기대감이 제기됐다.

이처럼 회담 초기에 낙관적 분위기가 조성되면서 미국 측을 중심으로 다소 모호한 ‘시간대’ 정도는 설정할 수 있는 것 아니냐는 기대가 제기됐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기대는 우리측 회담 수석대표인 천영우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이 18일 회의 후 “북한이 최단 시일 내에, 5~6개월 내라도 신고와 불능화 할 의지가 있다는 것 보여줬다”고 말하면서 더욱 증폭됐다.

힐 차관보도 같은 날 “의장성명에 다음 단계 이행에 대한 대강의 시간표가 담기게 될 것”이라고 언급, 이 같은 기대를 더욱 부추겼다.

그러나 19일 의장성명 도출을 위한 보다 실질적인 협의에 들어가면서 분위기는 달라진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이행 시간표 설정의 필요성에는 동의하면서도 이행 시간대와 관련한 ‘숫자’를 의장성명 등에 담는데는 호응하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이를 두고 외교가에서는 북한이 시간대 설정에 대한 본국 훈령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거나, 상응조치 차원의 중유 95만t 상당의 지원을 어떤 식으로 할지에 대한 합의없이 자신들의 의무에 무게가 실리는 ‘시간대’는 설정할 수는 없다는 입장을 견지했을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됐다.

결국 이번 합의에 시한이 명시되지 않은 데 대한 정확한 설명은 다음달 비핵화 및 경제.에너지 실무그룹 회의와 6자회담 본회의 등으로 이어지는 실질적인 논의를 지켜봐야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천영우 본부장은 20일 “다음 단계의 시한과 이정표를 설정하는 것이 유용하다는 점을 북한이 충분히 이해했고 실무회의를 거쳐 논의하자는데 동의했다”고 소개했다.

그러나 상황을 냉정하게 보는 이들은 시한 설정으로 대표되는 향후 논의가 쉬운 일은 결코 아니라고 보고 있다.

북측은 불능화의 기술적인 개념과 상응조치, 불능화 후속조치 차원의 환경보전 공약 등에 대한 합의가 이뤄진 후에야 시한 설정에 합의할 수 있다는 입장을 펼 가능성이 높다는 시각이 만만치 않은 것이다.

결국 향후 시한 관련 논의의 관건은 다음달 중 실무그룹 회의를 통해 재개될 것으로 예상되는 북.미 관계정상화 논의의 진척 상황에 달려있다고 보는 이들이 많다.

이미 2.13합의에 따라 불능화 이행시 받게 돼 있는 중유 95만t 상당의 중유 제공 보다는 테러지원국 지정 해제로 대표되는 북미관계 정상화 관련 인센티브가 북한의 호응을 이끌어내는 데는 훨씬 효과가 클 것이라는게 대다수 전문가들의 견해기 때문이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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