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차 6자회담 북·미 간 쟁점

제4차 6자회담에서 ‘9.19 공동성명’이 채택된 이후 이를 구체화하기 위한 제5차 6자회담이 9일 중국 베이징(北京)에서 개막된다.

‘9.19 공동성명’이 한반도 비핵화 실현을 위한 큰 틀의 합의였다면 이번 회담은 이 문제를 어떤 순서로 어떻게 풀어나갈 것이냐를 구체적으로 논의하는 자리라는 점에서 북.미 간에 팽팽한 줄다리기가 예상된다.

더욱이 북한과 미국은 회담을 앞두고 경수로 문제 등을 둘러싸고 신경전을 펼치기도 했다.

5차 6자회담의 쟁점들을 살펴본다.

◇ 경수로 지원 시점 = 북.미 간에 가장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사안이다. 북한은 ‘선 경수로 제공, 후 핵폐기’를 주장하고 있는데 반해 미국은 ‘선 핵폐기, 후 지원’ 입장을 굽히지 않고 있다.

즉 북한은 평화적 핵활동을 실질적으로 인정하는 증거로 되는 경수로를 하루 빨리 제공하라는 것이다.

외무성 대변인은 제4차 6자회담 종료 이튿날인 9월20일 발표한 담화에서 “우리는 경수로를 제공하는 즉시 핵무기비확산조약(NPT)에 복귀하며, 국제원자력기구(IAEA)와 담보협정을 체결하고 이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성렬 유엔대표부 차석대사도 지난달 27일 이런 입장을 재차 밝혔다.

그렇지만 미국은 경수로 제공문제를 논의하는 ‘적절한 시기’와 관련해 북한의 핵 해체와 NPT 복귀, IAEA 안전조치 이행 등이 이뤄진 이후라는 점을 분명히 하고 있다.

◇ 누가 먼저 행동 = 공동성명은 ‘6자는 공약 대 공약(말 대 말), 행동 대 행동 원칙에 입각해 단계적 방식으로 합의의 이행을 위해 상호조율된 조치를 취할 것’을 합의했다.

그러나 이행과정에서 누가 먼저 행동을 취하느냐 하는 문제가 해결과제이다.

북한은 당연히 핵문제 해결은 동시행동의 원칙에서 이뤄져야 한다는 일관된 입장이다. 이에 반해 미국은 북한의 핵 폐기에는 그에 따른 상응 조치가 취해질 것이지만 북한이 먼저 행동으로 보여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조셉 디트러니 미국 국무부 대북협상대사는 지난 3일 북한의 공동성명 이행조치에 따라 미국이 취할 상응 조치로 “에너지와 경제 지원, 핵 과학자.기술자 등의 전환훈련, 테러리즘 지원 국가 명단 삭제, 잔존한 제재 해제 등”을 열거했다.

◇ HEU 존재 유무 = 2차 북핵문제가 불거진 북한의 고농축우라늄(HEU) 프로그램의 존재 유무는 여전히 논란거리이다.

북한은 미국이 있지도 않은 HEU 프로그램을 제기, 대북 압박을 가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한 차석대사는 지난달 27일 북한은 HEU 프로그램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면서 “미국이 있다고 자꾸 주장하는데 우리가 모르는 걸 어떻게 해명해주나”며 불쾌감을 드러냈다.

미국은 북한이 관련 부품들을 구입한 증거가 드러난 만큼 이 계획을 공개하고 폐기해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하고 있지만 구체적인 증거는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 관계 정상화 = 최종 단계의 일이긴 하지만 관계 정상화에 대해서도 입장이 판이하다.

공동성명은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과 미합중국은 상호주권을 존중하고, 평화적으로 공존하며, 각자의 정책에 따라 관계 정상화를 위한 조치를 취할 것을 약속하였다’고 명기하고 있다.

북한은 미국과 조속한 관계 정상화를 요구하고 있다. 제4차 6자회담 1차 회의에서 북측은 기조발언을 통해 한반도 비핵화는 김일성 주석의 유훈이라며 “미국의 핵위협이 제거되고 북.미관계가 정상화되면 (핵을) 모두 포기할 용의가 있다”고 밝혔다.

그러나 미국은 핵문제 해결 후에도 관계 정상화를 위해서는 인권.미사일.재래식전력.종교 문제들이 해결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이에 대해 한 차석대사는 실현가능성이 없는 ‘불합리한 이론’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 대북 적대정책 = 북한은 미국이 공동성명 합의 이후 이에 배치되게 행동하고 있다며 강한 불만을 표출하고 있다.

외무성 대변인은 지난달 24일 5차 6자회담 참가를 공식 발표하면서 “미국은 공동성명 발표 이후 지난 1개월 남짓한 기간 성명정신에 어긋나는 말과 행동을 거리낌 없이 해대고 있다”며 차기 회담에서 미국의 책임을 따지고 계산할 것이라고 밝혔다.

북한이 문제삼고 있는 대목은 대북 군사적 압박, 경제 제재 움직임, 마약.인권.위조지폐 거론, 핵문제에 대한 2중 기준 등이다.

북한은 미국의 이 같은 태도가 6자회담에서 북측이 핵무기를 먼저 포기하도록 하기 위한 사전 압박조치라며 미국의 공동성명 이행의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고 강조해 왔다.

조지 부시 미국 대통령이 5차 6자회담을 코 앞에 두고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또다시 ‘폭군’으로 지칭한 것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연합

소셜공유