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민주항쟁 23돌, 北 민주주의 외면은 여전해

6월 항쟁은 1987년 6월 10일부터 29일까지 전국적으로 벌어진 반독재, 민주화 운동이다. 국민들은 대통령 간선제를 고집한 전두환 전 대통령의 4.13호헌조치와 서울대 박종철, 연세대 이한열 군의 사망에 강력히 항의하고 민주화 조치를 취할 것을 요구했다.  


박 군은 87년 공안 당국에 붙잡힌 이후 학생운동을 하던 선배 박종운의 소재에 대해 답하지 않는다며 각종 고문을 당하다 1월 14일 사망했다. 당시 경찰은 “조사관이 주먹으로 책상을 ‘탁’ 치며 혐의사실을 추궁하자 갑자기 ‘억’ 하며 쓰러졌다”고 발표했다.


이를 계기로 정부를 규탄하며 대통령 간선제에 대한 반발이 커지자 전두환 대통령은 개헌을 통해 직선제가 채택되지 못하도록 4.13호헌조치를 내린다.


하지만 5월 18일 경찰에 의해 축소 은폐됐음이 밝혀지자 민주화를 요구하는 시위가 빈번하게 발생, 6월 9일 연세대 학생 이한열 군이 시위도중 경찰이 쏜 최루탄에 머리를 맞아 쓰러진 것이 6월 항쟁의 결정적인 촉진재가 됐다. 이 군은 7월 5일 사망했다.


걷잡을 수 없이 확산된 시위는 결국 29일 노태우 민정당 대표위원이 직선제 개헌 요구를 받아드린다는 내용을 포함한 8개항의 시국수습 내용을 발표하며 마무리됐다.


6월 항쟁은 당시 장기화되고 있던 군사 권위주의 정권을 끝내고 민주주의라는 개념이 뿌리내리는 결정적인 계기가 됐다. 또한 각계각층의 민주적인 시민운동과 계급운동 등이 발전하는 계기가 됐다.


1987년 6월항쟁은 기존 민주화 시위와 달리 군사 권위주의 정권 하에서 잠재된 민주화의 요구가 집결됐다는 특징과 함께 넥타이 부대로 불리는 평범한 직장인들이 시위에 적극 나섰다는 점을 들 수 있다.


하지만 6월 민주항쟁은 아이러니 하게도 한국내 민주주의 발전뿐 아니라 소위 NL계열로 불리는 친북 주사파 세력이 전국적으로 확산되는 계기도 됐다. 


당시까지 학생운동권 내에서는 반미를 내건 NL그룹이 PD그룹보다 훨씬 더 과격하거나 급진적이라는 인상을 줬다. 그러나 개헌 국면에서 야당과 연합해 직선제 개헌 구호를 내걸면서 제헌의회 소집을 외친 PD그룹을 제치고 일거에 대중적 주도권을 잡았다. 이 직선제 개헌 지지 전술은 북한이 대남 매체를 통해 주장하던 것이었다.


NL그룹은 6월 항쟁 이전 전국의 주요대학에 퍼져있다가 일시에 대중적 지지기반을 확보한 반면,  PD그룹은 세력 감소를 절감해야 했다. PD그룹은 이후 동구 공산권 붕괴로 운동 세력의 의미를 더욱 상실했다. NL의 독점시대가 열린 것이다.


87년 6월 민주항쟁이 대학가에서 민족주의와 통일 이론으로 무장한 NL의 득세를 가져오면서 이후 한국 사회는 광범위하게 조직화된 친북주의 세력이 민주화 운동을 주도하는 양상을 띠게 되었다. 이후 NL세력은 한국 사회 민주화 전진에 따라 퇴조 기미를 보이다가 김대중 정권의 햇볕정책의 수혜를 받으면서 다시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87년 민주항쟁을 주도한 소위 ‘386 세대’가 친북반미 성향이 강한 것은 이러한 역사적 배경을 안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와 관련 김주성 한국교원대 교수는 “민주화가 정착하기 위해서는 경제적, 사회적 타이밍이 맞아야 하는데 당시 GNP가 3천불이 넘어가며 민주화 운동의 지속가능성이 커지던 시기”라면서 “우리나라 민주운동사에서 최고의 정점이었고, 성공적인 운동”이라고 평가했다.


그러나 “당시 6월 항쟁을 이끌던 주역 중 나와 같은 70년대 학번은 자유민주주의를 위해 싸웠는데, 80년대 학번은 사회주의를 주장했다. 이 친구들은 정치혁명이 아닌 사회혁명의 전단계였다. 문제는 1989~90년 들어 동구 공산권이 무너지면서 이들의 꿈이 사라졌다. 결국 남은 것은 주사파 민족주의가 남아 지금까지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평가했다.


2008년 영국 이코노미스트의 세계민주화지수 평가를 보면 167개국 중 한국은 28위, 북한은 167위다. 북한은 현상적으로 60년에 걸친 개인 일가의 통치체제를 벗어나지 못하고 핵무기 개발에 매진하면서 전 세계적 우려 대상이 되고 있다. 그러나 386세대들은 이러한 북한보다 이명박 정권에 대한 분노를 훨씬 강하게 갖는 모순을 보이고 있다. 


홍진표 (사)시대정신 이사는 6월항쟁의 정신이 북한인권에 대한 관심으로 확산되지 않는 현상에 대해 “북한 인권이나 민주화를 이야기하면 우파를 도와주는 것이라고 생각해서 그렇다”고 평가했다. 정파적인 색채가 강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같은 현상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송동현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기획홍보위원은 “북한은 보편적인 가치에서 볼 때 문제가 있는 나라”라며 “최근 이스라엘군이 팔레스타인 4명을 사살해 비판 받은 것처럼 보편적인 가치를 기준으로 비판받을 것은 받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 교수도 “수구우파와 뉴라이트는 진짜 자유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해 유연해지고 있다. 하지만 좌파는 오히려 수구좌파가 강하다”며 “혁명세력들이 숨어있는 수구좌파들의 생각이 바뀌어야 한다. 투쟁적 운동보다 우파와 상생적인 경쟁관계로 성장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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