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國6色…속내 조금씩 달라

북핵 6자 수석대표 회담에 참가하고 있는 각국 대표들은 ‘비핵화 2단계(핵신고 및 불능화)를 마무리하자’고 한 목소리를 내고 있지만 회담에 임하는 속내는 조금씩 달라 보인다.

미국은 연일 ‘검증체계 구축’을 강조하고 있는 반면 북한은 ‘에너지 지원의 가속화’를 촉구하고 있다. 한국은 혹시나 검증 과정에서 소외되지나 않을까 걱정하는 분위기며 일본은 북한의 자국인 납치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상황에서의 회담 진전을 달가워하지 않고 있다.

중국은 핵 신고 협의가 북.미 중심으로 이뤄진데 대한 불만으로 이번 회담을 통해 의장국의 위상을 회복하려 하고 러시아는 ‘방관자’라는 지적에서 벗어나기 위해 적극성을 보이고 있다.

◇ 미국 = 검증체계 구축에 올인하고 있다. 미국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차관보는 9일 “이번 회담은 검증회담”이라고 말하는 등 입만 열면 ‘검증’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미국은 북한에 대한 테러지원국 해제 조치가 발효되는 8월11일 전에는 검증체계가 구축되고 검증활동도 시작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미국은 더 나아가 검증체계 구축이 이뤄지지 않으면 테러지원국 해제조치가 무효화될 수도 있음을 암시하며 북한을 압박하고 있다.

미국이 이처럼 검증체계 구축에 매달리는 것은 검증이 핵폐기로 가는 필수요소이기도 하지만 북한의 신고 자체가 ‘불완전하다’는 미국 내 강경파의 불만을 잠재우기 위한 목적도 큰 것으로 보인다.

미국 내 일각에서는 우라늄농축프로그램(UEP)과 시리아와의 핵협력 의혹 등이 신고서가 아닌 ‘비공개문서’에, 그것도 ‘북한은 미국의 우려사항을 이해한다’는 식의 간접시인 방식으로 정리된 데 대해 미흡하다는 지적이 끊임 없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외교 소식통은 “부시 행정부가 북핵문제 진전을 외교적 성과로 내세우기 위해 임기 말에 북한과 무리한 협상을 시도하고 있다는 비판을 잠재우고 힐 차관보 등 협상파들이 힘을 얻기 위해서는 검증에 대한 북한의 협력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북한= 다른 참가국들이 핵신고에 대한 후속조치인 ’검증체계’ 수립에 몰두하는 가운데 영변 핵시설 불능화 조치에 대한 상응조치인 경제.에너지 지원을 마무리하는데 더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북측의 논리는 “우리는 불능화를 80%나 마쳤는데 경제.에너지 지원은 40%에 그치고 있고 그나마 일본은 책임회피를 하고 있다”는 것. 6자 수석대표회담 기간 경제.에너지 지원 실무그룹회의를 열기로 한 것도 6자회담 합의 이행이 ’행동 대 행동’으로 이뤄진다는 점에서 북측의 주장에 일리가 있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반면 검증체계 구축 문제에서는 북측도 원칙적으로는 동의하고 협조하겠다는 의사를 보이면서도 각론에 들어가서는 민감한 문제들마다 자신들의 입장을 관철시키기 위해 노력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라크에 대한 사찰과정에서도 ’주권 침해’ 논란이 있었던 만큼 이러한 논리를 전개하며 불시사찰 등 민감한 요구사항을 빠져나가려 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또 남북한 동시사찰 카드를 내세워 사찰의 범위를 신고대상으로 축소하고 검증 주체를 결정하는 과정에서도 ’핵보유국’일 것임을 전제로 내세워 한.미.일간의 균열을 추구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제기되고 있다.

6자 외교장관회담 등에 대해서는 신축적인 입장을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 ’2.13합의’에 초기조치가 마무리되면 6자 외교장관회담을 개최한다고 명문화한 만큼 2.13합의에 명시된 중유 100만t 분량의 지원이 완료되면 회담을 가질 수 있다는 입장을 개진할 것이라는 대체적인 관측이다.

◇ 한국 = 검증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대체로 미국과 보조를 맞추고 있지만 속내는 다소 복잡하다.

한국은 자신들이 온전히 역할을 할 수 있는 검증체계가 구축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한.미.일 등은 미국이 주도하는 불능화와 달리 검증은 비핵화 실무그룹 산하에 별도 기구를 설치하고 여기에 한.미.일.중.러 등 5자가 모두 참여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지만 핵 기술의 민감성을 감안하면 핵시설 및 핵물질의 검증에는 핵보유국만이 참여할 수 있을 것이라는 관측도 있기 때문이다.

북한이 민감한 군사시설을 한국에 공개하지 않으려 할 가능성도 있으며 특히 일본은 플루토늄 재처리 기술을 보유하고 있다는 점에서 자칫 한국만 소외될 개연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물론 ‘비핵화의 진전을 이루는게 중요하며 우리가 검증과정에 반드시 참여할 필요가 있느냐’는 의견이 없지는 않지만 검증에 참여하지 못했다가는 ‘대북 경제.에너지 지원에 돈은 돈대로 들이면서 비핵와의 핵심 과정에는 빠졌다’는 비판에서 자유롭지 못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은 아울러 남북관계가 경색된 가운데 6자회담에서라도 경제.에너지 지원 실무그룹회의 의장국으로서 북한에 영향력을 행사하겠다는 생각도 가지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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